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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에게 필요한 ‘설득력’의 美德
전영준 | 승인 2013.03.25 03:43

수많은 인간을 움직이려면 말로 설득하지 않고서는 어렵다. 경청의 자세가 습관화되면 ‘의문하는 힘’을 통해 ‘지적 의구심’이 자연스럽게 해소돼 설득하려는 자신감이 생긴다.

[전영준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로마인 이야기'(전 15권)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한 권으로 로마사를 재조명한 2007년 발간된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에서 정치 지도자가 갖는 설득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이 참으로 흥미롭다.

물론 시오노 나나미는 이 책에서 ‘지도자의 지적능력’, ‘육체적 내구력’, ‘지도자의 인간적인 매력’ 심지어는 학생들이 ‘공부잘하는 법’ 등 수 많은 화두를 쏟아내 지적호기심을 자극했다.

그중에서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설득력’의 미덕 편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예로 들며 지도자의 설득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시한 것은 이 시대상황과 관련해 볼 때 의미가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대해 평가하기를 “그는 말보다는 행동이 강한 사람이었다. 위험한 지역에 스스로 나아가서 싸웠고, 물이 없어 병사가 괴로울 때는 자신도 물을 마시지 않고 함께 괴로워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래서 그의 부하들은 멀리 인도까지 함께 갔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에게 심취하는 것은 그의 행동을 가까이서 보고 있는 사람에게만 한정된다. 행동도 물론 중요하지만 역시 수많은 인간을 움직이려면 말로 설득하지 않고서는 어렵다.” 고 말했다.

시오노 나나미는 “알렉산드로스는 지적능력과 지속하려는 의지는 강했지만 말로 설득하는 능력이 부족했고, 33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해 육체적 내구력이 부족했으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 만큼 과음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큰 목적만 달성하면 그것이 좋은 지도자

시오노 나나미는 "흔히 이상적 지도자의 조건으로 인격의 원만함이나 덕성 등을 요구하지만 인격이 고결한 것과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인격에 문제가 있더라도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큰 목적만 달성하면 그것이 좋은 지도자"라고 말했다.

시오노 나나미의 지적대로 지도자가 부지런하고 총명하고 인격적으로 원만하고 고결한 도덕성을 갖고 있다면 주변 참모들이나 지인들에게는 한없는 존경을 받으며 입에 발린 칭찬을 받는다.

그러나 지도자가 대중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비전과 철학까지 주변인물들이 지도자를 대신해서 전파를 하거나 설득하지 못한다. 설사한다할지라도 지도자가 갖고 있는 정치철학이 대중들에게 공감있게 스며들지 못한다.

따라서 지도자는 자기가 갖고 있는 철학과 정견을 대중들에게 전하거나 대중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을 시정시키려고 하면 시오노 나나미 말대로 수많은 인간을 말로 설득하지 않고서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시오노 나나미가 지적한대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큰 목적 달성’을 위해 설득의 대상은 누구로 할 것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반도체,스마트폰,생활가전 등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기업이 되어 2012년 기준 대한민국 예산의 반만큼의 매출 201조1100억원, 영업이익 29조4700억원을 거둔 삼성전자를 있게 초석을 만든 고 이병철 회장(이하 이 회장)의 예를 들며 ‘설득력의 미덕’을 풀어 나가 보기로 한다.

이 회장을 생각하면 사람들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제일주의자,권위로 만 가득찬 황제, 인간미 없이 냉기만 도는 카리스마 소유자, 피도 눈물도 없는 돈만 아는 냉혈한 사람, 게슈타포, KGB 조직만큼의 비서실 활용자 등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평가를 전부 버리고 새롭게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힘을 가지는 원천은 경청에 있다.

일반적으로 네로 황제는 흔히 폭군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열일곱 살에 황제에 오른 네로는 떤 생각을 할까 하는 데서 출발해 기존의 평가를 전부 버리고 새롭게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를 보게 됐다.

시오노 나나미는 어떤 사상과 윤리, 도덕으로도 재단하지 않고, 인간의 행위 그 자체를 추적해가며 네로를 분석했다. 마찬가지로 열렬히 사랑하는 카이사르를 설령 두 달이라 해도 그를 선택하겠다고 할 정도로 자신만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네로황제 쯤으로 생각하는 이 회장이 좌우명은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경청(傾聽)’이다. 그는 살아생전 집무실에 ‘傾聽’이란 휘호를 벽에 걸어놓고 항상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의 아들 이건희 회장도 삼성에 입사한 첫날, 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마음의 지표로 삼으라면서 써준 ‘傾聽’이란 휘호 남달리 아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일보 배연국 논설위원은 지난 3월21일 ‘忍聽(인청)’이란 칼럼에서 ‘傾聽’을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상대방 말을 잘 들으라는 당부였다. 말을 아끼는 이 회장의 경청 자세가 자신의 성공과 삼성 경영에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배 논설위원은 “경청은 단순히 귀로 듣는 차원이 아니다. 온몸과 마음을 쏟는 몰입의 경지다. 듣는다는 한자말 ‘聽’은 耳,王, 十,目, 一,心 여섯 낱자로 이뤄져 있다. 듣는 귀를 최고의 존재(왕)로 삼고, 열 개의 눈으로 보고, 하나의 마음으로 대하라는 뜻이 담겼다.”고 해석했다.

