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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화 | ||
[이종호 과학국가박사]1987년 ‘아프리카 가설’이 발표되자 ‘다지역가설’을 옹호하는 학자들이 벌떼와 같이 일어났다. 문제는 아프리카 가설이 DNA라는 첨단 유전자 기법을 사용하여 보다 설득력있는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지역기원설의 학자들도 만만치 않아 유전자 기법에 의한 정보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다지역기원설의 기본은 고고학적인 증거인데 생각보다 많은 자료들이 축적되기 시작했다. 2001년 미국 유타 대학의 클레이턴 교수는 현생 인류는 원시 인류를 만났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뉴사우스웨일스의 고대 멍고인들의 유전자 분석 결과이다. 멍고인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오늘날의 인류에게서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만약 모든 현대인인 아프리카 가설처럼 가까운
과거에 아프리카를 떠났던 사람들의 후손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2008년에는 매우 중요한 두개골 화석이 중국에서 발견되었다. ‘쉬창인’이라고 불리는 이 화석은 중국이 현대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을 반박하고 ‘다지역 기원론’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한다.
중국이 허난성 쉬창의 구석기시대 유적지에서 발견된 쉬창인은 8만~10만 년 전 인류로 추정되는데 중국인들은 이 두개골이 중국인의 진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메워줄 수 있는 화석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중국인이 이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했음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중국에서 200만 년 전 위산인을 시초로 115만년 전 란톈인, 50만 년 전 베이징인이 발견되었고 10만~20만년 전의 진뉴인이 발견되었고 베이징인 인근에서 1만~4만 년 전의 산동인이 발견되었지만 산동인과 진뉴인을 연결하는 화석을 발견하지 못했다.
바로 이 공백이 현대 인류의 시조가 아프리카의 이브라는 아프리카 기원설은 뒷받침하는 주요한 논리로 활용되었다. 1965년 우물을 파다 발견된 이 유적지에선 동물 화석과 구석기시대 석기와 뼈로 만든 도구 등 무려 3만 여 점의 유물이 발굴되어 중국 고인이 아프리카 이브에 의해 대체되었다는 것을 반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근래의 연구는 아프리카가설에 강타를 가하고 다지역기원설을 지지하는 증거들이 봇물같이 쏟아져 나온다는 점이다.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반테 페보 박사는 2010년 프랑스 파푸아뉴기니 아프리카 사람들의 유전자를 4만여 년 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와 비교 분석했는데 현생인류의 일부 유전자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왔다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즉 즉 지금의 인류가 갖고 있는 유전자의 1~4%가 네안데르탈인에서 왔다는 것이다. 페보 박사는 5만∼8만 년 전 중동지역에서 혼혈이 흔히 일어났는데 아프리카에서 나와 중동에 도착한 현생인류가 이미 정착해 있던 네안데르탈인과 섞인 뒤 전 세계로 흩어져 지금의 아시아인과 유럽인, 멜라네시아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한국인에게 주목을 받은 것은 중동에서 네안데르탈인을 만났던 현생인류는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부 해안선을 따라 한반도까지 진출한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이 발표는 아프리카 가설에 치명타를 안겼는데 현생인류는 아프리카에서 등장한 뒤 순수 혈통을 지켜온 게 아니라 이미 전 세계에 퍼져 살던 네안데르탈인 등 다른 인류와 유전자를 나누면서 진화해 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그동안 유전자 분석이라는 첨단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아프리카 가설을 밀어붙이던 학자들에게 페보 박사의 연구는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만 유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이브는 각 지역에 정착한 인류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살고 있는 고인과 연계되었다는 것으로 아프리카 가설 자체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이를 보다 더욱 아프리카 가설에 치명타를 안기는 결정적인 증거가 동유럽으로부터 제시되었다. 문제의 증거는 2002년 터키와 러시아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93km 떨어진 드마니시 지역에서 나왔다. 아프리카의 호모 에렉투스가 사용한 것과 같은 종류의 석기 등 120여 점이다. 놀라운 것은 이 도구들이 아프리카의 호모 에렉투스 등장 시기보다 약 10만년이 앞선 177만~185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됐다는 점이다.
