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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 권은희와 김직원
전영준 | 승인 2013.08.21 03:35

국익과 체제는 솔직한 마음과 바른자세를 지향하는 나약한 마음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다.

[전영준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은 것인지 아니면 피운 척 한 것인지 몰라도 아내에게 들통 난 두 남자가 있다. 두 남자는 아내들 앞에서 심문을 당한다.

한 남자는 아내와 친정식구들의 솔직하게 답하라는 독한 심문에서 사실대로 이야기 한다. 그 남자는 거짓말 못하는 인품을 갖고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아내와 정이 없어서 그런지 꼿꼿한 자세와 바른 자세로 사실대로 이야기한다.

또 다른 남자는 아내의 솔직하게 답하라는 닦달에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한다. 그 남자는 거짓말 잘 하는 인품을 갖고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가정을 포기하기 싫어서 그런지 눈 하나 변하지 않고 아니라고 우기며 되레 짜증내며 화를 낸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아내에게 이실직고하며 솔직하게 답한 남편은 그 고귀한 인품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냉랭함을 유지하며 서로가 사는 게 무엇인지 부부의 정을 상실한 채 산다.

아내에게 거짓말하며 오리발 내민 남자는 이혼을 해야 했지만 나 잘났다 너 잘났다 아옹다옹하면서도 잘 산다.

솔직하게 바람을 피웠다고 고백한 남자의 부인은 되레 허전하다. 바람을 피웠다는 소리에 정도 떨어지지만 가정을 얼마나 무시하기에 저렇게 당당하게 이야기 하나 속상하다.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고 우기는 남자의 아내는 바람을 피운 것은 괘씸하지만 가정을 지키려는 그 마음이 애처롭다며 조금은 신뢰한다,

마누라보다 더 예쁘고 더 사랑하는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고 솔직하게 인정해 결국은 부부간에 불신이 생겨 가정이 파괴되는 것이 ‘솔직함이 발로’일까.

아니면 위선일지라도 나 바람피운 것 아니야 하며 가정을 지키려고 발바둥 치는 것이 ‘진정성의 표현’일까.

이것이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반전심리反轉心理)다.

물론 두 사람이 바람을 피운 것은 그 아내들이 목격하지 못했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의혹을 갖을 수 있는 물증을 갖고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지난 19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가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하 권은희)과 댓글 파동의 주인공 국정원 여직원 김직원(이하 김직원) 등을 대상으로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권은희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16일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느냐”고 묻자 “대선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별론으로 하고, 중간수사 발표 행위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부정한 목적이었음은 분명하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한 권 과장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받은 12월12일 전화의 요지를 묻는 질문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압수수색 의지를 갖고 있었냐는 질문에 권 과장은 "압수수색을 위해 서류를 준비하고 수사팀이 중앙지검까지 갔다"고 밝혔다.

권은희는 상사의 지시를 압박으로 생각하는 모순을 보여 주었다. 반대로 권은희가 부하하게 내리는 지시가 부하에게 압박으로 들리는 것은 아닌지 역지사지로 생각해 봐야 한다.

이날 청문회에서 권은희의 모습은 전쟁터에서 진군 앞으로 지시를 내리는 지휘관의 지시를 군사이론과 병법을 내밀며 조목조목 따지며 부정한 지시라고 반박하는 솔직하고 똑똑한 부하였다.

권은희는 12월16일 국정원 정치개입 중간수사결과 발표의 목적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대한민국의 경찰간부로서의 자세를 잃었다고 본다.

신기남 의원이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직원에게 국정원법에 국정원 직원은 정치적 판단을 하는 발언을 하면 안 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한다고 호통치는 모습과는 대비되는 권은희의 모습이었다.

한편, 김직원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민감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답변이 곤란하다”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김직원은 댓글작성에 대해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야당후보를 반대하는 댓글을 올리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 ”“댓글 활동은 북한과 종북세력의 선전ㆍ선동에 대응하기 위한 활동이었다”고 야당의원들이 듣기에는 거짓말로 들리는 답을 했다.

김직원에게서 솔직한 답변을 바랬던 야당의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은 적개심에 불타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솟구쳐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상사의 말에 복종하는 충성심과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를 지키려는 애국심도 어느 정도 인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실하고 솔직해야 한다고 자기가 몸담고 있는 조직과 치안의 대상인 국가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요, 국가와 조직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판단을 자제하는 것이 위선은 아니다.

일본의 계몽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가 쓴 ‘문명론의 개략’에서는 인생을 살면서 ‘어쩔 수 없음’을 이렇게 나타내고 있다.

“자신의 진짜 바람과 겉으로 드러난 행동의 불일치 사이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버텨가는 방식에서 어른스러움을 떠올린다. 이런 사람이 투명하거나 솔직할 리는 없다. 이런 성향의 한 가지 극단적인 형태는 ‘어쩔 수 없음’을 수락하는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하는 삶이 보여주는 빛나는 투명함도 아름답지만, 어쩔 수 없음의 세계를 용인하고 그 간격을 견디는 공력과 고투에도 탄복할 수 있다.”며 후쿠자와 유키치는 후자를 더 존중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불안함과 불편함의 불일치’, ‘솔직함과 진실함의 불일치’ 이라는 갈등 속에 방황을 한다.

후쿠자와 유키치가 언급한 어쩔 수 없이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국익(國益)과 대의(大義)를 위해서는 지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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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준  dugs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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