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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되려거든 걸어서 올라가라
박제수 | 승인 2013.02.28 17:18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가 대통령선서를 한 곳은 백악관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예해방 150년을 맞는 뜻 깊은 해에 대통합의 메시지, ‘One Nation'을 외쳤다.

[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그 언덕의 지명은 캐피털 힐(Capital Hill). 미국보다 한 달 뒤, 우리의 대통령선서는 청와대(약칭, 청와언덕)를 올려다보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거행되었다. 두 행사의 차이점은 대통령 집무실과 의회의 상대적 위치와 이동수단이다.

미국은 의회가 높고 대통령이 백악관까지 2.7km를 걸어간다. 우리는 청와대가 높고 차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고대 로마의 신의 거처인 ‘카피톨레노 언덕(Capitoleno Hill)’은 쥬피터 신전이 있는 야트막한 56m의 언덕으로 해외 원정에서 승리한 영웅들이 전리품과 함께 당당하게 개선문을 통과한 후 무기, 호위병도 없이 맨 몸으로 승리에 도취한 영웅의 자만심, 오만, 명예마저 떨쳐 버리고 걸어서 올라가 신에게 전과를 보고하는 겸손의 언덕이다.

신을 내세워 제왕적 영웅의 출현을 막고자 한 원로원의 영리함은 영웅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기어서 올라가게 하였고 종신 독재관에 머물게 하였다. 그것도 한 달 반 만에 왕이 되려는 눈치를 알아 챈 공화파에게 암살당하였다. 죽은 지 2년 후 결국 그는 ‘로마의 신(Divius Caesar)’으로 추대되었으니, 양자 ‘아우구스투스’가 최초의 ‘로마 황제’가 된 덕분이다.

왕을 허용치 않는 로마인들은 유태인의 왕도 인정할 수 없었다. 해골이라는 의미를 가진 ‘골고다’ 언덕,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 못 박혀 죽은 예수의 통한과 용서가 뒤엉킨 110m의 부활의 언덕은 영웅의 흔적을 지우기 위하여 로마 황제가 ‘알리아 카피톨리나’로 개명하고 '비너스 신전'을 지어 영웅의 피를 덧칠하려 하였지만 인류의 영웅은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다.

침묵을 깨는 분노의 함성,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다. 왕정인 ‘구체제’가 무너진지 10년 후인 1799년, 나폴레옹이 쿠테타를 일으키고 집정관이 되어 공화정이 시작되자 프랑스 민중뿐만 아니라 지식인들, 괴테도 천재 베토벤도 그에게 열광하였다.

프랑스 민중은 그를 ‘영웅’으로 받들었다. 베토벤은 서둘러 <보나파르트>로 이름 붙인 곡을 작곡하기 시작하였다. 바로 ‘심포니아 #3 에로이카’다. 그러나, 베토벤은 발표도 하기 전 표지를 찢고 악보를 마루 바닥에 던져 버렸다. 스스로 황제가 되었다는 소식에 나폴레옹은 더 이상 그의 영웅이 아니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 녀석도 결국 속물이었군. 야심충족을 위하여 민중의 권리를 짓밟고 그 누구보다 지독한 폭군이 되겠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단상에는 우리들의 ‘ 일그러진 영웅들’이 나란히 앉았다. 보이지 않는 영웅들도 있지만 공통점은 하나같이 ‘무궁화 대훈장’을 셀프로 받은 자들이다. 상훈법에 최고의 훈장을 받을 수 있는 자를 ‘대통령과 배우자’로 제한하였고 임기 시작 전에 주는 것이 관례지만 끝에 두 사람은 나중에 받았다. 잘하라고 ,잘 했다고 주는 전별금 같은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살아생전에 자비 들여 송덕비 하나 세우는 것쯤이야, 하고 비문은 걸쭉하게 새겼다고 한다.
-여기 도적놈 간다. 다시 도적놈 오겠지. 다들 도적놈이다.

과거 왕이나 사대부들에게 내리던 시호(諡號)는 죽은 후에 공덕을 따진 후에 기리도록 추증하는 것이 원칙이다.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고 당부한 이순신 장군의 시호 ‘충무공’이 죽기 전에 셀프로 챙긴 전리품이었다면 그저 ‘이순신’으로 남았을 것이다. 중국에서도 제갈 량과 악비에게나 내려졌던 무관 최고의 시호인 ‘충무(忠武)가 허세나 탐욕의 치장거리 정도라면 속물이라고 보는 게 당연하다. 김밥에나 붙일 이름 정도의...

임기 말이나 임기 후 친인척 비리로 영웅들의 얼굴은 일그러져 버렸다. 마지막 영웅이라고 불릴 만한 기대를 모았던 MB가 막판 ‘땡처리’한 사면행위는 용렬(庸劣)하였다. 대통령직에 충실하였고, 행복하였다고 자평한 그로서는 늘 그랬듯이 평가가 앞섰다.

