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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곤충으로 미래의 식량 문제 해결
이종호 | 승인 2015.09.13 19:42

   
▲ 곤충.사진@원주곤충마을박물관
한국인이 좋아하는 번데기 음식이 세계를 석권할 날도 멀지 않아

[이종호 과학국가박사]여러 국가를 방문할 기회가 비교적 많은 필자는, 처음 방문한 나라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국립박물관을 제일 먼저 찾는다. 어느 나라나 국립박물관은 그 나라가 자랑할 만한 유산과 예술품들을 체계적으로 전시하고 있으므로 잘 모르는 나라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최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각 국의 국립박물관을 볼 때마다 이제까지 알지 못하던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감명을 받곤 했다. 세계는 생각보다 넓다.

그러나 박물관만 보고 그 나라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그들이 무엇을 먹고 사느냐에 흥미를 느낀다. 식생활이야말로 그들의 문화와 전통,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제일 먼저 한국의 특식 즉 별미가 무엇이냐고 묻는 이유이다.

인도차이나 반도 등을 비롯하여 많은 나라를 방문하면서 놀라는 것은 곳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곤충들이다. 종류만 해도 놀랍다. 거미, 매미, 귀뚜라미, 메뚜기, 바퀴벌레, 딱정벌레, 물방개, 땅강아지, 전갈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곤충들이 판매되고 있는데 크기가 손가락보다도 큰 것도 있다. 대체로 튀김으로 먹는데 날로 먹기도 한다. 곤충에 따라 먹는 방법도 달라 다리, 껍질, 머리 등을 떼기도 한다. 바퀴벌레나 거미를 먹는다니 징그럽다고 할지 모르지만 내륙 지방에서 단백질을 공급하는 영양원으로 이들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곤충을 주된 음식으로 사용한 예는 고대 문헌에 수없이 나온다. 그리스에서는 메뚜기를 최상으로 여겼고 로마 시대에는 풍뎅이와 사슴벌레 요리를 별미로 여겼다. FAO(세계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중남미·아시아 등 90개여 국에서 개미·굼벵이·메뚜기·전갈 등 1400여종의 곤충과 연충을 먹는다고 밝혔다. 엽기로 생각하겠지만 곤충이 식탁에 오르는 것은 선진국들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많은 곳에서 전갈요리가 팔리고 호주에서는 나방 애벌레를 튀겨 식물성 기름이나 크림·치즈에 곁들여 먹는다. 독이 있는 전갈을 어떻게 먹느냐고 하겠지만 전갈이 죽으면 독성이 사라지므로 식용의 위험은 전혀 없다고 한다. 또 일본에서도 꿀벌의 애벌레나 메뚜기,·귀뚜라미를 식용하는 곳이 많이 있다. 이밖에 태국에서는 레몬 주스보다 개미 주스가 더욱 인기를 끌고 있으며, 중국은 못 먹는 곤충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곤충들을 식탁에 올린다. 한마디로 한국의 메뚜기, 번데기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은 그 맛을 이해할 것이다.

현재 동물은 최하등 동물인 아메바에서 최고등동물인 인간까지 약 150∼200만 종 이상으로 추정하는데 그 중 80퍼센트가 곤충으로 분류되지만 이 숫자도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곤충의 실제 수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으로 추정한다. 곤충은 육상과 민물의 거의 모든 곳에 발견되지만 대양에 사는 종은 아주 드문데 원래 곤충의 고향은 바다이다.

약 5억 년 전 고생대인 캄브리아기(5억4000만~4억9000만 년 전)에 최초의 육상식물인 이끼류가 대륙의 강가와 바닷가에 상륙하기 시작하였고 곧이어 곤충들이 상륙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육지에 상륙하자마자 엄청난 진화를 거쳐 폭발적인 다양성을 가지면서 지상을 석권한다.

그들이 지상에서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바다 속에 살던 절지동물이 갑옷 속에 몸을 집어넣도록 변화되면서 건조한 지역에서도 살 수 있는 형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즉 건조한 공기 속에서도 탈수되지 않도록 몸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들이 상륙한 육지는 그야말로 생존여건이 매우 좋았다. 우선 소수의 종이 육상에 살고 있는데다 대부분 날아다닐 수 있는 능력을 얻음으로써 잠재적인 포식자로부터 쉽게 도망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넘기 어려운 생존의 경계를 쉽게 넘어갈 수 있었으므로 지구상에서 우점 동물 그룹으로서 자리매김한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퀴벌레는 고생대 석탄기(3억6000만~2억9000만 년 전)에 나타나 지금까지 살아있는 화석과 같은 생물이다. ‘살아있는 화석(Living fossil)’ 또는 ‘화석생물’이라는 용어는 다윈이 처음으로 사용했는데 이들은 진화속도가 매우 느려 오랜 지질시대 동안 속성이 거의 변하지 않고 생존하고 있다. 잠자리도 바퀴벌레에 못지 않게 오래전부터 지구상에 살아왔다.

