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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월18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사진@국민의힘 |
[김진영 칼럼니스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게 한동훈 본인의 생각이 들어간 게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동안 청문회나 인터뷰에서의 한동훈의 발언들을 생각하면 이번 출마 선언 발표는 밋밋한 느낌이다. 수도권, 중도, 청년 거론하는 게 그동안 필자가 봐왔던 한동훈의 이미지와 괴리감이 들며 그저 한 명의 기성 정치인을 보는 느낌이 든다.
명분 없는 당 대표 출마
삼국지에서 촉한의 유비는 관우의 죽음과 남형주(지금의 후난성 일대)를 손권의 오나라에 뺏긴 후 흥분을 참지 못한 나머지 제갈량, 조운 등 신하들의 만류에도 기어이 이릉대전을 일으킨 후 대패하며 악순환만 반복했다.
앞서 당 대표에 출마 선언했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경선 때 오세훈 서울시장에 패배한 직후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지만 ‘이준석 돌풍’의 제물로 바쳐지며 이중 타격을 받았다.
지난 총선 때 정당을 지휘했던 한동훈은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더니 약 2달 반 만에 당권에 도전을 선언하여 자신을 노출했다. 민심의 심판을 받은 당사자가 민심과 국민 눈높이를 바라보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상당히 저급한 야바위가 아니냐?
깊이 없는 당정 관계에 대한 그의 생각
인간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듣기 좋은 말을 하려고 한다. 대개 이런 표현들은 안정성을 담보로 하며 잡음을 줄여준다. 한편으로 무색무취한 말들은 자신의 프로필을 어필하거나 홍보하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을 잘 어필하는 정치인은 작은 육각형이나 무난한 원과 같은 발언이 아니라 리스크가 있지만 뾰족하거나 모나거나 각이 뚜렷한 도형의 발언이다. 한동훈의 당정 관계에 대한 발언들은 소신과 안정 사이에서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쉬운 답변만 골라서 한 수준이다.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하겠다고 하면 기존에 우위에 있던 정부를 끌어 내려야 하는데 그걸 정부 게다가 수장인 대통령이 순순히 허락할까? 그러면서 대통령실과의 갈등 논란은 의식해 당정이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한다.
여기서 한동훈은 대통령실과의 차별화는 포기하기 싫었는지 필요할 때는 정부에 수정 제안을 하겠다고 한다. 결국 한동훈은 용산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현재 본인이 위원장 시절 선거 참패로 개헌 저지선이 간당한 상황에서 당과 하나가 되어야 버틸 수 있는 상황에서 수평적 관계니 합리적 견제나 비판을 말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이다. 6·25 전쟁 당시 대통령이나 정부가 마음에 안든다며 낙동강 전선 사수 도중 쿠테타 일어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흔히 야당 당 대표와 여당 당 대표의 역할을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당 당 대표는 대통령을 서포팅하는 역할이다. 여당을 지지할 때 대통령을 보고 지지하지 여당 당 대표를 보고 지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여당의 얼굴은 당 대표가 아니라 대통령이다.
이도 저도 아닌 답변을 할 바에 차라리 정석적으로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간략하게 말하는 게 한동훈 본인이 강조한 실용적인 답변이다. 당정관계 협력이란 테두리 안에서도 정부와 의견이 갈릴 수도 있고, 최종 조율하면 결국 협력의 사례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소신과 협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아닌가?
지지자들과 청년 정치 유망주에 대한 몰염치?
보수정치 재건을 얘기하는 부분에서 한동훈은 정권심판론이 우세였던 당시 지지자들이 절박한 상황에서 나서줬다고 말한다. 이어 국민의힘이 이런 지지자들처럼 절박해진다면 앞으로의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하였다.
그럼 총선 때 지지자들을 절박하지 않게 만든 것에 한동훈의 책임은 없는가? 모든 잘못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잘못인 건가? 대통령실이 잘못하여 정권심판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자신이 호소해서 지지자들이 나섰다는 건가?
