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판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던 여, 야가 패착에 가까운 악수를 두고 말았다.
[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김정은이 최후 발악적인 자폭행동에 불안한 국민들은 “너희들 뭣들 하는 짓이냐?” 정부, 여당과 야당을 싸잡아서 비난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출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희생양이 등장한다고 하는 것은 정치권이 타협하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 제물은 군(軍)과 골프다. 그것도 ‘키 리졸브’ 훈련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 군대와 골프다. 골프를 사랑한 군대는 난데없이 골프공에 머리를 맞아 쓰러지기 직전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여, 야로도 모자라 어렵사리 모인 첫 번째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격노했다니...“안보가 위중한 시기에 현역 군인들이 주말에 골프를 치고...각별히 주의바란다!”
희생 대상을 포착하는 데 정치권도 ‘키 리졸브’가 필요하다. 시기와 반전성을 따진다. 시기가 여야 대치상황이 충분히 정치적 효과를 달성한 정점인가?, 그리고 국민의 시선을 단숨에 딴 곳으로 돌릴만한 폭발력이 있는가? 두 가지 질문에 긍정이라면 희생양은 제대로 잡은 것이다.
국민들이 우려를 넘어 짜증을 내려는 시기, 합동임관식을 치룬 최초 여성대통령의 국군통수권 행사와 한미 연합훈련 시작과 동시에 군의 위상추락! 절묘하고 창조적인 정치 행태의 샘플이다. 물론, 시작은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의 골프에서 나온 힌트가 진퇴양난의 정치권에 적절한 ‘티샷 방향’이 되었다.
골프 유래는 영국 스코틀란드에서 13세기에 양치기들이 시작하였다. 점차 사람들이 골프 맛을 알게 되자 잉글랜드와의 전쟁도 관심 밖이어서 의회는 1457년에 12세부터 50세까지는 골프를 금지시켰다. 양치기들의 심심풀이가 전쟁을 잊게 했다면 골프는 분명 ‘희생양(scapegoat)’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면서도 골프는 전쟁을 잊게 한, 평화의 스포츠다.
꼭 평화스러운 건 아니다. 미국 대통령 중에서 오바마는 얼마전 ‘대통령의 날’ 국경일에 개인레슨까지 받고 골프장 주위를 전투기 2대가 경호한 상황에서 우즈와 라운딩 했다. 그동안 100회 이상의 라운딩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지만 기자에게 들켜 여론에 혼났다.
골프광 클린턴은 ‘멀리건 사나이’로 동반자들과 냉랭한 사이였다. 발칸지역 ‘코소보의 인종청소’로 불린 내전 중에도 안보장관 회의 후 바로 공을 쳤고 섹스 스캔들 파문으로 의회 탄핵심의 중에도 골프를 쳤다가 시끄러웠다.
조지 부시는 걸프전 중에 공을 쳤다는 비난에 맞서서 ‘나쁜 선택 피하려면 머리를 맑게 하는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골프 변명을 하여 기자들과 싸웠다. ‘골프위크’지(紙)는 아이젠하워를 ‘20세기 골퍼’라고 추켜세웠는데 그 이유가 자선골프와 경제재건으로 골프발전에 앞장섰다나?
골프는 ‘전쟁’으로 시작했다. 부킹전쟁이다. 김영삼 정부는 YS가 ‘없는 사람 배 아프게 한다’고 공직자 골프를 금했다. 골프 수요도 많지 않았지만 김대중 정부 들어서 ‘알아서 치라’했더니 그야말로 ‘별 따기’ 전쟁을 치렀다.
이해찬 총리의 골프사랑도 애틋하다. 군 오발사고자 조문 전, 낙산사 산불, 남부 집중호우 시 제주도에서, 3.1절 불참과 철도 파업날 등 굵직한 사건 속에 벌린 라운딩이다. ‘총성 없는 전쟁’, ‘그린 전쟁’은 그야말로 휴전도 없었다.
골프만큼 전쟁다운 분위기를 풍기는 스포츠도 없다. 장기, 바둑도 스포츠라지만 한 수 밑이다. 장군들은 특히 벙커를 좋아한다. 기상과 지형을 고려해야 한다. 공격과 방어를 골라 잡아야 한다. 고지 정상의 깃발을 향하여 샷을 때리고 근접전으로 점령한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되 과욕은 금물이다. 전쟁을 잊을 만큼 군인과 궁합이 맞는 스포츠다. 허나, 불법 오락이 아니다. 정선카지노도 아니다. 경마장, 경륜장과 같은 도박장도 아니다. 체력 단련장이다.
김병관 후보자의 위법이 4성이 아니라 8성이라고 야당이 주장한다. 그렇다면, 투기의혹이나 불법 무기로비 등 비위사실을 밝혀야 한다. 정치권에 줄 대기를 했다면 따져야 한다. 그렇다고 8성이라 떠드는 것은 군대의 별을 얕잡는 말이다.
