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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포위론 버리고 지역포위론으로 돌아가야
김진영 | 승인 2022.03.15 20:03
영화 킹메이커의 한 장면, 주인공이 선거전략을 메모하는 중이다.
각하의 영남이 야당 후보의 호남보다 인구가 훨씬 많거든예
 
[김진영 푸른한국닷컴 시민칼럼니스트] 대선을 몇 달 앞둔 지난 설 연휴 즈음 개봉되었던 영화 <킹메이커>의 대사입니다. 이후락 실장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지역구도로 가야된다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해당 영화는 김대중을 주인공으로 1967년 목포 국회의원 총선거, 1970년 신민당 대선 경선, 1971년 대선을 배경으로 하며 실존 인물의 이름은 영화 속에서 조금씩 변경되었습니다.
 
지역 구도는 오래 전부터 있던 것
 
영화 <킹메이커>는 1971년 대선의 영호남 대결 구도를 보여줍니다. 신라-백제 대결 구도를 서슴없이 표출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영호남 대립 구도가 형성된 것은 1971년입니다.
 
그러면 그 이전 선거에서는 지역 구도가 없었을까요? 63년 박정희와 윤보선의 대결에서 호남은 영남 출신의 박정희를 지지합니다. 영호남이 하나였지만 경기, 충청 등의 기호지방은 윤보선이 우세했습니다. 조선 중기 이후 붕당 정치와 비슷한 지역 구도입니다. 다만 지역 감정이 없어서 조용했을 뿐입니다.
 
해방되기 전 일제시대에는 관서 지역의 독립운동가와 기호 지역의 독립운동가가 대립합니다. 독립운동 시기 임시정부에서 안창호와 이승만의 갈등은 평안도와 기호지방의 지역갈등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선 후기 홍경래의 난의 맥락이 이어진 것입니다. 친일파로 서울 명문가 출신이면서 평안도 사위를 받아들였던 윤치호는 이런 지역갈등을 보며 조선은 독립할 자격이 없다며 비난했었습니다.
 
1970년 신민당 대선 경선에서 김대중에게 패배한 김영삼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합니다. 1차 투표에서 이겼지만, 과반을 얻지 못해 2차 투표에 들어갔을 때 이철승과 김대중한테서 나왔던 말이 “우리가 남이여, 시방?”이었다고 합니다.

이철승은 정치 성향으로 따지면 김영삼보다도 김대중과 상반됩니다. 그러나 이철승의 정치 기반은 전북으로 전남의 김대중과 바로 옆 동네입니다. 결국 이철승계가 김대중을 지지하여 1971년 대선 신민당 후보는 김대중으로 선출되었습니다. 박정희만 지역 구도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김대중도 이미 활용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럼 김영삼은 불복했었나? 김영삼은 바로 승낙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김대중은 김영삼을 품지 않습니다. 최소한 선대위원장을 줬어야 했는데 김대중은 김영삼에게 찬밥이었습니다. 박정희의 중앙정보부가 이를 쉽게 활용할 빌미를 준 것입니다. 부산, 경남 등 PK를 기반으로 하는 김영삼이 대우받지 못하자 공화당과 정부에서 ‘경상도 vs 전라도’ 대결 구도 형성 작업이 제대로 먹힌 것입니다.
 
지역 구도 깨기는 신의 영역
 
현재까지도 지역 구도가 겨우 몇십 년 전에 형성된 것인 줄 알고 이를 타파하겠다고 말하거나 도전하는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고조선 이후 삼한 그리고 삼국시대부터 있었던 지역 형성 및 구별을 깨겠다는 것은 감히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수준입니다.
 
직선제가 부활한 87년 선거의 TK, PK, 호남, 충청의 4자 구도는 30년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후 3당합당은 야합으로 비판받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를 이어받은 보수 정당들이 유리한 고지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는데 핵심이 되었습니다.
 
국민의힘 막판 고전의 원인 부울경 소외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혼쭐날 뻔했던 것도 바로 이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시작하는 것에 대해 안일했기 때문입니다. 애초 윤석열 후보는 서울 출신에 부모가 非영남 출신이었는데 인재 영입마저 PK에 소흘했습니다. 이는 결국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부울경 선전으로 이어집니다.
 
10년 전 똑같은 양자구도였던 박근혜와 문재인 대결에서 경남, 울산 득표율이 윤석열 후보보다 5% 이상 높았습니다. 문재인의 정치 기반은 PK였는데 그를 상대로 박근혜 후보 측이 선전하여 당선되었습니다. 문재인의 지역 기반이 PK인데 국민의힘이 非영남 후보인 윤석열로 진행할 때 부산의 중량급 인사를 부울경 선거 총괄 관리자에 넣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불만이 가득해서 정권교체만 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한 사람도 좋다는 대경권의 필사적임과는 달리 부울경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낮았지만 TK와는 달랐습니다.
 
