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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관 전 서울시재향군인회 회장 | ||
[김병관 칼럼위원. 전 서울시재향군인회 회장]
오대산 적멸보궁은 승천하는 용머리의 정수리에 터를 잡고 있다. 신라의 고승, 자장 율사가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한 후, 석가모니의 진신 사리를 하사받아 이곳을 비롯한 전국 5대 보궁에 봉안을 하였다.
수도승은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이루어져 있는 자신의 육신을 갈아입을 시점이 되면, 산속의 짐승들에게 육신 보시를 하기도 하고, 화장(火葬)하여 순식간에 자연 속으로 환원 시켜 버린다.
화장 후에는 불가사의한 정체인 사리를 남기기도 한다. 석가세존께서도 열반 후 8석 4두나 되는 엄청난 사리를 남겨 세계 곳곳의 사찰에 봉안되어 있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법당을 일컫는다. 그 중에서도 이곳 오대산 적멸보궁은 제일 명당에 위치한 기도 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신성한 명산은 분명 강파른 마음을 부드럽게 품어 안은 모체의 덕(德)을 지니고 있다. 큰 산에 들면 마음이 푸근해 지는 가운데 스스로 미거함을 느꼈고, 나태한 자신을 질책 하는 계기가 되었다.
법당에 들어가 무릎이 으스러지도록 절을 했다. 육체적으로 힘이 드는 만큼 머리가 맑아져 옴을 느낄 수 있었다. 종일 절을 하고 나면 숙소인 동대암까지는 엉금엉금 기었다. 그러나 하룻밤만 자고나면 이상하리만치 거뜬했다.
절(拜)은, 자신을 죽이는 가장 좋은 방편이다. 세상을 향 해 곧추 서있던 아만(我慢)을 버리지 아니하고선 결코 거듭 날 수 없음을 알기까지 얼마나 뼈를 깎는 굴슬(屈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나름껏 갖은 노력을 기울여봤지만 신통치가 않았다. 산이 그리워 산에 들면 외로움에 떨었고, 대중들 틈에선 헛것들을 붙들고 시도 때도 없이 들볶이었다.
보궁을 관리하는 중대암의 큰절 상원사에는 근세의 탁월한 선승이신 탄허당께서 주석하고 계셨다.
부처님의 마음인 선(禪)과 가르침인 교(敎)에 두루 뛰어나신 선사께서는 70여 권이나 되는 많은 저술을 하시고도, 그 무렵엔 무려 십조구만오천사십팔자나 되는 화엄경을 한글로 번역하는 중에 있었다.
아마도 필생의 마지막 역작이 될 이 일에 여력을 다 쏟고 계신 듯했다. 우매한 중생들을 단 하나라도 더 깨우치게 하기 위해 노구의 건강도 아랑곳없이 친히 보살행을 실천하고 계셨던 것이다.
특히 선사께서는 광대한 우주의 운행에 통달하시어 과거를 통해 오늘을 돌아보며 우리 민족의 장래를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갖고 계셨다.
당시만 해도 우리 민족은 분단의 서러움과 피폐한 경제 사정으로 인해 약소국의 설움을 한탄하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냉전시대의 희생물이 되어 이역만리 월남의 정글에서 피를 팔고 있었고, 잘 살아보자는 구호가 방방곡곡 메아리 쳤지만 냉엄한 국제사회의 경쟁에서는 선진 제국의 그늘에 가려 고작 지구촌 한 구석의 작은 분단국가로 소외되어 있었다.
나아갈 갈피마저 못 잡는 조국에 대해 통분과 비애를 추스릴 수 없던 나머지 결국 사미승이 된 나는 바야흐로 민족의 대 웅비를 예고하는 선사의 호쾌한 예언에 솔깃하여 충격과 경악으로 몸을 떨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단 한 번도 남의 나라를 침략하지 않은 백의의 민족은 이제 수난의 역사를 마감하고, 세계를 지배하는 종주국으로 부상할 기점에 도달했다는 말씀에 북받쳐 오르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면서도 일면 전혀 의구심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스님께서는 음양오행사상을 근거로 격동하는 세계 질서의 변화에 대해서 너무도 명쾌한 논리를 펴고 계셨다.
중공과 미국의 관계 정상화는 물론 당시로는 상상조차 어려운 우리나라와 소련·중공의 국교수립을 전망하셨고, 월남전에선 분명 미국이 패망할 것이라는 말씀도 거침없이 하셨다.
당시 일본 홍법원 원장이신 행원숭산 스님께서는 미국이 원자폭탄 하나만 하노이에 투하해 버리면 월맹쯤이야 쑥대밭 이 될 터인데, 상식에 맞지도 않는 말씀일랑 입 밖에 내지 말라고 충고를 하시기까지 했다.
