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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트럼프의 원전은 한국(2)
이종호 | 승인 2015.06.07 15:21

   
 
고스톱을 비난하거나 옹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박이 무엇인지, 투기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고스톱 도박론>

[이종호 과학국가박사]고스톱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화투를 놀음이나 도박의 대명사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래 화투놀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화투가 조선시대 말에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후 재산도 제법 있고 글자깨나 깨친 신지식인들이 마땅한 일자리가 없자 주로 기생집을 전전하면서 화투치기를 즐겼다. 기생집에서 소위 하이칼라들이 즐겼던 ‘주색잡기’의 도구가 바로 화투놀이였다.

당시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던 농민들에게는 잘난 척하는 지식인 하이칼라들의 주색잡기가 예쁘게 보였을 이가 없다. 농사철에는 밤낮 농사일에 시달리고 농한기에는 새끼를 꼬거나 짚신을 삼는 등 늘 생활고에 시달리는 농민들에게 화투놀이는 딴 세상 사람들이 하는 놀이였다.

그러나 개화시대에 국민의 대다수로부터 비난을 받던 화투가 현대에 들어와서도 똑 같은 비난을 받아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농민이든 상인이든 봉급생활자이든 학생이든 시간만 있으면 화투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스톱은 소규모 모임에서 여흥으로 이용된다. 고스톱은 이제 하이칼라의 주색잡기가 아니라 일반 대중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소도구가 된 것이다.

고스톱을 비난하거나 옹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박이 무엇인지, 투기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도박 즉 놀음은 ‘돈이나 재물을 걸고 따먹기를 하는 행위’로 ‘일시적 오락에 불과한 때를 제외하고는 형법상 범죄’가 된다. 도박은 돈 따먹기를 일시적인 놀이로 삼지 않고 직업적으로 즉 재산증식의 목적이나 생계유지의 수단으로 할 때 범죄행위로 간주된다.

일반적으로 도박을 불법으로 간주하지만 도박의 특징은 도박을 하는 놀이의 종목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사위, 카드, 마작, 당구, 장기, 테니스, 볼링, 골프 등 어느 것도 돈을 걸고 직업적으로 하면 노름이자 도박으로 간주되어 형법상 범죄가 성립된다. 거액의 돈 내기 골퍼나 거리의 장기꾼들은 단속의 대상이 된다.

반면 공공 장소에서의 도박을 합법화한 것을 상업적 게임이라고 하며 그 대표적인 것이 복권, 경마, 카지노 등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성행하고 있는 것이 복권이며 그 다음이 카지노이지만 한 편에서는 불법이 되고 다른 한 편에서는 합법이 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한국의 경우 외국인만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가 전국적으로 13곳이 있으며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가 강원도 폐광지역에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서 카지노란 관광진흥법 제3조 1항의 5호에 의하면 ‘전용영업장을 갖추고 주사위‧트럼프‧슬롯머신 등 특정한 기구 등을 이용하여 우연한 결과에 따라 특정인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주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손실을 주는 행위 등을 하는 업’으로 규정되어있다. 도박의 일종인 카지노가 합법화됐든 안됐든 득을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도박은 자신이 득을 보기 위해서는 타인이 손해를 보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한 직업적으로 도박을 업으로 삼을 경우 결국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인정하기 때문에 도박을 불법으로 간주하며 특별히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상업적 게임으로 합법적인 도박을 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고스톱이 다른 도박 게임과 다른 것은 종래의 화투놀이인 ‘섰다’나 ‘짓고땡’ 등과 같이 자신의 의지로만 게임을 이끌어 갈 수 없다는 점이다. 최소한 3명이 있어야 하며 4~5명일 경우 선의 위치에 따라 의무적으로 죽어야 한다. 게임의 행방을 점칠 수도 없다. 자신이 아무리 좋은 패를 갖고 많은 점수를 얻고 있더라도 상대방이 순식간에 3점을 얻는다면 게임을 즉시 종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스톱은 구조상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이나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고스톱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이 ‘운칠기삼(運七技三)인데 이는 승부에 있어 운이 70%이고 기술이 30% 작용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고스톱에서는 초보자라도 일방적으로 돈을 잃지 않으며 운만 좋으면 초보자도 계속 선을 잡을 수 있다. 이 때의 운이란 요행수가 아니라 확률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확률은 과학적이고 공정한 것을 뜻함으로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다.

필자의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 필자가 어려서부터 형이라고 부르며 따르던 분이 문상을 왔다.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그는 우리나라에서 몇째 안가는 화투의 명수가 되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옛날부터 우리나라에는 초상이 나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밤을 새며 화투를 쳤는데 그 날은 워낙 대단한 고수가 와서 모두 화투를 포기하고 그 고수의 장기시범을 보기로 했다.