“문재인도 부산 아이가?” 문재인 대통령에 불만이 있지만 같은 고향인데 좀 봐주자는 옹호론이 생길 것이 뻔했고, 이재명 측은 막판에 이런 전략이 재미를 봤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고자 사전에 김무성, 서병수 등 부산에서 나름 세력이 있는 정치인에게 권한을 줬어야 됩니다.
 
지역 구도 활용은 민주국가에서도 활용된다.
 
1971년 박정희 대통령 시기는 유신 직전입니다. 박정희 정부가 군사정변으로 이뤄졌기에 투표를 했음에도 민주주의라고 선뜻 말하기 힘듭니다. 그러면 87년도 이후에는 지역 구도 활용이 없었나?
 
1997년 김대중 당선은 이회창을 지지하던 TK와 이인제를 상대적으로 높게 지지하던 PK의 분열로 이뤄졌습니다. 김종필을 끌어들여 호남 고립을 벗어나려했던 김대중의 노력도 한몫했었습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은 정동영을 다시 호남 고립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당시 선거 결과를 지도로 보면 마한 지역만 포위해놓고 신라, 가야, 백제가 합병한 꼴이었습니다. 그 1년 전인 2006년 지방선거 때는 호남이 그마저도 둘로 나뉘어졌습니다. 전남은 민주당, 전북은 열린우리당. 후백제 시기 견훤이 자식들의 쿠테타로 쫓겨난 시절의 재현이었습니다.
 
2012년 박근혜는 71년 박정희와 비슷한 구도를 내세워 승리했었습니다. 5년 뒤인 2017년은 호남이 선택한 후보가 당선되는 상황이었습니다. 5명 후보 중에 영남 출신 후보가 4명이었는데 이들 중 문재인 후보에게 호남 지역 몰표가 벌어졌습니다.
 
다른 민주국가인 미국, 일본 및 유럽 등에도 지역 구도는 존재합니다. 선진국에도 구도가 존재하고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텃밭이 분명 존재합니다. 대한민국이 오히려 약한 수준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과정이 진짜 망치와 모루
 
지난 2022년 2월 20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망치와 모루’ 한 줄의 글을 남깁니다. 이는 결국 60대 이상의 모루와 2030세대의 망치로 세대를 포위한다는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이대남의 윤석열 몰표에 맞선 이대녀의 이재명 몰표에 의해 20대는 이재명을 더 많이 지지한 것으로 출구조사 발표되었습니다. 세대 포위는 포위되지 않았기에 실패한 것입니다.
 
사실 영남 정당의 지역 포위 전략은 조건이 매우 좋습니다. 유권자 계산을 할 때 호남 전체가 영남의 TK와 거의 비슷합니다. 반면 PK는 같은 영남에서 TK보다 더 많습니다. 즉, 호남 거주자가 영남 거주자의 반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양자 구도에서는 영남 거주자가 수도권의 영남 출향민과 네트워크가 통하냐 안 통하냐가 선거 결과의 최대 변수입니다.
 
진짜 망치와 모루를 찾는다면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입니다. 영남 텃발의 한나라당에 서울시장 출신으로 고향이 경상북도 포항임에도 경상도 아재 이미지가 적었던 이명박의 결합이야말로 진짜 망치와 모루입니다. 영남 지역과 수도권의 결합에 충청도가 합류하여 호남을 고립시켜서 대승을 거뒀습니다.
 
왜 세대보다 지역일까?
 
우선 세대는 10년만 지나면 다른 세대로 옮겨집니다. 평생 20대가 아니라 언젠가는 60대 이상이 됩니다. 그러나 지역은 내가 서울에 태어났어도 친척 그리고 부모의 고향이 지방이라면 그마저도 활용대상이 됩니다. 세대와 비교해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개표 방송을 봐도 그렇습니다. 세대는 출구조사에 표출되고 나면 끝입니다. 선거 개표 방송 내내 지역 득표율만 보여주고 발표합니다. 그래서 남는 것은 어느 지역에서 몇 퍼센트 얻었고, 다른 지역에서 몇 퍼센트 내줬냐가 오고 갑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각인됩니다.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왔고 똑똑해도 인간은 결코 신이 아닙니다. 지역 구도를 깨겠다고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대한민국 최악의 사기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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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wwwawwwa3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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