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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무릎이 문제가 아니라 폭탄주였다.
전영준 | 승인 2011.03.06 17:57

2009년 10월 여의도 순복음 교회 조용기 목사는 지교회 설교에서 “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지금은 높지만 폭탄주 때문에 폭락할 수 있다. 폭탄주를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설교를 했다.

교회에서 술과 담배, 간음은 10계명에 적시한 금기사항이다. 일반 성도는 죄의식없이 행하지만 성직(聖職)을 맡고 있는 목사와 장로는 세속의 관습을 벗어나 기독교적 윤리에 따라 생활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다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길자연 목사가 "무릎 꿇고 통성(通聲)기도를 하자"는 바람에 약 3분 동안 공개적으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다.

대통령이 특정 종교 행사에서 무릎을 꿇는 사건이 벌어진 다음날 청와대 관계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불교계와 언론도 ‘어떻게 대통령이 무픞을 꿇나, 국민이 무릎을 꿇은 것과 같다.“며 비판에 나섰다.

이에 주최 측과 청와대는 서로 변명을 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주최 측은 "길 목사는 자주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자고 하는 사람인데 청와대에서 사전에 그런 것도 체크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는 "대통령 의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국가원수를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없이 그런 지경으로 만든 것에 대해 청와대 대부분이 어이없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최 측과 청와대 모두 책임이 없다. 국가를 위해 기도하고 자 종교적인 의식을 하고자 하는 것이나, 목사의 기본 양식을 의심하지 않고 준비를 맡긴 순수성을 갖고 비난할 수 없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여린 품성에 있다. 이 대통령은 마음이 여려 사람의 말을 잘 듣는다. 남을 배려하려고 한다. 그러니 잘못하면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우유부단함으로 흐른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사찰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참모들은 큰 스님에게 절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통령은 아무 생각 없이 큰 스님에게 두 손을 뻗으며 절을 했다.

기독교계가 난리 났다. “어떻게 장로가 절을 하느냐, 진짜 장로 맞느냐”며 비판을 했다. 교계 원로들이 이 후보가 선거차원에서 그런 것이니 이해하자며 무마를 시켰다. 좌파정권 척결이 최우선과제이기에 유야무야 됐다.

되레 불교계 인사들이 이 대통령을 이상하게 보기 시작했다. 유력 후보가 큰 스님에게 절을 하는 것을 좋아하기는커녕 혹시 다른 의도가 없는 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것이다.

본디 이런 인사도 본인이 적극적으로 원해서 했다기 보다는 불교를 믿는 참모들의 조언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본다. 그만큼 이 대통령에게는 군왕의 위엄을 지킬 방도를 준비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수쿠크 법으로 기독교와 일전을 불사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다. 조용기 목사는 “만일 이슬람 펀드에 정부가 동의를 하면 나는 영원히 대통령과 싸우겠다. 대통령을 당선시키려고 노력을 한 것만큼 하야시키기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과거의 ‘지지’ 와 현재의 ‘하야’ 라는 메아리 속에는 ‘신뢰’라는 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수쿠크 법이라는 타당성 여부를 떠나 폭탄주를 자랑스럽게 마시는 대통령을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메시지가 있다.

기독교 입장에서 볼 때 국익보다는 개인의 인기를 위해 개념 없이 행하는 행동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큰 스님에 절을 했지만 템플스테이 하나 챙기지 못하는 대통령을 신뢰 못하는 불교계도 마찬가지로 불신에 쌓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 종교갈등이 과거보다 심화되고 있다.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개신교와 가깝다는 인상을 준 이유도, 종교의 세속화(世俗化) 문제도 자리 잡고 있지만 대통령이 중심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엔 종교집단 내에서 친(親)정부, 반(反)정부 그룹이 이념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됐지만 지금 사회는 지도자의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취약하기에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실종돼서 그렇다.

역대 대통령 중 이승만, 윤보선, 김영삼 전 대통령도 기독교인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기독교적 윤리에 따라 청빈한 삶을 살았다. 물론 술과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안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한 때는 두주불사가였고 영웅호색을 들을 정도로 풍류를 즐긴 한량이었지만 대통령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 70년부터 술과 담배를 끊었다. 대통령 재임 중 많은 청와대 행사가 있었지만 포도주만 사용하였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불교신자였지만 겉으로는 대통령으로서의 종교적 편향 자세는 취하지 않았다. 사찰에 가서도 합장이외에는 부처님과 스님에게 큰 절을 하지도 않았고 기독교에 반감 가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신뢰의 상징이다.

지도자의 신뢰는 성공적인 직무수행에서도 오지만 품행에서도 온다. 품행은 정치, 경제적 이익에 따른 가변적 행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솔직함, 일관성, 인간미 등 인간 본연의 품성에서 나온다.

이 대통령이 2009년 8.15기념사에서 밝힌 이상과 현실사이의 균형을 중도실용이라고 해석하듯 대통령의 폭탄주와 장로님의 기도의 융합이 중도실용이라면 큰 오산이다. 그것은 처세를 위한 인기영합일 뿐이다.

기독교 모임에서 무릎 끓고 기도하는 것과 사찰에 가서 큰 스님에게 절을 하는 것도 갈등을 해소하는 중도 실용적 처세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자기 갈 길 가면서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것이 이 사회의 지표다.

돈을 못 갚아 수십번 약속을 못 지켜도 한 번에 갚으면 신용은 회복된다. 신용이 있다는 소리 듣는다. 신뢰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신용이 없어도 믿음이라는 자산을 갖고 있으면 신뢰를 받는다.

신뢰는 중심과 일치한다. 대통령의 통치행위와 일거수 일투적이 중심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신뢰는 더 많은 부를 낳게 하는 원동력과 울타리를 지키는 핵무기 역할을 한다.

대통령의 폭탄주도, 무릎 끓는 기도도, 스님에 대한 큰 배례(拜禮)도 창조와 발전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일 뿐 신뢰확보의 방편은 아니다.

국민은 정책수행을 위한 변신은  용인해도, 정치인의 이기적 행위를 위한 품성의 변신은 용인 못한다.

‘바보야! 문제는 무픞이 아니라 폭탄주야 ’라고 답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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