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 인터넷신문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나가수'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고 온라인의 각종 포털과 커뮤니티는 '나가수' 이야기로 넘쳐난다.

22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의 2차 경연에서 임재범은 윤복희의 곡 '여러분'으로 무대에 올라 첫 기립 박수를 받고 1위 영예를 얻었다.

청중평가단으로 자리한 관객은 노래노래 중간마다 눈시울을 붉히는 등 열광했다. 중국 팬들도 "'임대신(大神)'의 노래를 들으며 같이 울었다."고 알려졌다.

필자도 10년 만에 가요프로그램을 봤다. 아이돌 가수의 춤만 있는 비음악성, 지나친 상업성에 그동안 가까이 하지 안했다.

그러나 우연히 임재범의 ‘빈잔’을 듣고 놀랬다. 30년전 남진의 노래가 TV에 나온다는 것에 놀랐고, ‘여러분’를 부를 땐 가사 속에 내가 되어 놀랐다.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박정현의 소름끼치는 가창력에 놀랐다. 과거 이선희를 보는 것 같아 즐거웠다.

한국 방송 역사상 최고의 음악이 최고의 가수들에 의해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아마 한국 방송의 가요프로그램 사상 가장 인상 깊게 기억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이 공전의 히트를 치는 이유는, ‘나가수’의 가수들이나, 보는 시청자들이나, 관객이나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엔터미디어의 정덕현씨는 “그것은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의 힘, 임재범이라는 가수의 힘,'여러분'이라는 노래의 힘, 이 세 요소 모두였다”고 평가했다.

1.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의 힘, 그것은 치열한 경쟁을 통한 흥미 유발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순위 제도와 탈락 제도를 통한 ‘나가수’의 치열한 경쟁이다.
다양한 취향을 보장해야 할 예술에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지만 경쟁을 통한 흥미 유발엔 성공했다.

'나가수'의 가수들은 서바이벌 경연대회의 주연으로서 고통스럽지만 보는 이 는 재미있어 한다. 얼마나 잔인한 가 그러나 그것이 경쟁이고 민주주의다.

나이든 사람들은 가수와 노래에 열광하지만 젊은이들은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스릴 있는 경쟁에 환호한다. 즉 온라인 게임을 하듯 보고 있는 것이다.

'나가수'의 경우 이미 승자와 패자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순위 결정을 넘어서서 음악 자체를 감상하는 프로그램으로 변모하고 있다.

경연 참가자중 한 사람인 윤도현의 말을 빌면 경연의 탈락자는 낙오자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나가수 출신 가수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내년 대선에선 어떤 정당이 승리할 까 답은 ‘나는 가수다’처럼 무대의 힘이 있는 정당이 승리한다. 즉 치열한 경쟁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는 정당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1997년 대선에서 새천년국민회의는 자민련과 DJP연합을 통해 정권을 창출했다. 한국 역사상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였다.

민주화의 상징인 김대중과 쿠테타의 주역인 김종필의 연합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실험이었다. 충분히 국민은 관심을 가질만한 이벤트였다.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국민경선이라는 무대는 치열한 경쟁이라는 ‘판’을 만들어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당시 노무현 후보의 광주에서의 극적인 역전, 본선에서의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는 그 좋은 예다.

4년10개월 대세론에 함몰된 강력한 이회창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는 ‘판’을 바꾸는 모험이 필요했다.

단순하게 체육관에서 후보를 선출하는 기존의 방식 갖고는 되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했다.

그것은 국민경선이었다. 2월말부터 4월 중순까지 매주 토,일 전국 각지를 돌며 행하는 지역경선은 당원들의 응집력을 제고시키고 국민들의 관심을 끌게 하였다.

2007년 대선도 마찬가지다. 혹자는 노무현의 실정 때문에 한나라당이 정권창출을 했다고 한다.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의 흥미진진한 치열한 경쟁이 국민들의 관심을 일으켜 대중을 모았다는 것이 더 적절하다 할 수 있겠다.

2007년 1년 내내 신문의 헤드라인은 이명박-박근혜의 경쟁기사가 주를 이루었다. 여론조사기관마다, 발표시기마다 바뀌는 지지율순위 발표는 그 흥미를 더 했다.

깨끗한 물에 사람이 모이지 않고, 불난 집에 구경꾼이 많이 모인다는 이치를 한다면 정당에서의 경쟁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관심이 있어야 옳고 그름을 따진다. 관심도 없는 사람한테 옳고 그름을 따지라고 하면 우문(愚問)이다.

'나가수'라는 서바이벌 경연대회의 가수들처럼 당사자들은 고통스럽지만 보는 이 는 재미있었던 것이다.

‘경쟁’을 두려워 해 ‘추대’받아 편한 길을 가려고 한 후보는 패배자가 되었고 ‘경쟁과 검증’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시밭길을 간 후보는 승리했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이 한 방송에서 이야기했듯이, “형형색색의 풍선과 온갖 응원 구호가 요란스러운 가요프로그램 녹화 현장 방청석이 그토록 따뜻하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여 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당정치에서의 형형색색의 풍선은 볼거리를 의미하며 온갖 응원 구호는 홍보를 뜻한다.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정당들은 국민들에게 무엇을 보여 줄까 고민해야 한다. 그 방법이 옳고 그름은 다음의 문제다.

어떤 시스템에 의해 후보를 선출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흥미를 끌만한 경쟁요소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임재범같은 1등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연우같은 위대한 탈락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 본지는 "‘나는 가수다’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를 본다." 라는 주제로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푸른한국닷컴 전영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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