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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맞춤형 약으로 질병 치료
이종호 | 승인 2015.08.16 17:54

   
▲ 건강.사진@온라인커뮤니티
맞춤형 약과 함께 개발되고 있는 것이 생체 적합성 고분자플라스틱.

[이종호 과학국가박사]서양의학은 질병의 원인을 병원균의 침투나 내부 기관의 손상에 따른 부작용 등으로 생각하였다.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면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인체에 투여된 약은 장기 내에서 흡수되고 혈관을 따라 각 장기로 분산된 다음 대사 과정을 거쳐 소변으로 배설된다. 문제는 이런 과정 때문에 투여한 약이 질병이 없는 다른 부위에도 전달되므로 병이 없는 건장한 신체 부위를 공격하여 엉뚱한 다른 질병을 일으키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항암제, AIDS 치료제, 치매 치료제 등은 독성이 강하여 다른 건장한 신체 부위에 심한 타격을 준다.

더욱이 의사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같은 치료를 받더라도 사람에 따라 약효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사망률이 높은 암의 경우 환자마다 투여 받는 항암제 일정이나 방법이 다른 것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항암제 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세시대에 유럽을 휩쓴 페스트의 경우 유럽인의 1/3~1/4이 사망했다고 알려지는데 이는 역으로 2/3~3/4에 해당하는 유럽인은 페스트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스트와 같이 전염성이 강한 병일지라도 모든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발병 조건이 다른 것은 물론 치료 조건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 「마이크로 결사대, A Fantastic Voyage」의 주인공은 로봇이다. 단지 일반 SF영화처럼 로봇이 대형화 된 것이 아니라 초소형화 한 점이 다르다.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정상적인 수술로는 치료할 수 없는 뇌장애환자를 위해 실험용 잠수함과 선원 그리고 의료 팀을 미생물 크기로 축소시켜 환자의 혈관에 주입한 후 대동맥을 타고 뇌의 상처 부분까지 항해, 레이저 광선을 통해 환자를 치료하고 눈물을 통해 극적으로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인간이 미생물 크기로 축소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마이크로 결사대」가 보여주려는 깊은 뜻은 사람에 따라 질병이 다르므로 치료 방법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어떤 질병에 대항하는 특효약으로 알려진 약을 투여하더라도 대략 50~60%의 환자들이 반응한다는 대략적 통계를 근거로 환자 및 보호자들에게 약효의 성능을 알려주는 것이 기본이다. 앞에 설명한 페스트의 경우에도 2/3~3/4라는 유럽인이 살았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할 수 있다.

한마디로 아직 어떤 질병을 정확한 약물로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지 않다는 뜻인데 바로 그러한 약을 개발하는 것이 의료진들의 꿈이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모든 질병을 한 번에 퇴치할 수 있는 ‘마법의 탄환’을 개발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간이 워낙 오묘한 동물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 각종 질병을 각개 격파하는 ‘맞춤형 약’으로 전환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문제는 이런 맞춤형 약의 개발이 사람의 상상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이다. 우선 인체 속에 있는 환부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질병에 적합한 약을 보내야 하는데 이것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의사들의 꿈을 이루어줄 수 있는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극미량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포함된 시료를 분석하는 가속기 질량분석(AMS:Accelerator Mass Spectrometer)이다. 인간의 질병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안으로 등장한 AMS는 놀랍게도 의학용이 아니라 고고학 분야에서 생물체의 연대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원자폭탄을 제조하는 ‘맨해튼 계획’에 참가한 리비(Willard Frank Libby)는 원자폭탄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우라늄 동위원소를 분리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탄소에 방사상동위원소인 C12, C13, C14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대기 중에 들어 있는 이산화탄소는 그 대부분이 C12과 C13이고 C14는 지극히 미세한 정도밖에 함유되어 있지 않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에 함유되어 있는 C12의 양을 1이라고 하면 C13의 양은 0.01, C14의 양은 10-12에 지나지 않는데 이 비율은 항상 일정하다. 리비가 착안한 원리는 간단하다. 생물이 죽으면 더 이상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한다.