논란을 벌이고 있는 4대강도 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사리사욕을 채운 친한 벗들을 공적 임무에 끼워 넣어 죄를 사한 것은 권한의 남용이다. 외교행낭에 밀수품이나 마약을 거래하던 북한의 사기수법이 그랬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교훈을 애써 잊으려 한단 말인가. 늦은 점심을 홀가분하게 수행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그 사람을 가졌는가>(함석헌 시)를 낭독하였다고 들었다.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그 사람이란 바로 ‘그 사람들’인거요? 멘토이고 후원자인 친구들! 대변인 말처럼 설마, 후임 대통령을 지칭하는 건 아니겠지요? 봄 되면 친구들하고 4대강 자전거 여행을 벌써 준비하시는가 봐요.

저 높지 않은 ‘청와 언덕’을 승용차로 단숨에 오른 후, 영웅들은 국민과 멀어졌다. 처음에는 벽이 생기더니 다음에는 말이 다르고 서로 통하지 않게 되었다. 국민은 함성을 지르다가 제풀에 넘어져 침묵하고 말았다. 탐욕과 배신, 사악한 복수가 칡넝쿨처럼 얽힌 폭풍의 언덕에는 그 때처럼 비바람 불고 아차하면 길을 잃기 쉽다. 청와언덕은 오만의 언덕이다. 반드시 걸어서, 카이사르처럼 기어서는 아니라 해도, 예수처럼 십자가를 짊어지지는 않는다 하여도 반드시 걸어서 가야한다. 흙이 주는 겸손함을 느끼면서 걸어 가야한다.

어쨌건 ‘행복한 항해’는 시작 되었다. 어지러운 시선이 중첩되었다. 딸의 쑥색 양장에서 아버지를 보기도 하고, 한복 치마저고리에서 어머니를 읽기도 하였다. 방송 중계자는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헛나오기도 하였다. 마치 예견되었던 것처럼 ‘33년 만에 되돌아 왔다’고 앞서가는 이들도 있었다.

바라다볼 수 있는 한 멀리 내려다보고, 풀이 무성하고 사람들이 적은 ‘그 길’을 택했던 아버지의 <가지 않은 길>, 그 길과 다른 <아버지가 가지 않은 길>을 택함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한다.

크게 말하면,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길>을 걸어야 한다. 저울과 칼로 눈을 가린 채 찬바람 나는 정의 구현보다 마음으로 보는 모성 본능의 정치가 필요하다. 들어주는 것만으로 문제의 반은 해결된다고 하지 않는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사람이 사람 마음을 얻는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긴팔 원숭이’라고 경멸하는 야당 인사를 국방장관에 앉힌 링컨을 보라.
취임사를 읽어 내려가는 내내 사각형 TV 배경 그림은 민주당 문희상 의원과 자격이 박탈된 노회찬 전 의원의 얼굴이 삼각구도로 비쳤다. ‘개문발차’로 승객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정부 조직 개편을 볼모로 잡은 정치권을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 당장 언덕을 내려가 식당이건 의회 회관이건 직접 만나야 한다. 해결이 우선이 아니라 그들의 말을 들어 줘야 한다. 노회찬은 특사로 풀고 하는 김에 돌아온 탕아 정봉주도 같이 가야한다.
그것이 '모성정치'다. 오만과 허식을 쫙 빼야 한다. 부족한 정치력을 채워줄 자양분은 '포옹정치'다.

골프로 국방장관 지명자가 골탕 먹게 생겼다. 골프는 힘 빼는 데 3년 걸린다고 한다. 어깨 힘을 빼야 잘되는 건 골프만이 아닐 터. 오바마를 비롯해서 이 해찬 등 과거 힘깨나 쓰던 자들이 골프 치다가 많이 다쳤다. 힘 빼면 어깨동무가 되고 절로 어깨 춤 추게 된다.

힘 들어가면 어깨, 즉 깡패다. 아베는 ‘일본이 돌아왔다’고 터미네이터 흉내 낸다. 북한은 무서운 줄 모르고 칼 장난하는 젖먹이가 오죽 하겠는가?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모두 한국의 모성정치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주변국들이 영토분쟁으로 먹고 먹히는 관계가 난마처럼 얽혔다. 홍일점의 가치를 살려 부드러움으로 주도권을 쥐고 흔들 날도 멀지 않다.

아, 봄이 온다. 봄의 교향악, 하면 박태준의 ‘청라언덕’에는 3.1독립만세를 외친 이름없는 영웅들의 영혼이 깃든 곳이 떠오른다. 포철의 신화 청암(靑岩) 박태준은 영웅이다. 그는 박근혜의 평생 후원자였다. 분명히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 언덕위에서 ‘너를 위해’ 노래 부를 것이다. 영웅이 영웅을 위한 노래, 에로이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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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수  harubang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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