김일성의 급사에 제일 먼저 의문을 제기하며 부검을 주장한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은 웃지를 않는 사람이다. 하루는 빨치산 동지인 오진우가 웃는 모습을 본 일이 없는 김일성이 물었다.

“동지, 와 웃지 않아?”
“통일이 될 때까지 웃지 않갔어”

한마디 던지고 입을 굳게 다무는 그의 단호한 통일의지에 김일성도 늘 경외심을 갖고 있었다.

김일성 사망 소식을 듣고 봉화진료소에 간 오진우는 먼저 진료소장 리락빈을 만났다. 노회한 오진우에게 리락빈은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 김일성 심장 주치의를 휴가 보낸 것이 빌미가 됐다.

수령의 심장 주치의는 단순히 의사가 아니다. 김일성 심장과 같은 것이다. 그것도 김일성이 평양에 있는 것도 아니고 외지인 특각에 가 있는 사이 휴가를 보냈다는 것도 의심이 가는데다가 완벽한 의료설비를 갖춘 구급차도 보내지 않았으며 의사도 한 사람만 보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심상치가 않았다.

분명히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음을 간파한 오진우는 김일성 책임부관을 만나보고 의심을 굳혔다.

“부검을 해야 하오”

유가족이 있는 자리에서 오진우는 단호히 말했다.

“긴 말 안 하갔소. 부검을 해야 이후 의혹을 남기지 않소”

김정일은 이미 부검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때문에 망설일 것도 없었다. 다만 수령의 목에 있는 혹에 꽂은 독침에 일말의 불안이 남아 있었다. 소련 스파이로부터 어떤 부검에서도 발견 될 수 없으며 실행했어도 발각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김경희도 부검을 수락했고 부인 김성애 이하 온 가족이 고개로 찬성을 표시했다.

부검실로 가는 복도부터 포름알데히드 냄새가 진하게 났다. 부검실 스테인리스 부검대에 김일성 시신이 놓였다. 김정일의 시선은 시신에 못 박히듯 움직이지 않았다.

부검의는 긴장하고 있었다. 리락빈 소장이 진정시켰다. 칼을 든 부검의가 시신의 목 아래 오목한 부분에 칼을 대자 밖에서 보던 가족 사이에서 비명이 들렸다.

칼은 그대로 아래로 내려가 하복부까지 단숨에 절개되었다. 김성애는 비틀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가슴과 복부의 피부가 양옆으로 열리면서 피하근육과 지방조직이 드러났다.

오진우는 싸늘하게 김정일의 표정을 엿보고 있었다. 부검에 흔들리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친동생을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죽게 한 녀석이다.

드디어 부검 결과가 나왔다. 집도한 부검의는 입술을 가볍게 떨며 말했다.

“쉽게 말씀드리면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혈압이 급상승하면서 혈관이 터진 것이 사인의 원인입네다”

죽음에 대한 의문은 이 한마디로 종결 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리락빈 소장은 마치 자신이 피의자인양 고개를 들지 못했다. 김정일과 오진우는 소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데 장성택이 들어왔다. 사위의 신분이기도 한 그가 부검 중 비명을 지른 김성애와 구토를 호소했던 김경희를 응급실에 데리고 갔다가 안정을 찾아 병실로 모셨다고 했다.

말을 마친 그가 머뭇거리며 서 있자 김정일이 의자에 앉게 하고는 소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잠시 자리 좀 비켜 달라요”

소장실에는 오진우와 김정일, 장성택 세 명만 남았다. 2차 음모를 종결할 단판이 시작된 것이다. 먼저 김정일이 입을 열었다.

“수령님 서거에 전적으로 제가 책임 지갔습네다”

말을 마치고 빤히 보는 그의 시선에서 오진우는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오진우 하나 설득하려는 말이 아니다. 물은 이미 엎질렀다는 뜻이다. 오진우는 시선도 움직이지 않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결정적 혐의가 없는 김정일을 당장에 내칠 수는 없다. 내치려면 내칠 수 수 있지만 차선의 묘책이 없다.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부가 모든 권한을 장악하고 군부에서 차기 수령을 추대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론상일 뿐이다. 여기까지 이르기에는 사악한 뱀 같은 김정일의 음모가 깔려 있을 것이다. 어디에 어떤 지뢰를 묻어 놨는지 모른다. 또한 그에게도 군부에 막강한 추종 세력이 있다. 매부 장성택의 두 형도 장성으로 평양권역의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

“부장 동지, 어카면 좋갔습네까?”

오진우에게 일신을 맡기겠다는 것이지만 선수로 바둑돌을 천원에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먼저 천원에 돌을 놓은 사람이 반집을 이기게 돼 있다. 오진우는 통일이 될 때까지 웃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런 그에게 수령의 유고로 공화국에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을 가지고 오게 하고 남조선에 약점을 보이는 결정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한 마디만 묻자우”

오진우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예”

김정일은 이겼다는 것을 확신한 표정을 감추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수령 동지의 유업을 이행하갔어?”
“물론이디요. 목숨을 내 놓갔습네다”
“알갔어. 그만 가자우요”

김정일이 일어서며 다짐하듯 물었다.

“오진우 동지만 믿갔습네다”

김정일에게서 잠시 어렸을 때의 표정을 엿본 오진우는 쓴 웃음을 감추며 앞장 서 나왔다. 뒤이어 나가는 김정일을 향해 어느새 리락빈 소장이 머리를 깊숙이 숙이고 있었다. 머리 좋은 장성택은 재빨리 새 판을 그리고 있었다.

김정일의 후속조치는 숨 돌릴 사이 없이 집행됐다. 수령의 유업을 완성하겠다며 김일성 우상화 작업에 들어갔다. 김정일 보다 더한 충신이 없고 김정일 이상 효자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급급했다.

소리없는 2차 음모를 희미하게 알아차린 군부를 비롯한 세력이 빈틈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곳곳에 김일성을 찬양하는 선전판과 추모하는 대형조형물이 전국 방방곡곡에 들어섰다.

사후 2년에 50여회의 대대적인 우상화 집회가 있었으며 시신을 안치한 금수산 궁전을 “인류 최고의 성지”로 만든다며 8억 9천천만 달러를 들여 성지화 했다.

한 인간의 죽음에 사족이 필요치 않다. 다만 궁금한 것은 김일성의 사망 장소와 당시 김정일은 어디에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더 불가사의한 것은 전군에 특별경계령을 내리지 않았으며, 봉화진료소장과 주치의를 비롯해 직승기와 구급차의 특각 진입 실패에 대한 문책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박진아  news1@bluekoreadot.com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