그러나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미국이 국내 반전론자들과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두려워 원폭 투하 등의 극약처방은 엄두도 못낸 채 결국 월남전에서 철수해 버렸을 때, 날카로운 스님의 선견지명에 모두가 아연해 했다.
선사께서는 “이제 우주는 선천시대가 마감되고, 후천개벽 시대가 도래 하면서 물리적인 힘보다는 인간 정신이 지배하는, 즉 도의국가가 건설되어 세계 전체가 한 가정처럼 된다.” 고 하셨다.
인류의 종말론을 부르짖는 여타 종교와는 판이 한 견해였다. 지금까지 98%의 적중률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노스트라다무스가 1999년 7월에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왕림하여 인류를 멸망시킨다고 하여, 한 때 많은 연구기관이 생긴 적도 있다.
지구와 혜성의 충돌, 핵전쟁, 외계의 침입, 심지어 인간이 만든 공해와 분진이 하늘에 뭉쳐 있다가 무중력 상태가 되어 일시에 낙하하여 온 천지를 잿더미로 만든다는 등의 기상천외한 견해까지 대두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선사께서는 기상이변, 지진, 화산폭발, 기아 질병, 국지적인 전쟁 등으로 지구의 대재난은 피할 수 없지만, 어진 마음을 가진 40%정도의 인류는 건재할 것이라고 확신을 하셨다. 선사의 논리는 물 흐르듯 이어졌다.
한 인간의 육체가 바로 우주의 표상이다. 우주의 변화에 앞서 인간이 먼저 변화의 조짐을 보일 것이다.
몸을 가리기에 급급했던 여인들부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며, 우주 또한 초경을 경험한 처녀처럼 큰 진통을 겪으면서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낼 것이다.
우선 기상 이변으로, 지구의 온난화는 가속화될 것이고, 북반구 빙하지대에 화산이 폭발 하여 거대한 빙산을 일거에 녹여 버림으로써 해수가 넘쳐 흘러 일본열도와 미국 서부 해안은 침몰되어 버린다.
지구의 축이라고 하는 한반도는 동·남해안 100리 지점이 침수되며 서해 쪽은 중국과의 육로가 생길 정도로 융기된다.
이로 인해 23.7도 기울어져 있던 지구의 축은 바로 설 것이며, 지금 부터 6천 년 전 복희시대에 만들어진 윤달 윤일도 자동 없어진다.
따라서 인간 속성상 윤도수(閏度數)도 소멸되어 인간이 갖고 있는 비뚤어진 사고가 사라진다.
특히 우리나라 는 주역의 원리상 간방(艮方)으로서 온갖 재난이 밀려오다가 그치는 곳이 되어 최상의 안전지대가 된다.
그리고 많은 정신적인 지도자가 출현하여 세상의 진실을 꿰뚫을 수 있는 최고급 정신문화를 발전시킬 것이며, 삿된 욕심이 끊어진 자리에서 모두가 열반락을 이루는 큰 공부를 실천하여 인류평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도 하셨다.
선사께서는 확신에 찬 논리를 설파하고 계셨지만, 사실 그 당시로선 충격적인 예언에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믿고 싶었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과학적인 근거도 찾고 싶었다. 바닷가에 가서 그곳 노인들에게 옛날 얘기도 들어 보았다.
그들은 전설 속의 예언자처럼 나를 긴장 시켰다. 동해 쪽에는 예전에 있던 섬이 없어졌다 하기도 하고, 서해 쪽에는 현재 소나무가 울창한 산중턱이 옛 뱃머리였다고 하여 뭔가 분명히 변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기상의 변화는 더욱 확실하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삼한사온이 정확했고, 겨울에는 낙동강이 결빙이 되어 자동차가 건너다니기도 하였다.
우리는 썰매를 타고 겨우내 얼음지치기도 했는데, 지금은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지금 세계 도처에서는 지진과 화산이 빈발하고 있고, 북극 빙하가 녹아내리는 사진이 크게 보도되고 있다. 가히 전율 할 일이다.
수치의 상징이었던 배꼽을 드러내는 것도 모자라 이제 여인들은 거의 나신과 다를 바 없는 아슬아슬한 비키니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86년부터 국력이 크게 빛난다던 예언과 같이,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올림픽은 물론 2002년에는 월드컵까지 유치하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세계를 리드할 수많은 영재들이 태어날 것이라고 하신말씀과 같이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눈만 뜨면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박지성, 김연아 K팝의 아이들이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하고 있다.
70년 초에는 감히 상상도 못한 가공할 우주적 기운이 이 땅을 향해 밀려오고 있지만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나라의 지도력이 안타까울 뿐이다. 당시, 선사의 깊은 가르침을 더 받지 못한 것이 애석하기만 하다.
푸른한국닷컴, BLUEKOREADOT
김병관 brightho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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