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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유출 파동,일단 대통령의 말 믿어보자
안호원 | 승인 2014.12.10 22:34

   
▲ 안호원 칼럼위원
청와대 문건 유출, 양파껍질 벗기듯 벗겨보지만 결국은......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수필가 겸 시인]세월호 참사로 인한 논란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한숨을 돌리는 가 했는데 느닷없이 ‘정윤회 문건 파동’ 이 터지면서 국정 상황이 급변하는 등 야당이 대통령을 향해 비난을 쏟아 붙고 있다.

진돗개와 감시견(犬) 이 물고 뜯는 모습을 본 잡견들이 내용도 제대로 모르면서 덩달아 마구 짖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역대 정권을 보면 청와대 권력과 비선 권력에 얽힌 비리와 갈등이 행사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 어느 정권이든 통치자 외에 비선 실세가 있어 인사에 개입하고 이권을 챙기면서 국정을 농락했다.

이로 인해 지도자는 물론 국민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주었다. 특히 청와대 비서관들이 국정에 깊이 개입하면서 정권의 신뢰도를 떨어트리기도 했다.

근세에 들어서는 실세 외에도 ‘대표가신’ ‘나는 깃털’ ‘상왕’ 등 가신과 비선의 암투로 발전했다. 박대통령이 여당. 중진들과 오찬을 나누는 자리에서 “찌라 시에 불과한 문건으로 나라가 흔들려서야 되겠느냐?” 며 한탄의 말을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박 대통령이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고도 ‘찌라시 수준’ 임을 밝혀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수도 있다.

이번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에 대한 분위기를 보면 청와대. 여당은 ‘찌라 시 수준의 문건’ 으로 보고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는 것 같고, 이슈가 없는 야당은 호재를 만난 듯 부풀리기로 여론몰이를 하면서 민심을 얻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 마음에서 야당 대표는 박대통령의 ‘찌라 시 수준’ 을 두고 ‘대통령공공기록물’ 이라며 대통령에게 흠집을 내고 있다.

물론 단순하게 생각하면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의식하지 못하고 ‘찌라시 수준’ 이라고 한 표현방법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만큼 그 문건이 아주 보잘 것 없는 내용이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볼 수도 있다.

더구나 발언한 곳이 공공장소도 아니고, 대상도 여러 계층. 집단이 아니라 집권 여당 당직자들과의 모임에서 나온 말이다.

같은 뜻을 갖고 있는 집단의 사람들에게 한 말일뿐인데 너무 확대해서 비난 하는 것은 그 모임에 성격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물론 지금 국민여론을 보면 불통인 박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엄청 떨어졌고 심지어는 정치를 잘못한다는 여론도 절반 수준인 48%나 되는 등 부정적 경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박지만 미행 사건, 비선, 암투는 삼류소설에서나 나올 법 한 이야기들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검찰은 강남식당모임에 대한 정보를 제보한 박 모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소환, 진술을 받았지만 조사과정에서 박씨가 ‘나도 들은 이야기다.’ 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 소설로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난 것이다.

또 삼자대질 조사도 했다. 결과는 서로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대에 반해 조사는 싱겁게 끝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통화기록 등을 재조사하면서 수사는 계속되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카더라 식'이다. 양파껍질을 벗기듯 벗겨보지만 결국은 아무 소득도 없이 끝날 것 같다.

왜 이런 권력 다툼으로 국민이 피해를 봐야하느냐며 강한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지금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서 거론 되고 있는 박대통령의 최측근인 3인의 비서관은 대통령의 정치인 시절부터 가까이에 있던 보좌진들이다.

그런 만큼 흔히 말하는 ‘문고리’를 쥐고 있다 보면 권력의 유혹에 노출 될 소지도 큰 것만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고리를 잡고 있다 보면 권력남용은 불가피하다. 역대 정권에서도 가장 가까운 측근들이 일을 저질렀다.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도 “아무 힘도 없고 단지 대통령과의 자매 관계일 뿐인데도 청탁이 수없이 들어오는데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오죽하겠느냐” 며 “그럴수록 공인으로서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 이라고 말 했다.