그럼 앞서 총선이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은 어떻게 되는 건가? 총선 패배했을 때 당보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논리라면 총선을 승리했을 때 모든 공은 정부에 돌아가야 되는 것 아닐까? 책임이 크다면 혜택도 커야하는 게 세상의 이치가 아닌가?
그러면 용산과의 수평적 관계를 논하고 싶다면 본인도 총선 책임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고 출마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본인이 줬다가 뺏는 식의 공천으로 인한 혼란을 야기했던 것부터 곱씹어보길 바란다.
지지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언급하며 지역 현장 풀뿌리 정치 시스템을 제안한 동시에 수도권, 중도, 청년 확장을 언급한다. 이게 얼핏 보면 맞는 말 같지만 당대표 선거에서 지지자들과 확장할 집단과의 우선순위가 동등한 게 맞는 건가? 아생연후살타라고 했다. 풀뿌리 정치와 수도권을 같이 거론하는 게 얼마나 무미건조한 내가 알던 한동훈답지 않은 멘트인가?
한동훈은 수도권 출신인가? 한동훈은 그 동안 보수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했나 중도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했나? 한동훈은 지금 청년인가 아니면 자녀가 현재 청년인가? 그런데 무슨 수도권, 중도, 청년을 본인이 대변한다고 말하는가? 이 역시도 그동안 내가 알던 한동훈답지 않은 기성 정치인들의 앵무새같은 발언이다.
청년 정치를 꿈꾸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한동훈은 청년 정치인의 실명을 언급했는데 이건 다른 청년 정치 유망주들에 대한 역차별이 아닌가?
과거 비대위원장 시절 한동훈은 마포을에서 직접 김경율을 호명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박은식, 김효은을 굳이 언급한 것은 보수 정당의 청년 정치인을 꿈꾸는 다른 수많은 이들에게는 위축될 만한 행동이다. 박은식, 김효은보다 정치 현장에서 오래 굴렀던 청년들에게 한동훈은 결례를 저질렀다.
에너지 정쟁의 원인과 국제 추세도 모르는(?) 한동훈
한동훈은 과학기술과 관련해 원전은 우파이고 신재생에너지는 좌파의 것이라는 구태를 깨부수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 부분에서 필자는 한동훈이 본인이 쓰지 않는 글을 읽는 듯한 느낌이나 얼치기의 모습을 봤다.
에너지를 쟁점으로 하는 정당이 어디인가? 녹색당이다. 녹색당의 정치 성향이 좌파인가, 우파인가? 좌파에서 에너지를 쟁점으로 삼지 않았나? 그리고 탈원전으로 원전을 정쟁화한 건 탈원전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 아닌가?
약 41%의 지지율로 대통령이 된 문재인 정부 초기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했지만 결국 59.5%가 원전 건설 재개를 지지하면서 탈원전에 제동이 걸렸다. 대통령으로 문재인을 지지했던 일부 시민들도 탈원전을 반대한 것이다. 이전에 문재인의 친구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주에 원전 방폐장 부지를 결정해 신설했다. 한국에서 에너지 쟁점화는 수면 위로 오른 게 10년도 되지 않은 구태가 아니라 신선한 이슈다.
그럼 에너지 정쟁화를 막기 위해 한동훈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법무부 장관 시절 전 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중단에 대해 수사라도 제대로 했는가? 탈원전 문제에 대해 청문회에서 무쌍을 찍듯이 수사를 밀어붙이지 않았는가?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에서도 에너지 관련 정당들이 활동하는데 한동훈은 무슨 수로 구도를 깨겠다는 것인가? 한동훈은 국제뉴스를 전혀 안 보는 것인가?