범법자 사이에 전과 하나를 별이 하나라고 하듯 8개의 별을 붙이는 것은 야당의원이 군대조직을 범죄조직과 동일시하려는 비열한 행위다. 따질 걸 따져야 한다.
장군은 퇴역 후라도, 국가 비상시 골프 치면 공직자 윤리에 어긋나는가?
해외여행을 떠나면 매국노가 되는가?
전시라 해도 휴가가 있고 해외 유학도 보낸다. 하물며, 후임자가 어련히 알아서 할 일을 전임자가 발을 동동 구른다고 될 일인가?
골프장은 퇴역자들이 모여서 국가위기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는 유일한 저렴한 자리다. 연평도 포격 소리에 놀라 해외로 피신한 사람이 있었는가?
누가 놀라서 생필품 사재기라도 했는가?
주가가 폭락이라도 했는가?
계획을 세워 여행을 떠나는 퇴역 장성을 망신주고 군대를 깔보려고 마치 포성에 놀라 도망이라도 간 것처럼 윽박지르고 있으니 억지다.
국가 안위는 군인만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경찰서장이 퇴임 후 관내에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우 해외여행을 떠나면 비열한 짓이라고 매도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떠난 도지사를 탓하는 경우를 본적이 없다. 죄를 지은 경우라면 몰라도. 제조사에게 하루라도 보장기간이 지난 제품을 보장하라고 우긴다면 웃기는 일이다.
야당은 “비상시국 장군들 골프, 어처구니없어”라고 맹비난 하였다. 유유자적 골프를 즐겼다고, 전쟁 나도 걱정 없겠다고 비꼬았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언론사들은 지난 토, 일요일 전군의 고위 간부가 ‘국’ 또는 ‘육’이 새겨진 차량을 타고 ‘태능 골프장’, 아니면 지방의 골프장에 집결한 것처럼 과장 보도하였다. 예약이 꽉 찬 상태라는 표현도 덧붙였다. 적전분열, 남남갈등이 누구의 전략인가?
군 조직은 업무성격에 따라 지역과 부대 성격에 따라 2년에서 5년 정도의 지역 순환근무와 2년 정도의 직능 근무를 교대로 실시한다. 전방지역에서 골프를 치려면 일 년에 한, 두 번의 휴가를 받아야 할 수 있다.
후방이라 하더라도 ‘복지 포인트’에 따라 사용횟수가 2, 3개월에 한 번 정도의 기회가 주어진다. 예전에는 장군들, 시간 많은 예비역들이 주로 쳤지만 지금은 기회가 골고루 나뉘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현역들 중에는 계급이 낮은 위관들도 포함되어 있다. 자녀가 수능시험 앞두고 24시간 긴장할 수는 없다. 아파트 공터에서 농구고을 튀기며 몸을 풀어야 한다.
골프는 국방부에서 제한하기 전에 개인 본인이 ‘복지 규정’에 따라 판단을 할 것이다. 정부 이양기에 나타나는 공직 기강의 해이는 예약 과정 중에 라운딩의 자격이 가려지고 군 기관이 확인하기 때문에 결코 일어날 사안이 아니다.
군 외부에서 추측하듯 돈이나 계급이면 아무때나 가능한 운동이 아니다.성실근무에 필요한 활력을 제공하는 휴가와 주말 휴식을 이용한 정당한 개인의 권리행사가 자칫 기강해이나 조직의 만용으로 비쳐진다면 국민과 국가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올바로 보필하지 못한 참모들의 무능이거나 충성 경쟁에서 빚어진 해프닝이다.
국방부와 육군의 차량은 군용 골프장을 출입할 수 있다. 문제가 된다면 규정을 바꾸면 될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66년, 국제 신사로서 자질이 필요한 사관생도와 장교들을 위하여 태능 골프장 건설을 계획하였지만 재원이 부족하여 한 홀 씩 나누어 전군이 직접 공사를 한 피땀 어린 골프장이다.
내일의 희생을 감수할 것을 담보로 모처럼의 기회를 기쁜 마음으로 보내는 군인들에게 죄의식을 심겠다면 차라리 태능 골프장을 파헤쳐 버림이 낫다.
비상 운운하며 군인을 들먹이기 전에 국회의원으로서 여당과 야당은 제 몫을 하고 있는가 묻고 싶다. 퇴역장성이 군의 사기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지 말고 현역 국회의원 자신들 처신이나 똑바로 했으면 한다.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이 법도 못 지키면서 남의 도덕성을 따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 무너뜨리려고 내 아들 죽이는 부모 없다고 하는 이정희 대표는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가?
북침 전쟁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 유엔의 대북제재도 하면 안 된다는 사람에게 동료 국회의원들은 뭐라고 따졌는가? 군 관계자들이 안보를 내팽개치고 골프채를 들었다고? 정략에 귀가 멀어 국민의 원성을 듣지 못하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니들이나 잘 하세요!
푸른한국닷컴, BLUEKOREADOT
박제수 harubang33@naver.com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