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도망가다’라는 의미의“토끼다”에서 유래한 토끼라는 동물은 특유의 귀여운 생김새와 연약해 보이는 겉모습 때문에 언제나 사나운 맹수에게 잡아먹히는 그런 약자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나〈토끼와 거북〉이란 서양의 우화(寓話)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교활하고 스스로 잘난체 하다 자기꾐에 빠지는 그런 동물이 또한 토끼이다. 끈기와 인내의 거북과는 반대되는 동물이다. 비록 우스개소리이지만, 여기에서부터 여성과의 교합에서 시간을 오래 끌지 못하는(? ^^) 그런 남자를 토끼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 민족에게 토끼라는 동물은 참으로 친근한 동물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달에는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여겨왔고,〈토끼야〉라는 동요를 통해 활기찬 토끼의 뛰박질을 상상해 왔다. 그리고〈별주부전〉을 통해 토끼의 간(肝)은 꽤나 효험이 있는 신비의 영약으로 여겨져 왔으며, 별주부의 어줍잖은 꾀에 대비되어 토끼는 수(數)가 더 높은 영리한 동물로 여겨져 왔다.
또한 우리가 어렷을 적에는 우리 한반도가 토끼모양을 하고 있다고 여겼으나 이것이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의 유약함을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조작해낸 것이라 결론내리고, 지금은 한반도가 호랑이 모양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중국 고전에서 말하는 토끼 또한 여러 의미가 있다.
흔히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성어에서 말하는 토끼는 어떤 목적이나 지향점을 가리킨다. 그래서 한신(韓信)은 한(漢)이라는 토끼를 잡은 1등공신임에도 유방(劉邦)에게 죽임을 당하는 개 신세가 되고 말았다.
견토지쟁(犬兎之爭)이란 말은 흔히 어부지리(漁父之利)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인데, 여기에서 토끼는 쓸데없고 어리석게 개와 싸움에만 골몰하다 나무꾼에게 개와 함께 잡히는 그런 신세가 되고 있다.
전국시대(戰國時代) 맹상군(孟嘗君)의 고사와 관련된 교토삼굴(狡兎三掘)에서의 토끼는 훗날의 위험을 대비하여 미리미리 준비해 주는 매우 영리하고 주도면밀한 토끼로 그려지고 있다.
항상 정도(正道)를 걷고 원칙(原則)을 중시한다는 박근혜 의원도 이제 진정한 정치꾼이 다 된 듯 하다. 신묘년(辛卯年) 토끼해를 맞아 자신을 토끼에도 비유하고 말이다. 아마도 박근혜 의원은 올해 토끼해가 뭔가 자신에게 찬란한 영광의 문(門)을 열어줄 그러한 한 해라고 여기는 듯 하다. 그래서 다른 후보보다도 먼저 치고 나왔을 것이지만 말이다.
현재 대선후보 중 혼자 나와 1등을 달리고 있는 박근혜 의원은 토끼는 스스로 낸 길로만 다니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만 다닌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기존의 정치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토끼는 남들이 내지 않은 길을 다니는 이유 때문에 토끼가 바로 맹수에게 잘 잡혀 먹기도 한다. 자기만이 만들어놓은 흔적은 예리한 맹수들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영리한 토끼는 이미 안전하게 잘 닦힌 길로도 잘 안잡히고 다니기도 한다.
어찌보면 박근혜 의원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표적이 되는 것도 스스로 안전하다고 믿는 혼자만의 길을 택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박근혜 의원은 여당 국회의원으로 그동안 전혀 여당 의원답지 않은 행보를 보여왔다. 물론 지난 경선의 패배라는 쓰디쓴 경험과 MB 정권 하에서의 운신(運身)의 제약이라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도 하였지만,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아무도 가보지 못한 매우 야당(野黨)스러운 길을 걸어왔다.
이번 대선에 나선 박근혜 의원의 모습 또한 바로 그러하다. 한국의 야당 정치인들이 내세움직한 그런 복지(福祉) 문제나 들고나와 포퓰리즘 논쟁을 유발하더니, 심지어는 한국의 좌파가 신주단지처럼 받드는 6.15 선언 세력들까지 끌어들였다.
아직 어떠한 단정도 예단도 할 수는 없다.
토끼 박근혜 의원의 이러한 개척정신(?)이, 맹수에게 잡아 먹히는 그런 길을 닦아 놓은 것인지, 아니면 정녕 맹수들을 따돌리고 진정한 토끼의 시대를 열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어쨌든간에 토끼가 되어 토끼같은 정치인이 되겠다니, 요리저리 맹수들 틈을 잘 피해서 끝까지 잘 살아남아 아름다운 토끼가 되어 보도록 노력해 보라고 일단 박수 한번 쳐 주겠다.
내년에는 용(龍)의 해이니, 내년 초에는 토끼를 버리고 용(龍)이 되어 대선에서 승리하겠다고 선언할 박근혜 의원의 당찬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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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ldh58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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