그는 화투를 손바닥에 놓고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한 후 손가락을 펼쳤는데도 화투가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최소 10년 이상 화투를 자기 몸처럼 갖고 다닌다면 화투가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데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놀라운 기술은 상대방이 갖고 있는 화투가 무엇인지를 다 아는 것이다. 그는 화투를 한 번만 돌려도 모든 짝패를 다 기억했다. 그래서 전문 도박판에서는 화투를 한 번만 돌리고 버린다는 것이다. 전문도박꾼들이 도박판을 벌일 때는 수백 벌의 화투를 준비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한국의 도박꾼 중에서는 꽤 유명한데도 화투로 돈을 벌지는 못했다고 고백했다. 도박꾼들은 큰 판에서 돈을 왕창 따도 공돈이 들어온 것 같아 그것을 흥청망청 다 써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리고 워낙 고수들과 화투를 하다보면 돈을 잃는 경우가 많아 결국 알거지가 되기 십상이어서 결국 도박에서 완전히 손을 떼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또한 전문 도박사가 아니라면, 특히 모르는 사람과 화투를 치게 될 때는 가능하면 고스톱을 치라고 조언했다. 고스톱은 규칙상 5광이 모두 들어오거나 상대방의 패를 모두 알아도 이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3점을 먼저 난 후 스톱을 하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사기도박 방지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왕년의 유명한 ‘타짜’ J씨는 낯선 사람과의 카드나 화투놀이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고 있다. 사기도박은 어느 놀이나 게임에도 존재하며 사기도박을 위한 화투에는 컴퓨터 칩까지 내장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고스톱은 카드놀이>

고스톱을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스톱이 카드놀이의 일종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즉 고스톱이라는 놀이는 세계 각 국의 모든 카드놀이가 지니고 있는 보편성을 지니면서 우리 나름대로의 문화적 특성을 갖고 있는 놀이라는 뜻이다.

고스톱에서도 때때로 대형사고가 나기도 한다. 비나 오동 3장이 들어와 흔들고 쓰리고와 피박 등이 겹쳐지면 점수를 곱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판쓸이 했을 때나 설사했을 때 피를 한 장씩 부조하기도 하는데 이런 규칙이 한탕주의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곱으로 계산해준다는 것은 판을 키운다는 뜻이 아니라 점수를 내기 어려운 특별한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패 3장을 들고서도 점수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며 쓰리고를 할 수 있는 경우도 하루 종일 놀이하더라도 두세 번 나올까 말까이다. 곱으로 계산한다는 것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점수를 내었으므로 그 공로를 인정해준다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이다.

더구나 어쩌다가 운이 좋아 대형사고를 쳤다고 하더라도 판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매우 큰 대형사고로 판을 이겼다고 해도 놀이는 계속되며 게임이 역전되어 잃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므로 고스톱을 복권이나 경마와 같이 ‘한판’, ‘한판’으로 승부를 거는 것과 동일한 선상에서 보는 것은 큰 착오이다. 복권당첨처럼 일확천금을 보장하거나 슬로트머신처럼 큰 배당을 받는 것도 아님을 볼 때 고스톱을 도박으로 치부하는 것은 무리이다.

고스톱을 치다보면 판쓸이가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든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판쓸이를 할 경우 상황을 극적으로 변모시키는데 이 판쓸이는 우연성이 개제되어야 가능한, 아주 어려운 상황에서 일어난다. 설사를 먹어올 때 1장씩 부조하는 것도 설사를 견제하는 구실을 한다.

먹는 것에 눈이 멀어 욕심을 부리다 보면 설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경고이다. 설사규칙은 화투치는 당사자가 현실 감각을 갖게 유도하기 위한 규칙이지 빈익빈 부익부를 조성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낙장불입’은 사회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일을 알려준다. 순간의 실수가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우리의 인생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비풍초똥팔삼’은 우리가 살면서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할 때 우선순위를 가르쳐줌으로써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준다.

더구나 ‘고’는 인생은 승부라는 것을 가르쳐 도전정신을 배가시키고 배짱을 길러준다. 반면에 ‘스톱’은 미래의 위험을 내다볼 수 있는 예측력을 가르쳐주며 안정된 투자와 신중한 판단력을 증진시키며 미래의 위험을 내다볼 수 있는 예측력을 가르친다. ‘나 가리’도 흥미있는 규칙이다. 인생은 곧 ‘나 가리’라는 허무를 깨닫게 해주어 그 어려운 ‘노장사상(老莊思想, 도가의 중심인물인 노자(老子)와 장자(莊子)에 의하여 형성된 사상)’을 단번에 이해하게 한다.

‘퉁’은 선을 잡지 못하는 경우에도 희망을 갖게 하는 한가지 수단이 있음을 알려준다. ‘광팔기’도 독특하다. ‘광팔기’는 불우이웃돕기와 재건의 신호이다. 반면에 ‘광박’은 상당한 인생살이 의미를 갖고 있다. 광 하나는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뜻인데 인생은 결국 힘 있는 사람이 이긴다는 무서운 사실을 가르쳐준다. 광이 힘이라는 사실을 깨우치게 해서 최소한 자기 자신에게 광 즉 실력 하나는 갖고 있어야 인생에서 실패하지 않음을 깨우쳐 준다.

