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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땡강전략 그리고 남한 길들이기 ③
전영준 | 승인 2018.01.23 03:26
3.북한은 상대를 격하하거나, 또는 반대로 지나치게 격상해 남한 내외부의 문제에 시비를 걸어 분열을 유도하는 길들이기에 능하다.
 
[전영준 푸른한국닷컴 대표기자] 북한은 앞에서는 평화공세를 취하면서 뒤로는 철저하게 대남적화통일의 끈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2018년 1월21일 북한이 ‘국가 핵 무력완성의 역사적 대업 실현’이라는 우표첩을 발행했다고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이 보도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방남 한 날 우표첩을 발행하면서 핵무력 운운하는 것은 북한의 뒤통수 때리기의 전향으로 위장평화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우표첩의 앞부분에는 조선노동당 마크가 새겨진 중심에 ‘국가핵무력완성의 력사적대업, 로케트강국위업의 위대한 대승리를 안아 오신 절세의 애국자 김정은장군 만세!’라는 글귀가 들어갔다.
 
* 2000년 12월 북한은 당시 대한적십자사 장충식 총재를 자리에서 밀어냈다. 장 총재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당시 장 총재는 정부와 협의하여 북측의 태도에 대한 유감서한을 비공개리에 보냈는데, 북한은 이것을 공개해버리는 비열함까지 보였다.
 
결국 장 총재는 “북한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면 유감의 뜻을 표한다”면서 사퇴해 대한적십자사의 역대 최단명(5개월) 총재로 기록됐다.
 
* 북한은 2002년 5월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의 방북시 김정일과 예정에 없던 면담 자리를 마련하는 등 ‘깜짝 쇼’를 보여줌으로써 남한 인사들을 길들이고 있다.
 
방북자들이 김정일을 만나는 것을 내심 기대하게 하고, 김정일과의 면담을 위해 북한의 요구에 순응토록 만드는 것이다. 얼마 전 방북한 민주노동당도 김정일과의 면담을 기대했다고 한다.
 
북한 2003년 1월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을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
 
임동원은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중요한 지방출장 중이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특사가 도착할 것을 알고도 최고지도자가 자리를 비우는 것은 상대를 만나기 싫다는 분명한 의사표현이며 외교적 결례다.
 
당시 임동원 일행에는 ‘참여정부 통일 외교분야의 실세’로 불리는 이종석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도 끼어 있어서 ‘북한이 남한의 차기 정부에게 곧바로 가깝게 다가가지 않음으로써 길들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 2003년 3월 북한은 이라크전쟁에 따른 남한의 경계조처를 이유로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경제협력실무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회담 나흘 전이었다.
 
당시 북한은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전군 비상경계령이 내려질 정도로 불안정한 지역(남측)에 갈 수 없다”면서 “이라크 전쟁을 구실로 데프콘 2라는 초경계태세를 선포해 나선 것은 온 겨레의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을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경계조처에 북한이 흥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 결국 북한이 시비걸기를 통해 남한을 길들이기 위한 의도였다.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국방부, 통일부에서 공식적으로 해명을 했음에도 북한은 회담연기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애초에 데프콘 2든, 3이나 4든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회담을 하기 싫어 뭔가 하나 걸려들기만을 기다렸던 차에,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이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당시 남한은 이라크전쟁 문제로 반미시위가 들끓던 중이었다. 북한은 여기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고 싶었을 것이며, 회담을 연기하면서 그 배경을 ‘이라크전쟁 때문’이라고 하여 이라크 전쟁의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증폭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 2003년 8.15 광복절 기념식을 송해의 사회로 평양에서 진행했다. 하지만 평양 공연 때 북한에서 그의 한국전쟁 참전 경력을 문제를 삼아 사회를 못 보게 하려 했다.
 
또한 송해가 북한체제 찬양을 하지 않고 자본주의 냄새만 풍겼다고 괘씸죄를 적용, 그 형제들과의 상봉을 끝내 차단시켰다. 그 허울 좋은 민족대단결, 유명무실한 민족공조를 스스로 보여 주었다.
 
2004년 4월 제9차 이산가족 상봉 당시에는 남한 통일부의 직원이 북측 관계자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금강산 치마바위에 새겨진 ‘천출명장 김정일’ 문구 가운데 ‘천출’이 ‘천출(天出)이 아닌 ‘천출(賤出)’로 오해될 수 있다는 농담을 했다가 행사가 중단된 사건이 있었다.
 
