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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사진@온라인커뮤니티 | ||
[이종호 과학국가박사]인터넷에서 일부 도박 고스톱으로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기는 하지만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이것은 한마디로 고스톱에 따른 폐해가 그다지 크지 않아 큰 문제점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고스톱에 대한 한국인의 반응이 어떻게 변했는가는 대부분의 상가에서조차 고스톱 치는 장면을 볼 수 없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언론매체는 고스톱을 고운 눈으로 보지 않았다. 자리만 있으면 아무데고 앉아서 고스톱을 치는 모습이 외부 사람들에게 좋게 보일리가 없다. 언론에서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한국인 모두 도박꾼으로 매도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였다.
이런 비난은 고스톱이 사람을 놓아주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흡인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스불을 틀어놓은 채 고스톱을 치다가 폭발하여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일도 있고 도둑이 들었는데도 몰랐다는 우스개 소리 같은 일도 벌어진다. 실로 고스톱 도박에 빠져 가정이 파탄되고 심지어 조상이 묻힌 선산까지 팔아먹는 사례가 비일비재했음은 사실이다.
고스톱은 가끔 인명피해를 불러오기도 했다. 1984년 6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서 버스와 봉고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원인은 놀랍게도 봉고차 안에서 벌어진 고스톱 판 때문이었다. 운전기사가 동료에게 투자를 했는데 자기편이 ‘쓰리고’에 ‘흔들어 피박’을 당하자 그만 충격을 받고 운전 실수를 하여 대형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언론 매체가 부정적인 측면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탓에 고스톱을 치는 사람들은 천박한 노름꾼으로 간주되기가 일수이다. 또한 고스톱을 망국병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고스톱을 강하게 비판하면 할수록 자신의 도덕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서양식 카드놀이는 그냥 눈감아 주고 있다.
고스톱을 거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우선 화투가 일본 것이라는 데 있다. 일본의 퇴폐적인 화투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민족적 위신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더구나 고스톱을 도박이나 노름의 일환이므로 한탕주의 사행심을 조장하는 투기라고 부각시킨다. 고스톱의 규칙 중 ‘피박’이나 ‘멍텅’, ‘설사’, ‘쓰리고’ 같은 변형규칙은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는 유한층의 놀이라고 비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 중 약 90%가 고스톱을 친 적이 있고 70%가 평소 이를 즐기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현재도 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에서 인기 오락은 고스톱이 상위를 점한다.
그러나 고스톱을 치는 화투와 카드놀이에 쓰이는 트럼프의 뿌리가 우리나라의 전통놀이인 투전(鬪錢)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면 화투와 카드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상당한 정도까지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일부 학자들은 고스톱이 세계인이 즐기는 오락 중에서 가장 과학적일지도 모른다며 고스톱의 누명은 벗겨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화투놀이가 성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이 단순하여 누구든지 쉽게 규칙을 익힐 수 있고 또 놀이가 상당히 재미도 있다. 수학적으로 머리를 쓰면서 게임의 승부를 예측하는 묘미도 곁들여져 상대방의 허점도 찔러보면서 자신의 승리를 시도한다. 일종의 지혜 겨루기이지만 생각지 못한 운과 불운이 겹쳐져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트럼프의 발상지는 한국>
우리나라에서 화투놀이가 성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이 단순하여 누구든지 쉽게 규칙을 익힐 수 있고 또 놀이가 상당히 재미도 있다. 수학적으로 머리를 쓰면서 게임의 승부를 예측하는 묘미도 곁들여져 상대방의 허점도 찔러보면서 자신의 승리를 시도한다. 일종의 지혜 겨루기이지만 생각지 못한 운과 불운이 겹쳐져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에 매달리는 것이다.
화투놀이는 여러 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애용되고 있는 것은 고스톱이다. 한 주간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스톱 인구는 2000만 명으로 한국인구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고스톱이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놀이 중의 하나라는 말이 결코 과장은 아닌 셈이다.
화투가 일본에서 들어 왔다는 것은 많은 학자들이 수긍하고 있다. 이상옥은 화투가 19세기경에 대마도 상인들이 장사를 하러 우리나라를 내왕하면서 퍼트린 것으로 보았다.
1893년에 뉴욕에서 출간된 『악마의 그림책』에 따르면 화투는 일본인에 의해 창안되었다고 적혀있다. 이 책에는 화투놀이가 상세하게 기록되어있다. 구석경은 1818년부터 1943년까지 화투가 일본을 거쳐서 우리나라에 게임의 형식으로 유포되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화투는 일본 고유의 것이 아니다. 16세기에 포르투갈 상인들이 서양식 카드 즉 ‘가루다’를 도입했는데 이를 일본화한 것이 화투이다. 카드의 포르투갈 말인 ‘카르타’에서 ‘가루다’란 말이 생긴 것으로 일본학자들도 화투를 일본의 외래문화 수용의 표본으로 자랑까지 한다.
화투가 태어난 내력은 일본에서도 처음에는 트럼프를 그대로 사용했는데 이 놀이가 너무 널리 퍼지므로 정부에서 금지령을 내리자 이 금지령을 피해 만든 것이 곧 화투이다. 모방과 변형의 천재인 일본인들이 트럼프의 하트‧다이아몬드‧클로버‧스페이드의 네 기호와 숫자를 변형시켜 춘하추동(春夏秋冬)의 화조풍월(花鳥風月)로 바꾼 것이다.