따라서 죽은 동물, 식물, 박테리아 안의 방사성 탄소인 C14의 경우 베타붕괴에 의해 N14로 바뀌어 그 양이 점점 줄어든다. 반면 C12 또는 C13은 비방사성이므로 유기체가 죽어도 그대로 남아 있다. 다시 말하면 C14 대 C12, C13 비율은 유기체가 죽은 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므로 일단 한번 살아 있던 유기체라면 이 비율을 측정하여 생명체가 언제 죽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리비는 생물체 안에서 반감기가 5730년인 C14 활동량을 감지할 수 있는 대단히 민감한 가이거 계수관(방사능 측정기)을 제작하여 고대 유물들의 연대 측정에 도전했고 이에 성공했다. 그는 이 공로로 196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C14 탄소연대측정법은 고고학 분야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유물들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으므로 매우 유효한 방법이지만 이 방법의 결정적인 단점은 1회 측정에 수 그램의 탄소 시료가 필요하고, 충분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료양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 극미량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정확하게 잴 수는 AMS이다. AMS는 시료 안에 들어 있는 탄소 입자들을 전하를 띠게 한 후 가속시키고 가속된 탄소입자에 자기장을 걸어주어 그 휘는 정도의 차이에 의하여 동위원소를 분리한다. 이 경우 불과 몇 밀리그램(mg)의 탄소 시료로도 정확한 연대측정을 할 수 있다.

AMS로 연대측정만이 아니라 극미량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인체에 투여하여 이를 정확하게 검지할 수 있다는 것이 맞춤형 의약을 개발할 수 있는 핵심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여 특정 질병의 치료약을 개발하고자 할 때 특정 환부 장소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곳에만 치료약이 안전하게 투여될 수 있도록 치료약에 C14 표적을 붙여 위치를 추적하면서 약물 효과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마이크로도징이라고 하는데 마이크로도징은 한 개의 분자 수준의 C14추적자를 라벨화하는 것으로 100㎍ 미만의 극미량으로도 정확하게 추적과 분석이 가능하다. 이는 일반적으로 인체에 무해한 치료 복용량보다 100배 정도 작은 량이므로 임신부, 유아, 노약자에게도 투척이 가능하다. 또한 이때 사용되는 방사능 수치는 고작 200나노 큐리로 방사능에 따른 공포도 없다.

이와 같은 마이크로도징 기법을 사용하면 치료약물에 대한 예측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1회 동물희생을 거쳐 단 2주일간의 관찰만을 요하는 단회 투여 독성시험만으로도 인체 투여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임상 전 테스트에 18개월 소모되던 기간을 4∼6개월로 줄일 수 있으며 신개발 대상약품에 잠복해 있을지 모르는 부작용 등을 사전에 체크할 수 있어 신약 개발에 획기적인 도약을 갖고 올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송종한 박사팀이 2012년 설치되는 6MV-AMS를 사용한 연대측정 및 Bio-AMS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결과가 계속적으로 도출될 예정이다.

맞춤형 약과 함께 개발되고 있는 것이 생체 적합성 고분자플라스틱이다. 생분해성 고분자플라스틱으로 된 캡슐 안에다 약을 넣고 목표 지점인 질병 부위에 도착할 때에 비로소 캡슐이 분해돼 약품이 방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 개념을 보다 보완하는 '스마트 약' 개발도 멀지 않다. 스마트 약이 인체에 들어가면 약이 필요한 목적지로 가서 작용하기 전에 부작용을 사전에 체크한다. 약에 대한 부작용이 없다고 확신이 들 때에 한해서 환부를 정확히 찾아 약품이 투여된다.

참고문헌 :

「항암제, 환자 맞춤형치료제 연구 활발」, 김도연, 불교신문, 2010.07.03
「방사성탄소에 의한 유적유물의 절대년대 측정법에 대한 고찰」, 리윤철, 조선고고학, 1990년 2호
「미라의 나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유상연, 과학향기, 2009.04.01

■ 이종호 과학국가박사

   
 
1948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 취득. 1982년 과학기술처의 유치 대상 해외 과학자로 선정돼 프랑스에서 귀국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기.

'노벨상이 만든 세상',‘로마제국의정복자 아틸라는 한민족’등 85권의 과학 도서를 저술했다. 현재는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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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mystery123@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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