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前 서울대 교수가 노원丙 재보궐 출마를 공식화했다. 대선 직후 도미(渡美)했으니 근 3개월만에 정치 행보다.

[정해중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그간 그의 행적은 베일에 가려 있었다. 본인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은둔하지 않았다"며 너스레를 떨었으나 언론과의 접촉을 회피한 건 분명해 보인다. 일등신문을 자칭하는 조선일보조차 인터뷰를 성공하지 못한 게 이를 증명한다.

그는 분패한 울분을 삭히며 절치부심했던 내공을 이번 재보궐에 쏟아낼 기세다. 다 잡은 단일후보 자리를 전무(全無)한 정치 경험 때문에 놓쳤다는 걸 절감한 그이기에 재보궐을 도약의 발판이요,차기 대권을 넘볼 수 있는 기회라고 인식한 모양이다. 게다가 국회에 입성한다면 적잖은 민통당內 비주류의 영입 또한 수월할 것이라 계산했을 것이다. 물론 참모진 또한 이점을 노렸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헌데 '장고(長考)끝에 악수(惡手)'랬던가! 그가 왜 고향 부산을 마다하고 노원병을 택했는지 의문이다. 본인은 "지역주의를 벗어나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새 정치의 씨앗을 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진보당은 "노회찬 대표가 10여 년간 정치활동을 해온 야권 성향의 지역"이라며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덧붙여 "이미 출마를 선언한 노회찬의 부인인 김지선 후보가 경쟁력에서 앞선다"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영도를 포기하고 노원병에 뛰어든 안철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현재 안철수의 지지도가 김지선을 앞선다곤 하나 단일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허준영 전 경찰청장과 홍정욱 전 의원, 여기에 나경원 전 의원까지 저울질 중인 새누리당에게 일격(一擊)을 당할 공산이 크다. 한술 더 떠 민통당마저 발을 담근다면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안철수 또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도전을 포기하고 안정(?)을 택한 승부수가 불거품이 될 수 있다는 소리다.

게다가 야권의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식의 화풀이 덕에 새누리가 승리한다면 비난의 화살은 안철수에게 돌아갈 것이고,그간 정치 여정 또한 일장춘몽으로 끝날 것이다. 안철수가 진정 지역주의를 탈피하고 싶었다면 아직은 새누리당의 앞마당인 영도 재보궐에 도전했어야 했다. 노원구는 팔도(八道) 사람들의 집결지인데 난데없는 지역주의 탈피라니 어안이벙벙할 따름이다.

승부를 예단하긴 이르지만 민통당이 안철수派의 급부상에 위기감을 느껴 "싹을 자르겠다"며 후보를내놓는다면 의외의 결과도 모를 일이다. 안철수가 천신만고 끝에 승리한다 쳐도,"진보당의 간판 타자 노회찬을 밟고 올라섰다"는 중압감은 면하긴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이런 비판까지 감수하며 출마한 노원병에서 낙선한다면,대선 패배의 책임까지 상당 부분 뒤집어 쓸 게 뻔하다. 사면초가(四面楚歌)요,설상가상(雪上加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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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중  jhj7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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