그러므로 서양의 트럼프는 고상한 놀이로 생각하면서 고스톱은 투기로 몰아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국제선 비행기를 이용할 때 안내원들이 손님들에게 트럼프나 화투를 나누어주기도 한다. 이 때 트럼프나 화투를 주는 것이 투기나 도박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님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트럼프와 화투는 항공기 내에서 여가선용에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고스톱에서 가장 특이한 규칙은 무엇보다도 피가 특별히 존중받는다는 사실이다. 종래의 화투 즉 민화투는 광과 열, 띠가 차례로 20점, 10점, 5점을 받게 되며 가장 많은 장수를 갖고 있는 피는 점수와 상관이 없다. 점수도 띠, 열, 광이 곱으로 늘어나 소위 지체가 높을수록 점수를 많이 받는다. 민화투는 단적으로 신분을 차별하는 봉건사회를 나타낸다.

특히 민화투에서의 피는 띠, 열, 광을 벌어들이는데 동원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못 가진 자 즉 상놈의 역할은 가진 자(양반)의 재산을 증식시키는 구실을 할 뿐이다. 반면 고스톱은 피, 띠, 열, 광끼리 모아서 계산한다. 각 패가 나름대로의 점수를 지니고 있는 동시에 일정한 기준에 이를 때 비로소 1점이라는 자격을 얻는다. 즉 피는 10장, 띠와 열은 5장이 1점이며 광은 제각기 1점이다.

그러나 고스톱은 아주 절묘한 규칙을 갖고 있다. 고스톱은 피가 가장 불리할 것 같지만 실은 가장 유리하다. 피가 유리하다는 것은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스톱을 부르려면 광은 3장, 열과 띠는 7장, 피는 12장을 모아야 한다. 그런데 광은 모두 5장임으로 60%, 열은 9장임으로 77.8%, 띠는 10장으로 70%를 가져와야 하지만 피는 24장이어서 50%만 먹으면 된다. 고스톱을 칠 때 피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이 때문이다.

광의 경우는 60%만 먹으면 됨으로 열과 띠보다 수월하게 점수가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도 절묘한 규칙이 있다. 즉 비광이 포함되는 경우는 3장을 먹어도 2장으로 간주한다. 적어도 광으로 3점을 나려면 비광을 제외한 광 4장 중에서 3장을 가져와야 하므로 비광을 포함할 경우 5장에서 4장 즉 80%를 가져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피를 우대한다는 규칙이야말로 고스톱이 국민의 다수를 이루는 민중에게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국민적 오락거리로 변했음을 뜻한다. 피박이 생긴 것도 민중의식을 대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피박’의 규칙은 누구든지 기본적으로 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뜻한다. 바가지를 써도 크게 쓴다. 민중을 우습게 여겨서는 어떤 경우든 곤란하다는 의식이 철저하게 포함된 것이 피박임을 알 수 있다.

고스톱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규칙은 승부를 가리지 않고 중도에서 포기하게 만드는 ‘쇼당’이다. 즉 다른 두 사람이 점수가 날 수 있는 패를 갖고 있는 경우 나머지 한 사람이 쇼당이라 하여 승부의 포기를 요청하는 것이다. 쇼당을 거는 사람은 두 사람의 승부에 중재를 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때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중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바가지를 쓰기 십상이다. 이것이 바로 여타 투기나 도박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큰 증거 중의 하나이다. 어떤 투기도 중재나 화해가 통용되지 않는다.

‘독박’이라는 제도도 매우 의미심장하다. 독박은 특정한 사람이 점수가 날 패를 의도적으로 던져주는 등 불공정 놀이를 하는 사람을 견제하기 위한 규칙이다. 고스톱에서 이런 불공정행위가 인정되면 두 사람이 짜고 한 사람을 궁지에 몰 수도 있고 특정한 사람이 계속해서 돈을 딸 수도 있다.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이 가능한 것이다. 말하자면 정경유착이나 권력에 아부하는 형태인데 민중의 놀이판에서 이러한 부조리가 인정될 리 없다. 즉 독박 규칙은 부정을 저지른 사람이 책임을 지라는 뜻으로 그야말로 정의롭게 살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계속)

참고문헌 :
「고스톱에도 삶의 지혜가… 우하하하!」, 박현수, 문화일보, 2009.01.22

■ 이종호 과학국가박사 

   
 
1948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 취득. 1982년 과학기술처의 유치 대상 해외 과학자로 선정돼 프랑스에서 귀국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기. 

'노벨상이 만든 세상',‘로마제국의정복자 아틸라는 한민족’등 85권의 과학 도서를 저술했다. 현재는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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