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지구에서 일어난 수많은 격변 속에서 다른 동물들은 거의 대부분 멸종했는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곤충들은 태고부터 지금까지 장구한 시간 동안 멸종되지 않고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한 종의 생존기간을 약 400만 년으로 간주하는데 바퀴벌레 등 수많은 곤충들이 몇 억 년이나 지구상에 살고 있다는 것은 자신들에게 닥치는 각가지 악조건에 대항하면서 다른 생물들이 갖지 못한 특수한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곤충의 특성은 추우면 땅속이나 목재 속으로 들어가면 되고 상황에 따라 추워지면 알이나 번데기의 형태로 월동하기도 한다. 아무리 폭풍이 분다하더라도 나무의 바람이 불어 가는 쪽에 있으면 바람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큰 비가 내리더라도 나무 잎사귀의 아래쪽에 있으면 빗방울 하나 스치는 일이 없다. 이들 비밀을 인간이 유용한 부분에 접목시키는 연구가 활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실을 토하는 거미나 누에, 어떤 열악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바퀴벌레, 인간이 만든 어떤 소재보다 가벼우면서 단단한 껍질을 갖고 있는 딱정벌레 등 수많은 곤충이 인간들의 연구대상이다.

그러나 근래 곤충이 각광을 받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그동안 경원시하던 곤충을 식량으로 사용하면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노하우가 곤충 몸 속에 저장되어 있는 영양소 등을 먹으면 인간에게 커다란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식용곤충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우선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B가 많다. 또한 저지방이며, 철분 및 아연과 같은 미네랄이 풍부하다. 생산 면에서도 많은 장점이 있다. 곤충들은 냉혈이기 때문에 돼지나 소와 같이 체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먹이를 많이 소비하지 않으며 작은 면적에서 많은 숫자를 키울 수 있다.

사료 20kg으로 소고기는 2kg, 돼지고기는 6kg, 그리고 닭고기는 10kg을 만들 수 있지만, 곤충은 12kg를 얻을 수 있다. 막스 크라이버 박사가 10t의 건초를 체중 500㎏의 소 두 마리와 체중 1g짜리 메뚜기 100만 마리(총체중은 1t으로 같다)의 먹이를 비교한 결과 메뚜기의 생산성이 5배라고 발표했다. 더구나 곤충들은 가축보다 물을 덜 소비하므로 키우기 쉬울 뿐더러 지독한 오염물질인 배설물도 덜 분비하는 것도 장점이다. 가축을 사육할 때보다 메탄가스 배출량이 10배줄고 산화질소 배출량도 300배나 적다고 알려진다.

곤충을 식용화 할 때의 장점은 곤충들은 모두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축의 경우 가공처리 후 먹지 못하고 버리는 부분이 돼지는 30%, 닭은 35%, 소는 45% 그리고 양은 65%나 되지만 곤충은 먹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100%를 먹을 수 있다. 한마디로 영양학자들은 돼지, 소, 닭, 오리보다 영양가가 더 높다고 말한다. 건조된 유충(애벌레) 100그램에는 약 53그램의 단백질과 15퍼센트, 17퍼센트의 탄수화물이 함유되어 있으며 430킬로칼로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충 100g이면 사람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미네랄과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러운 곤충을 어떻게 먹느냐고 말하겠지만 진실은 정 반대다. 일부 곤충들이 세균을 옮기기는 하지만 수많은 곤충 중 0.5% 만이 인간을 비롯하여 농작물에 해를 끼치며 다수의 곤충은 인체에 치명적인 병원균을 갖고 있지 않아 소․개․돼지보다도 덜 해롭다고 한다. 국립수목원 변봉규 박사는 모기․파리․구더기 등은 개체수가 많고 더러운 곳에 살지만 다수의 곤충은 숲 등 자연적인 생태계에 살고 있으므로 모두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곤충이 인간의 식생활을 담당한다면 바퀴벌레 햄버거, 매미 샌드위치, 거미 만두, 곤충 스파게티, 굼벵이 빈대떡 등도 등장할 지 모른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번데기 음식이 세계를 석권할 날도 멀지 않을 것 같다.

참고문헌

『생명 생물의 과학』, 윌리엄 K. 푸르브, 교보문고, 2003
「미서 벌레 아이스크림 판다는데」, 곽창렬, 조선일보, 2008.02.16
「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불가사리」, 이두석, 사이언스타임스, 2004.03.11

   
 
■ 이종호 과학국가박사

1948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 취득. 1982년 과학기술처의 유치 대상 해외 과학자로 선정돼 프랑스에서 귀국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기.

'노벨상이 만든 세상',‘로마제국의정복자 아틸라는 한민족’등 85권의 과학 도서를 저술했다. 현재는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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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mystery123@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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