앞에서 호모 에렉투스가 대체로 150〜180만 년 전으로 설명했는데 이들 년한에서 십만 년 정도는 커다란 오차가 아니라는 선에서 이해하기 바란다. ‘드마니시인’으로 이름 붙여진 호모 에렉투스 유골보다 석기들이 오래 되었다면 지금까지 정설로 인정된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다는 기존의 내용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를 미국 노스텍사스대 연구진은 아주 오래 전 아프리카를 떠난 원시인류가 어딘가에서 호모 에렉투스로 진화했고, 여러 지역으로 이동하다가 그 중 일부가 아프리카로 들어가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박선주 충북대 교수도 드마니시인이야말로 아프리카에 살던 호모 에렉투스의 조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 자체를 부정한다.
다소 어지러운 내용이지만 이들 내용대로라면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가 경쟁했던 게 아니라 에렉투스가 진화해 사피엔스가 됐다는 주장도 성립한다. 즉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처음 등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앞에 설명한 ‘아프리카 기원설’은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 에렉투스나 네안데르탈인과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아예 다른 종으로 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서로 다른 종 간에는 자손이 생기지 않는다. 유사한 종끼리 만나 자손을 낳더라도 그 자손은 번식하지 못하므로 유전자가 후세에까지 전해지지 않는다. 말과 당나귀가 만나 나온 노새가 좋은 예다.
이상희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교수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섞였다는 건 서로 같은 종이라는 뜻이다. 이는 아프리카 기원설로는 설명할 수 없고, 다지역 기원설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이다.’
물론 다지역기원설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막스플랑크 대학의 발표에 대해 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공통 조상이 갖고 있던 유전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1~4%의 유사 유전자만으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을 같은 종으로 보긴 무리라는 설명이다.
현생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더 복잡하고 새로운 학설들이 제기될 것임은 분명하다. 과거 어머니 계열의 유전자 전달 체계(미토콘드리아 DNA)만 알려졌다가 부계유전(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만 전달)되는 Y염색체 DNA와 모계유전(어머니로부터 아들과 딸에게 전달)되는 미토콘드리아 DNA가 드러났고, 이것은 다시 일곱 개의 유전적 갈래로 나뉜다는 것이 최근에 알려졌다. 아프리카 가설이란 단어가 나올 때는 부계 유전되는 DNA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모계유전만을 전제로 해서 ‘아프리카 가설’이 명명된 것이다.
유전자 분석으로 반격하는 북한
아프리카 가설이 유전자 분석을 무기로 하지만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데 북한 학자의 연구도 상당히 기여한다. 북한 학자들은 한민족의 경우 다지역기원설을 증명해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아프리카 기원설을 강력히 반대한다.
북한이 한민족은 한반도에서 발생해 진화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명쾌하다. 북한은 3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화대사람, 10만 년 전의 력포사람, 덕천사람, 4만〜5만 년 전의 승리산사람, 2만 년 전의 만달사람들이 계통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즉 이들은 70만〜100만 년 전에 검은모루 동굴에서 살았던 원인(호모에렉투스)으로부터 일관하게 진화하여 나온 한국인의 조상이라는 것이다.
아프리카가설에서 유전자분석을 제시하지만 북한에서는 한민족의 혈청학적 특징을 제시한다. 사람들의 혈액형과 유전자형들은 인종을 식별하고 각 민족들의 친연관계나 차이들을 확증해주는 중요한 지표로 인정된다.
그런데 북한의 장우진은 한민족의 경우 적혈구혈액형들인 레주스식 혈액형에서 나타나는 항원들의 양성인자 중 D항원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D항원의 양성인자는 아시아 인종에서는 99~99.5퍼센트, 유럽인종에서는 85%, 아프리카 인종에서는 91% 정도인데 한민족은 D항원의 양성자가 99.71%에 달한다.
특히 유전자 조성에 있어서도 한민족과 중국인들은 흑룡강 성의 중국인을 포함하여 완전히 다르다. 한민족의 레주스식 혈액형의 유전자는 CDe>cDe>cDE>CDE>cdE의 순위로 작아지는데 반해 흑룡강성 지역의 중국인에서는 CDe>cDE>cDe>CDE의 관계로 나타나며 귀주성 지역의 중국사람에서는 CDe>cDE>cde>cDe>CDE의 순위로 나타난다. 이것은 한민족이 중국사람과 혈연적 갈래가 서로 다른 집단임을 알려준다.
또한 켈식 혈액형의 K+ 인자는 유럽인들에게 특징적인 항원의 하나인데 한민족의 켈식혈액형에서 K항원의 양성인자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데 반해 유럽인들은 7~9%나 나타난다. 특히 다피식혈액형의 지리적 분포는 인종적 차이를 잘 반영하는데 한민족은 다피식혈액형의 양성인자가 92%이고 음성인자는 7.83%이다.