박 대통령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청와대 비서진(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3인방의 위상도 부풀려졌다는 게 청와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의 말이다.

한 정치계 인사는 “소위 3인방이라는 사람들은 주말도 없이 일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인데 그 세 사람이 어울려서 강남까지 가서 정씨를 만나 식사를 하겠느냐” 고 되려 반문한다.

또 다른 이는 “소위 3인방으로 불리는 이들은 독자적인 권력을 행사 할 위치에 있지 않다. 이들이 사적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라면 박 대통령이 진 작에 잘랐지 16년간이나 측근에 두고 일을 시켰겠느냐” 고 말한다.

이어 “3인방의 메시지는 ‘모시는 분’의 의중을 떠받든 것에 불과한데 자꾸 그들을 두고 숨은 실세라고 하니 그런 소리를 듣는 당사자들도 황당할 것” 이라고 했다. 과거 한나라당 대표시절에도 박대통령은 주변에 2인자를 만들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아무리 가까운 측근이라도 독자적인 권력을 행사한다 싶으면 곧바로 거리를 둔다. 박 대통령의 통치철학이 그렇다.

박 대통령은 일찍이 부친의 권력구조. 암투를 직접 지켜보고 체험한 사람이다. 부모의 비참한 최후를 어린나이에 목격하면서 그 여진이 그대로 가슴에 남아 있는 것이다. 상당한 트라우마를 겪은 분이다.

그래서 덤으로 산다는 ‘사(死) 생(生)관’ 을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박대통령 핵심 측근들조차 인사의 배경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로 허구성 루머가 나돌 정도다.

만약 청와대에 실세가 있다면 삼인방이 아니라 진돗개다. 그러나 박대통령은 ‘지난 15년간 우직하게 일만 한 직원 일뿐’ 이라고 정씨를 두둔하는 말도 했다. 실세와 비서를 겨냥해 대통령을 흔들려고 한다.

비서는 대통령에게 절대 필요한 사람이다. 영어 ‘시크리터리(secretary)' 만큼 신분 차가 큰 경우도 드물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장관‘의 직책명이다. 또한 회사나 기관의 고위직을 보좌하는 ’비서‘ 의 직업명으로도 불려진다. 다른 역할을 하는데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는 이유는 원래 장관과 비서의 뿌리가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글을 일고 쓰는 사람이 드문 시절, 문서 해독과 작성 능력이 있는 이들이 국가의 사무를 맡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의 개인적 일을 돕기도 했던 데서 유래된 것이다.

문자로 기록하는 일을 맡는 ’서기‘가 소련이나 중국에서는 공산당 고위직을 일컫는 용어로 쓰여지고, 북한의 경우는 노동당 간부가 ’비서‘ 라는 직함을 갖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

시크리터리의 어원은 라틴어 ’세크레타리우스(secretarius)‘ 다. 비밀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정부 문서를 정리하거나 중요 인물의 일을 돕는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유포하지 않는다는 직업적 책무가 표현에 담겨있다.

더 근원적인 어원은 라틴어 ’세체르네레(secernere)' 다. ‘분리된’ 또는 ‘구별된’ 이라는 뜻의 단어다. 책무와 자아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비서는 단지 조력자로서 그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주인 행세까지 하려고 들면 안 된다는 원칙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만큼 비서는 그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에 빠지기 쉽다는 경고의 뜻으로 받아드려야 한다.

청와대 비서관은 문자 그대로 비서다.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비서관 모두 대통령의 참모에 불과 할 뿐이다. 그런 자신을 실세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크게 착각하는 것이다.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박 대통령은 소통이 부족한 국정 운영 스타일을 재점검하고 내부기강을 단속해야 한다.

아울러 측근들의 비리나 권력을 남용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가차 없이 연(緣)을 끊어야 한다. 결국 이번 사태가 수습되고 국정운영을 정상화 시키는 길은 대통령의 냉철한 상황인식과 결단에 달렸다고 본다.

다른 사람 말은 그렇게도 잘 믿으면서 대통령의 말은 못 믿겠다는 것도 문제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다. 다른 사람 말을 믿듯 대통령도 한 번 믿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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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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