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준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지난 25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25.7% 종료, 개표율 미달로 무산됐지만 "사실상 오세훈 시장의 승리"라고 했다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시골 의사' 박경철씨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25% 투표율이 '사실상' 승리라면, 파리도 '사실상' 새라고 봐야죠"라고 올렸다.
또한 "국회의원 임기 25.7% 넘었으니 사실상 종료", "등록금 25.7%만 내도 사실상 완납", "앞으로 업무시간 25.7%를 채우면 사실상 퇴근시간으로 간주해달라", "100점 만점에 25.7점 이상이면 사실상 만점으로 해주세요", "공익근무요원도 사실상 특수부대"라고 패러디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오후 4시 30분에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감 후보 단일화 조건으로 돈을 건넸다는 의혹과 관련해 해명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박명기 후보의 딱한 사정 때문에 측근을 통해 ‘선의로’ 2억원을 지원했다. 선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청탁인이 공무원에게 ’선의로‘ 금품을 건넸다면 ‘사실상' ’뇌물‘이 아니라 ’대접‘이다. 공직선거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선의로‘ 식사를 대접했다면 ’사실상‘ ’향응‘이 아니라 ’대접‘이다라는 논리와 같다.
곽 교육감은 선의의 지원임을 강조하면서 "합법성만 강조하고 인정(人情)을 상실하면 몰인정한 사회가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합법성’을 무시하고 ‘인정’을 강조할 때 우리 사회는 ‘사실상’의 사회가 되어 버린다.
네티즌들이 패러디한대로 공익근무요원이 ‘사실상’ 군 만기제대요, 몸이 아파 오전근무만 하고 퇴근해도 ‘사실상’ 완전근무요, 군 복무 중 애인이 신발 거꾸로 신었다고 자살한 병사가 군복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호국병사로 인정받아야 한다.
곽노현 교육감은 ‘매수’를 '인정(人情)'이라고 왜곡하고 있다.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나쁜투표, 좋은거부’로 재미 좀 보자 ‘나쁜수사, 좋은선의’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곽 교육감 정작 자신이 법을 어긴 불의(不義)가 드러나자 '정의'란 칼 대신 '인정(人情)'이란 잣대를 들이대니 어안이 벙벙하다.
만약 박명기 교수가 교육감 단일화 과정에 참여하지도 않고 선대위 위원장이라는 직을 맡지 않았다면 2억원이란 거액을 선의라는 이유로 줄 수 있을까.
박 교수가 작년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지 않고 순수하게 곽 교육감을 도왔다면 선의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박 교수는 교육감 선거에 참여한 이해당사자이며 단일화전 까지 만해도 진보진영 후보들 중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유력한 후보였다.
그런 사람이 후보등록 5일이나 지나 후보사퇴를 했다. 지나가는 소도 아무것도 모르는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곽 교육감 말대로 ‘선의’라면 몰래 전달해야 했는지, 또한 한꺼번에 전달하지 않고 올 2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돈을 쪼개 1억원 이상을 송금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곽 교육감이 말한 ‘선의’가 아닌 사전에 합의 내용이 지켜지지 않자 박 교수 측의 강요내지는 협박에 의해 마지못해 전달된 것은 아닌지 이 부분 또한 명쾌하게 해명되어야 한다.
2억원이란 돈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곽 교육감은 이 돈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했으며, 만일 다른 사람에게 빌렸다면 나중에 그 돈을 어떻게 갚을 생각이었는지도 궁금하다.
진보진영의 내분이 일면서 당사자가 검찰에 제보
곽 교육감은 이번 수사를 "표적수사"라고 말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여당이 지자마자 수사가 시작된 건 시기적으로 논란이 될 만하다.
그러나 사정 당국에 따르면, 박 교수 측 인사들 사이에서 내분이 일면서 그중 한 사람이 최근 검찰에 제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무상급식 주민투표 직후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은 이 사건의 공소 시효가 임박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통상 선거사범의 공소 시효는 선거 후 6개월(작년 12월2일)이다.
하지만 후보 매수 등 돈과 관련된 혐의의 공소 시효는 선거가 끝난 뒤가 아니라 금품이 오간 시점부터 6개월이다.
이 제보는 무상급식 주민투표(8월 24일)가 있기 전에 이뤄졌고, 검찰은 주민투표에 영향을 줄까 봐 계좌추적 등의 수사를 은밀히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사실이 주민투표 전에 알려져 오해를 살까 봐 검찰이 되레 보안을 유지하면서 노심초사했다"고 말했다.
정치자금과 관련된 금전수수는 돈을 주고받는 현장의 발견내지는 내부인의 고발 없이는 알 방법이 없다.
제보자가 곽 교육감 부인이 뭉칫돈을 현금으로 인출한 정황 즉 시점과 금액, 출처까지 구체적으로 제보를 했기에 가능했다.
사퇴시기 실기(失機)하면 곽 교육감을 도운 지인들에게 피해를 준다.
표적수사일지라도 ‘인권과 정의’를 부르짖었던 곽 교육감은 이번 일에 대한 법적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3월 25일 공개된 시1도 교육감 신고 재산현황에 따르면 곽노현 교육감의 재산은 15억9815만원이다.
그러나 곽노현 교육감은 6.2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해 7월 마이너스 6억8076만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선거비용으로 빚진 28억 4000여만원 때문이었지만 교육감 당선 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비용 35억2000여만원을 보전받았다.
약 22억7815만 원이 늘어난 것. 선거비용 가운데 3억 원을 빼고 35억2000만여 원을 보전 받은 점을 고려해도 약 10억 원이 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교육희망네트워크 등 많은 진보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선거를 도왔다. 잘못하면 이들에게도 수사의 칼날이 돌려질 수 있다.
곽노현 교육감은 진보좌파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표적수사’운운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된다. 잘못하면 곽 교육감을 도운 지인들에게 피해를 준다.
곽노현 교육감이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사실상’ 후보 매수를 위한 ‘뇌물’이라 인정하고 교육감 직을 사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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