살아생전 이 회장은 80년대 초 그의 나이 70에 미래의 삼성 미래의 한국을 먹여 살릴 성장동력으로 일반인들은 물론 지식인들도 잘 모르던 ‘반도체’사업에 진출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가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는 수많은 번뇌와 지속적인 공부가 뒷받침됐다. 이 회장은 반도체 왕국 일본으로가 일본의 서점이 모여 있는 간다(神田)에서 관련된 책과 자료를 모아 공부를 했다.

철저히 공부를 한 후 자기의 생각이 옳은지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은 없는지 잘못알고 있는 것은 없는지 일본의 반도체 관련 교수, 기업인, 기술자, 대중과 호흡하는 언론인들과 만나 검증을 받는다.

이 자리에서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생각을 먼저 던진 후에는 그들의 말을 주로 듣는다. 본인이 단정적으로 말한다든가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면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렇게 충분히 공부를 한 후 다시 한국에 돌아와 같은 방법으로 삼성 내 임원들, 관련 학자, 언론인들과 대화를 나눈다. 이쯤 되면 이 회장은 반도체에 관한 한 교수를 능가하는 전문가가 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그들과 대화하면서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그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듣는 이야기 중 90%이상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으로 때로는 따분하고 싫증이 나지만 끝까지 들었다. 왜 내가 미처 모르고 있는 것들이 혹시 있을까하는 호기심에서 말이다.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면 측근들이나 참모들보다 더 많이 안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그들이 보고 내지는 조언을 ‘내가 당신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인상을 자연스럽게 주게된다.

중요한 것은 말 그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전달하는가, 즉 메시지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지도자에게 그들은 더 이상 이야기를 못한다. 지도자와 참모들간의 소통이 단절된다.

그러나 지도자는 시오노 나나미가 “중요한 것은 말 그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전달하는가, 즉 메시지라다”라고 지적했듯이,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말 그 자체 글 자체가 아니라 행간의 의미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를 집필한 동기는 모든 면에서 주변 민족보다 열세에 있던 로마가 지중해 전역을 제패하고 중근동,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대제국을 1000년 넘게 경영한 비결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바로 그 ‘의문하는 힘’이야말로 시오노 나나미에게 세상과 사람을 보는 특별한 눈을 갖게 했다. 이 회장에게도 1%라도 더 배우고 확인하려는 ‘의문하는 힘’과 ‘지적 호기심’이 선진국들보다 한참 열세에 있던 삼성을 한국과 세계의 전자산업을 제패하는 원동력을 만든 것이다.

호기심은 무엇일까. 시오노 나나미는 “호기심이란 바꿔 말하면 자기를 개방하는 것이다. 개방적인 사람이야말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 호기심을 가진 사람은 찐빵 하나를 만들더라도 팥 대신 크림을 넣어보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생각이 커져 새로운 것을 자꾸 만들어낸다.”고 정의했다.

개방적인 사람이 되면 측근이나 대중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간다. 인간적인 사람이 되면 목적 달성을 위한 조직의 극대화가 이루어진다.

조직의 극대화 과정을 통해 조직 구성원이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미래를 보고 움직이는 역동성이 생긴다.

정치는 결과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지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시오노 나나미는 “조직이란 항상 강력한 지도자가 있어야 움직인다. 기관차가 차량만 늘어놓았다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기관사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는 결과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지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 측근과 대중을 끌고 가는 리더십 발휘를 강조했다.

따라서 리딩리더십(Leading Leadership) 발휘를 위해 지도자에게는 목적달성을 위한 집요함도 중요하지만 ‘의문하는 힘’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청의 자세가 습관화되면 ‘의문하는 힘’을 통해 ‘지적 의구심’이 자연스럽게 해소돼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감이 생기면 크고 작은 토론의 장이 두렵지 않다.또한 우왕좌왕 좌고우면 하지 않는다.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또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힘이 생겨 목적을 달성하기 쉽다.

그러나 ‘경청 없는 설득’은 앙꼬 없는 빵과 같은 것이요 항상 매사에 엇박자나게 하는 지름길이며 자신감을 잃게 하는 패망의 지름길이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전영준  dugs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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