트럼프의 기원을 보면 상당히 놀라운 면을 볼 수 있다. 우선 트럼프의 기원에 대해 정확한 학설이 없다. 트럼프의 기원을 이집트로 보는 학자도 있고 인도로부터 서양장기(장기도 인도에서 발명되었다는 설이 유력)인 체스와 함께 유입되었다는 학자도 있다.
엽자(葉子)라는 트럼프의 일종이 중국에 갔던 수도사들에 의해 13세기에 유럽으로 전해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규태는 우선 유럽에 카드가 들어 온 것은 1300년경으로 이탈리아 중부도시 시에나에서 유래되었다는데 주목했다.
여하튼 일단 트럼프가 13세기에 중세 유럽에 도착해 영국을 거쳐 곧바로 프랑스로 넘어갔으며 13세기 말에는 독일로 퍼졌고 14세기 후반에 전 유럽으로 확산됐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14세기 말부터 유럽에서는 현재의 트럼프와 동일한 카드가 인기를 끌었다. 당시 카드의 병폐가 어찌나 심했던지 ‘악마가 발명한 인간 타락 도구’라는 글이 남아 있을 정도였다.
카드는 14세기까지 손으로 그렸으므로 값이 매우 비싸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놀이가 아니었으나 15세기부터 목판인쇄로 대량 생산이 되면서 값이 싸져 일반인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카드의 형태는 19세기 말 영국에서 네 귀를 둥글게 하고 그림도 상하에 같은 그림을 대칭으로 넣고 1벌 52장에 조커를 보탬으로써 완성되었다.
<트럼프의 시조 투전?>
근래의 연구는 놀랍게도 화투는 물론 트럼프의 뿌리가 우리나라의 전통놀이인 투전(鬪錢)에서 비롯되었다는 추정이다. 이규태는 『도박백과』의 저자 P. 아널드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카드놀이를 한 것은 한국인이며 그 중에서도 화살그림을 그린 갸름한 투전이 카드의 시조라고 설명했음을 적었다.
미국의 부르클린 박물관장인 S. 크린도 극동 여러 나라의 놀이를 조사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투전을 서양카드의 뿌리로 추정했다. 투전이 길쭉한 종이로 되어 있는데다 손에 들고 펼치는 모양이 카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B. 아네스도 최초의 카드는 한국의 투전 또는 중국의 화폐나 인도의 장기라고 말했다.
이들 세 학자의 고증이나 추정이 맞을 경우 한국의 투전이 700년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본국으로 돌아온 셈이다.
고스톱의 첫 비난거리는 화투의 그림이 일본문화의 반영이라는 점인데 한국의 투전이 화투나 트럼프의 원류라고 생각한다면 그 같은 비난은 독기가 빠질 것이다. 투전이 트럼프로, 트럼프가 화투로 변형되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면 이것은 한국 오락문화의 창의성을 보는 것 같아 오히려 자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투전은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실내오락 중의 하나이다. 두꺼운 종이로 15센티미터 길이에 폭 1.5센티미터 정도의 길이로 만들어 한 면에 인물‧새‧짐승‧물고기‧벌레 등의 그림이나 글귀를 적어 끗수를 표하고 60장 혹은 80장이 한 벌이나 40장을 가지고도 할 수 있다.
임재해 박사는 투전 중에서도 ‘소몰이’ 방법이 고스톱 놀이와 구조적으로 흡사하다고 적었으며 이규태도 소몰이에서 ‘이랴’하는 것이 고스톱에서 ‘고’, ‘워’하는 것이 고스톱에서 ‘스톱’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소를 몰고 가는 말이 투전에 그대로 쓰이면서 고스톱과 같은 형태로 변형되었다는 것이다.
투전이 트럼프의 원형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투전이 어떻게 생겼는지 실물을 찾아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노인들을 만날 때마다 투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많은 노인들이 어렸을 때 어른들이 좁고 기다랗게 생긴 종이쪽지를 갖고 놀음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고 대답했다.
투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데 용기를 얻어 실물을 구해보기로 작정하고 인사동과 장안평의 고미술품 상가와 중고품 상점들을 들러보았다. 하나 모두가 그런 물건이 없다고 머리를 저었다. 청계천 8가의 중고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어느 날 인사동에서 조계종으로 가는 길에 조그만 고미술품 가게가 눈에 띠었다. 가게에 들어가 지나가는 말로 투전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가게주인은 놀랍게도 고개를 끄떡이며 얼마 전에 어디엔가 놓아둔걸 보았다면서 조용할 때 이를 찾아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러고 나서 1주일 후 필자는 전화를 걸고 그 가게에 가서 오랫동안 갈망해오던 투전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실물을 보고는 퍽 실망했다. 볼품 없는 두꺼운 종이쪽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투전을 구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상점 주인의 엄포도 있어 퍽 비싼 듯 했지만 얼른 사버렸다. (계속)
참고문헌 :
『고스톱과 트럼프』, 구석경, 고려문화사, 1991
『한국민속과 오늘의 문화』, 임재해, 지식산업사, 1995
『고스톱 손자병법』, 이호광, 서울출판사, 1999
『고스톱백과』, 이호광, 보성출판사, 2000
『신토불이 우리 문화유산』, 이종호, 한문화,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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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호 과학국가박사
'노벨상이 만든 세상',‘로마제국의정복자 아틸라는 한민족’등 85권의 과학 도서를 저술했다. 현재는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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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한국닷컴, BLUEKOREADOT
이종호 mystery123@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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