반면에 중국사람의 다피식혈액형의 음성인자는 화북지역의 중국사람에서는 4.35%, 상해지역의 중국사람에서는 1.82%, 베이징지역의 중국사람에서는 0.44%이다. 따라서 한민족은 다피식혈액형의 음성비율이 화북지역의 중국사람보다는 1.8배, 상해지역의 중국사람보다는 4.3배, 베이징 지역의 중국사람보다는 18.1배나 더 많다.
이러한 혈청학적 연구로 볼 때 한민족은 한반도에서 형성된 이래 고유한 혈청학적유형을 이루고 혈연적 공통성을 발전시킨 민족이므로 20만 년 전에 이브의 후손이 아프리카에서 출발하여 한반도까지 도착했다는 아프리카기원설을 전적으로 부정한다.
지구인들의 뿌리가 같은데 피부색 등 신체 특성이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피부색을 결정하는 건 멜라닌 색소인데 백인과 흑인은 멜라닌 색소의 숫자가 같은데도 색깔이 다르다. 이유는 간단하다.
흑인의 멜라닌 색소가 더 굵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 능력이 뛰어나다. 흑인 중에 곱슬머리가 많은 것도 마찬가지다. 곱슬머리는 직모보다 햇볕을 쉽게 차단하고 체열을 빨리 배출할 수 있다. 일조량의 차이에 따라 자연스레 일어난 진화로, 이러한 외모의 변화가 생기는 데는 대체로 10,000년 정도면 가능하다.
워낙 인류의 기원이 난해한 문제점을 갖고 있으므로 근래 절충안도 제시되었다. 아프리카에서 현생인류가 출현하였다는 학설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각지로 퍼져나가면서 그 지역에 미리 거주하고 있던 고대인류와 어느 정도의 혼혈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아프리카 가설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다소 완화하자는 뜻이다.
고고학적 증거에 의하면 아시아 지역에서 발견되는 현생인류가 이미 그곳에 오랫동안 정착해서 독자적으로 진화하던 호모 하이델베르켄시스와 호모 에렉투스 같은 원인들의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유럽에서 발견되는 현생인류 중 네안데르탈인의 특징을 갖고 있는 화석들도 발견된다는 것은 앞에서 설명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견되는 약 1∼2만 년 전의 화석들도 호모 에렉투스와 현대인의 특징을 고루 갖고 있다.
즉 이들 지역 내지는 가까운 지역에는 이미 현생인류가 도래했을 무렵에도 선주민인 호모 에렉투스나 호모 하이델베르켄시스가 상당히 오랫동안 같은 시간을 공존했다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아프리카 가설의 커다란 전제를 파기해야 하지만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이브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므로 아프리카 가설 자체를 파기하지는 말자는 뜻과 다름없다.
인간들의 고대 인류에 대한 지식이 미천하므로 지금으로선 아프리카 가설과 다지역 기원설 중 어느 쪽이 맞는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유전학과 고고학의 접목으로 한민족을 포함한 인류의 기원을 명쾌하게 밝힐 수 있는 연구는 이제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인류의 고향 찾기는 계속될 전망이라는 뜻이다.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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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리 구석기유적의 실연대는 무엇인가?」, 檀原撤 외, 동북아세아구석기연구, 한양대학교문화재연구소,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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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상 ‘진뉴산인 기원설’」, 이기환, 경향신문, 2007.10.19
「중국인 ‘잃어버린 고리〈진화 증거의 공백〉’ 찾았다」, 유강문, 한겨레, 2008.01.24
「인류의 고향은 아프리카? 아시아? 여러 지역?」, 변태섭, 한국일보, 2011.06.24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 제임스 E. 매클렐란 3세 외, 모티브, 2006
『녹색세계사』, 클라이브 폰팅. 심지, 1995
『미래와 진화의 열쇠 이머전스』, 스티븐 존슨, 김영사, 2004
『손에 잡히는 중국 역사의 수수께끼』, 왕웨이 외, 대산인문과학총서(4), 2001
1948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 취득. 1982년 과학기술처의 유치 대상 해외 과학자로 선정돼 프랑스에서 귀국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기. '노벨상이 만든 세상',‘로마제국의정복자 아틸라는 한민족’등 85권의 과학 도서를 저술했다. 현재는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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