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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은 법질서의 대원칙에서 이뤄져야
안호원 | 승인 2013.02.01 17:07

법에 대한 신뢰를 해칠 우려가 큰 사면을 헌법이 인정한다는 건 법률과 재판의 불안전성을 보완하고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 때문이다.

   
▲ 안호원 칼럼위원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심리학자 에릭 프롬(Erich   Fromm)은 현대사회를 ‘물질을 사랑하고 사람을 이용하는(Love things, Use Person) 시대’라고 했다. 우리 시대의 온갖 병폐가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런 시대의 병폐가 치료되려면 물질보다 사람을 먼저 사랑하고 물질을 이용하는(Love Person, Use things)시대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이 부분에서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위대한 교육자 페스탈로치의 묘비.다.

“모든 것을 주고 하나도 가져가지 않은 사람의 묘” 성경에도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 복을 받는다고 기록되어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간은 지나친 탐욕으로 인해 평생을 쌓아온 업적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눈(雪)은 손에 꽉 쥐고 있으면 녹아서 물이 된다. 지나친 탐욕으로 소유하려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를 한 달 남짓 남긴 시점에서 임기 말 특별 사면을 강행하면서 뒷말이 많다. 신구(新舊)권력 간의 정치적 허니문이 끝난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한 인수위원측과 여야 할 것 없이 특별 사면을 공개적으로 ‘권한 남용’이라며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측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진 역대 정부 중 가장 적은 특사라고 맞받아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모 일간지는 이를 두고 ‘이 정부와 박 당선자가 짜고 치는 고스톱 이젠 그만’이라는 만평까지 실은 바 있다. 예상했던 대로 이번 특사에는 고령이자 이 대통령의 공신이며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 나모여행 회장이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더 가중되고 있다.

이에 앞서 박 당선인은 “국민 정서에 배치되니 신중해 달라”는 표현으로 완곡하게 만류하는 듯한, 뉴앙스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특별사면을 단행하자 “측근을 구제하기 위해 백화점의 미끼 상품 끼워 팔기처럼 사면을 단행하는 것은 권한남용이고 국민정서에 거스르는 것”이란 직설적 표현까지 써가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당선인이 인수위원이나 측근의 입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청와대의 입장과 반대되는 의사를 밝힌 건 이례적이 아닐 수 없다. 박 당선인은 대선이 끝난 후 임기 말의 청와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목소리를 높이거나 외부 행사를 갖는 일 등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협정’ 이 깨어지는 분위기다. 4대강 감시결과와 택시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를 거치면서 신ㆍ구 권력간에 금이 가기 시작했는데 이번 특사문제로 정면 충동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노출시키고 있다.

사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사면권이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것은 맞는다. 그러나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알아야 했다. 법에 대한 신뢰를 해칠 우려가 큰 사면을 헌법이 인정한다는 건 법률과 재판의 불안전성을 보완하고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 때문이다.

따라서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거나 당리당략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이를 활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욱이 대통령이 가까운 측근들을 풀어주기 위해 끼워 넣기로 특사를 실시하는 것은 명백한 권한 오남용이요, 법치주의 훼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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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취임 시부터 “제 임기 중 일어난 사회지도층의 권력형 부정과 불법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라도 관용을 베풀지 않은 것”이라며 법질서를 강조해 왔던 분이다. 그런데 이제 임기 말에 와서 ‘특사’를 반대하는 측에 “역대 정부에서도 임기 말마다 있었던 일”이란 식으로 빠져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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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과 관련된 논란은 오늘날뿐만 아니라 가까이에는 조선시대 역사에도 있었던 같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사면(赦免)과 관련된 기록이 총 455건이다. 죄인을 풀어준다는 의미의 사면을 직접 직시한 것 외에도 감형이나 방면 등의 기록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시대의 사면이유는 왕권 강화나 국가의 길흉화복을 비는 과정에서의 시혜적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사면이유로는 ‘왕의 즉위식’ ‘세자 책봉’ ‘왕가의 혼사’ 등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왕이나, 왕비 등 왕족의 건강 이상에 따른 쾌유를 빌거나 국가적 가뭄 등으로 흉년이 들 때 선행을 베풀면서 복을 빌기 위해 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밖에도 새로운 임금이 등극할 때 이를 경축하고 더 나은 치세를 위해 사면을 실시했고 때론 왕이 필요한 시기에 자신의 뜻에 따라 사면을 실시하기도 하는데 이때도 왕의 사면령에 대해 신하들이 부당함을 상소하는 등 심한 반대에 부딪쳐 왕이 철회를 한 경우도 볼 수 있다. 사면이 왕명으로 결정되었어도 부당함이 드러나면 사헌부는 이에 대한 충언을 서슴지 않고 간했다.

그 한 예로 세조를 들 수 있는데 세조는 아내를 포악하게 대하고 후처를 둔 최명전과 형제와 다투며 인간의 도리를 제대로 못한 김암이 유배를 당해 있을 때 공신임을 감안, 사면한 것을 사헌부가 석방을 철회하라고 충언을 하자 결국엔 사면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또 국가의 경사스러운 일에 사면령이 내려졌을 때도 백성을 괴롭히고 곡물을 침탈하는 관리는 사면에서 제외토록 하는 간언들이 나왔다.


이미 충언을 외면하고 단행한 사면을 거둬드릴 방법은 없겠지만 과거 우리 선조들은 나라의 틀을 세우기 위해 작은 일에도 원칙을 세우고 명분을 보이는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공직에는 발을 아예 붙이지도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과거 임기 말에 이뤄졌던 특별 사면 관행은 이제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 누가 권력을 잡든 법질서의 대원칙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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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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