남측에서 공식 사과를 하고 나서야 행사가 재개되었고, 이후 해당 직원은 엄중 경고를 받고 전보조치 됐다.
 
이런 사건들로 인해 남한의 정치인이나 주요 인사들은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심지어 농담을 하는 것까지 조심하고 또 조심하게 되었다.
 
잘못했다가 북한이 무슨 트집을 잡을지 모르고, 반동으로 찍히거나 방북을 거부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2005년 9월 현정은 회장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착공식에 참석했을 때 남북간 사전합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좌석을 세번째에 배치해 은근히 모욕을 주었다.
 
이런 조치에 대해 남한의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은 오래된 파트너로 상대해왔던 김윤규 현대그룹 부회장을 교체한 것에 대한 북한의 불만 표시이자, ‘현정은 회장 길들이기’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이산가족 면회소 착공식에 북측 아태평화위원회 관계자들이 아예 참석하지 않아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고, 현정은 회장이 북측 출입사무소(CIQ)를 통과할 때는 관례와 다르게 핸드백까지 검사하는 ‘창피’를 주었다.
 
이런 식으로 격하했다가, 갑자기 끌어올림으로써 길들이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다.
 
북한은 정동영 장관 취임 후 2004년 7월 탈북자 468명의 집단입국 등을 이유로 정 장관을 거칠게 비난했다.
 
북한은 정동영 장관에게 “인간추물”이라는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임기 중 한 번도 평양 땅을 밟지 못한 통일부 장관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우리 언론들은 북한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정 장관을 초기에 길들여 제압하려 한다고 해석했다.
 
정 장관이 개성공단 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여 연설을 할 때에는 북측 인사들이 자리에서 떠나는 노골적인 모욕을 주기도 했다.
 
정 장관을 철저히 무시해오던 북한은 2005년 6.15 행사를 기점으로 태도를 바꿔 정 장관을 띄워주기 시작했으며 6월16일에는 사전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김정일 앞으로 데려갔다.
 
감격에 겨웠던 정 장관은 남한에 돌아와, 상기된 표정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시원시원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렇게 김정일을 기준으로 하여 격상과 격하의 의미를 보여줌으로써 김정일에 대한 신비감을 조성하고 김정일을 만나는 것 자체를 ‘영광’으로 여기게 만든다.
 
북한 2008년 3월29일 김태영 합참의장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개발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의원 질문에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은 김태영 의장 발언에 대해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보내 “김 의장이 발언을 취소·사과하지 않으면 남측 당국자들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전면 차단할 것”이라고 떼를 썼다.
 
북측의 진짜 의도는 계속 시빗거리를 만들어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데 있었다. 자신들은 같은 민족의 머리 위에 핵폭탄을 흔들어대고 있으면서 위협을 당하는 쪽의 마지막 자위(自衛) 방침을 비난하고 있으니 어불성설이 따로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미면 어때”,“북한의 핵 보유가 일리가 있다”라는 말이 결국 남한이 북한의 ‘시비걸기’ 에 속수무책 당하는 근원이 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018년 1월23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2월8일을 조선인민군 창건일로 할 데 대한 결정서를 22일 발표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맞춰서 열병식을 진행하려는 것은 평화적인 수단으로 유화책을 쓰면서도 남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고춧가루 뿌리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2018년 1월29일 북한은 남한내 언론들의 보도행태를 이유로 2월4일 금강산에서 열기로 했던 남북 합동 문화예술공연을 일방적인 통보로 취소시켰다.

북한은 남측 언론이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를 건다면서 불만을 나타냈다. 내부의 경축행사란 북한이 건군절로 새로 지정한 오는 2월8일 실시할 대규모 열병식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남한 정부와 여론을 길들이려는 의도로 마음만 먹으면 평창올림픽의 평화 모드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참고자료

■ “현송월 보내놓고… 핵무력완성 우표 낸 북한”, 조선일보, 2018년 1월22일.
■ “북한 시비걸기에 담대하고도 지혜로운 대응을”, 2008년 3월31일,NK조선
■ “北, 남한 길들이기 해부”,데일리NK.2005년 9월6일
 
<계속>


전영준  dugs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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