지난 6월 6~9일 동안 유럽 의회 선거가 있었다. EU 의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유로 소속 각 국가의 정치 성향이 비슷한 정당들끼리 연합 정당을 만들어 각 국가에서 후보들을 배출해 치뤘는데 가장 크게 패배한 정당이 Greens/EFA(녹색당/유럽자유동맹)이었다. 51석으로 지난 선거보다 20석이 감소했다. 이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확산에 제동이 걸렸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양쪽을 모두 활용하는 것은 정치인의 몫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몫이다. 정치인은 주어진 상황에서 효율적인 것을 선택하는 데 불과하다. 신재생에너지가 비효율적이면 억지로 비율을 늘릴 필요가 없다. 세계적 추세가 원전의 확산인데 신재생에너지를 언급한 것이야말로 쉽고 이기적인 발언이자 원전 수출국 대한민국에 피해가 되는 발언이다.
기껏 묘수라며 내놓은 채상병 특검 추진
대체로 발표문이 무난하다고 느꼈는지 한동훈은 승부수를 하나 띄운 것 같다. 채상병 특검을 국민의힘이 추진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제안한 특검은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이 추진한다는 것인데 조삼모사나 다름 없다.
우선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특검 요구를 받아주겠는가? 게다가 이런 제안을 하면 국민의힘의 저자세로 나온다는 것을 갖고 민주당이 더욱 밀어붙이거나 이를 활용해 가지고 놀려고 할 것이 아닌가?
국회에서 다수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공격을 모두 되받아쳐 낸 조선제일검 한동훈의 패기는 어디로 갔는가? 기껏 기삿거리로 올릴 만한 것으로 내놓은 게 들어먹히지도 않을 채상병 특검인가? 이런 모습을 지지자들이 좋아할까? 한동훈에게 민심은 무엇인가? ‘국민-지지자=민심’이라는 것인가?
어이없는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언급
한동훈은 청년 정치의 사례를 언급하며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그리고 이탈리아의 조르지 멜로니 총리를 언급했다. 셋 모두 청년 시절부터 정치에 입문했다는 공통점은 있다.
다른 정치인들은 그렇다고 쳐도 중도 확장과 정치 구도를 타파하겠다고 말한 한동훈 전 장관이 멜로니를 언급하는 것에 필자는 배꼽을 잡고 폭소했다.
필자는 멜로니를 싫어하지 않지만 멜로니는 19살이던 1996년도에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솔리니를 찬양했던 인터뷰를 했다. 그 당시 그녀는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정당에서 활동했었다. 물론 과거의 생각이며 지금은 아니라는 답변을 했지만 멜로니 총리의 정치 이력은 한동훈이 말한 중도 확장으로 총리가 된 것이 아니다.
점입가경은 우리 당은 이제 콜을 마크롱을 멜로니를 키워내야 한다는 발언이었다. 아니 이민청 설립을 추진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이민 반대를 주장하여 총리가 된 멜로니를 키워야 한다니 얼마나 웃긴 일인가?
한동훈은 그저 멜로니에 대해 10대 때부터 정치를 시작해서 서른이 되기 전에 하원의원이 되었다는 사례를 들었다. 과연 한동훈은 멜로니의 이력을 알면서 자신의 출마 낭독문과 어울리지 않아 일부러 숨기고 말을 안 한 것인지, 흔한 얼치기들처럼 젊은 여성 총리라는 것만 알고 혹해서 적절성을 고려 않고 언급한 것인지 심히 의문이 든다. 아마 멜로니(meloni)를 자꾸 멜라니라고 말한 것을 보아 후자에 가깝지 않았나 추즉해 본다.
청년을 향해야 한다면서 청년들이 싫어하는 이민정책을 추진했고, 중도를 지향한다면서 오히려 파시스트 정당 출신의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고 언급하고, 수도권 출신도 아니면서 대구, 부산을 자주 다녔으면서 수도권을 언급하는 한동훈의 정치 행보는 국회에서 거침없었던 화려한 입과 반비례하게 될 것 같다.
푸른한국닷컴, BLUEKOREADOT
김진영 wwwawwwa3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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