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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
박제수 | 승인 2013.01.10 18:39

인수위 현판이 보기 좋게 걸렸다. 엄동설한이 지나면 새로운 변화가 새봄처럼 황무지를 뒤덮을 것이다.

[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지금은 그냥 아무도 모르는 사소한 것이 궁금하다. 그들은 과연 저녁에 소고기는 먹었을까? 붐샤카라카! 에헤라디야! 노래는 불렀을까? 부시 미대통령 인수위 시절 사무국장 클레이 존슨이 “ 인수위가 성공하려면 듣고, 믿고, 소통을 해야 한다”라고 ‘인수위 행동원칙’을 털어 놓았다. 그런데, 우리 인수위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동 추격전! 인수위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소통을 피하려고 냅다 달리던 여성위원의 신발이 벗겨져 계단위에 나뒹굴고, 서둘러 엑셀을 밟았으나 차는 나가지 않아 당황한 위원에게 기자가 사이드 브레이크 걸렸다고 알려주는 친절을 베풀었던 사건(?)들이 연일 터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대변인은 기사거리에 목말라하는 기자들에게 ‘영양가 판단’은 자기가 한다고 머릿발(?)을 세운다. 갑자기 추격전에 신데렐라 구두는 왜? 영양사 자격론은 왜? 참, 궁금하다. 밀봉 봉투처럼 소통은 그렇게 멀어지는 것일까?

입은 열고 닫는 때가 있다. ‘침묵이 금’일 때도 있고 말로써 천 냥 빚을 갚는 수도 있다. 질문을 무시할 수도 있지만 설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윗선의 함구령에 따른 모르쇠 행동원칙은 미국과 대조를 이루면서 전문가 집단의 신뢰도를 의심케 한다. 이해를 못할 바는 아니다. 세 치 혀의 위력 때문이란 걸.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는 속담이 있다. 융합과 소통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흰 족제비를 안은 여인’이라는 명품을 남겼다. 흰족제비는 털을 더럽히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본성을 가진, 그래서 순결을 상징하는 후원자 ‘스포르챠’ 개인의 문장(紋章)이다. 희귀종인 흰 족제비는 육식동물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작다. 20cm 정도다. 보호색으로 여름에는 검은 밤색, 겨울에는 흰색으로 바뀐다. 전설의 괴물을 냄새로 죽이고 자기도 죽는 영웅과 같은 존재다.

그러나, 대장간에 숨어 들어가 줄칼을 핥기 시작하는데 혀가 다 잘린 줄도 모르고 계속 핥았다는 이이솝 우화가 있다. 남에게 말로써 입힌 화가 자신도 해친다는 경고다. 또 다른 우화가 있다. 인간이 되고 싶은 암컷 흰 족제비가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간청하여 처녀가 되었다.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하였다. 아프로디테가 이들이 잘 사는지 알아보려고 침대 옆에 쥐 한 마리를 들여보냈더니 잠자던 여자가 갑자기 일어나서 쥐를 잡았다고 한다. 천성이 어디 가겠냐는 소리다.

설객(說客) 한비자는 설난(說難)을 토로하였다. 같은 말도 상대의 의중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 때문에 말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의중을 간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 상대가 왕이라면 생사가 달린 일이다.

총애 받던 후궁이 한 입 베어 먹은 사과가 당시에는 기특하게 보였지만 훗날 왕보다 먼저 먹고, 먹던 것을 주었다는 불충(不忠)으로 바뀐다. 말이 아니라 단지 미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화(舌禍)를 피할 수는 없다. 귀에 거슬리는 말은 말할 것도 없다. 사마천의 궁형, 오자서의 한에 맺힌 ‘굴묘편시(掘墓鞭尸)’도 입 바른 소리로 시작되었다. 이제는 국민이 왕이다.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모른다.

인수위 명단을 보니 ‘정영회(正英會)’가 뜬다는 소문이 있다. 3공 시절 육영수여사의 지원으로 건축한 기숙사에 머물던 지방출신 서울대 엘리트들의 모임이다. 그 중 1기생으로 정운찬 전 총리와 인수위 간사 중 한 사람인 최성재 위원이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정 전 총리가 ‘정치적 창녀’소리를 들을 만했군. 허지만, 시위를 떠난 화살과 달리, 말은 꼭 돌아온다. 거슬린 말은 활이 되어 돌아온다.

창녀가 칭찬인가? 패자의 실수는 묻혀버리지만 승자의 행적은 두고두고 걸림돌이 된다. 연일 대변인의 과거 발언을 놓고 잘 뽑았네, 잘 못 뽑았네, 말들이 많다. 심지어 “대통합이 물건너 갔다, 선전포고다” 하니 이미 대통합을 시작하기도 전에 바가지를 깨겠다는 심사다.

홈런을 친 타자는 자랑스럽다. 두 팔을 높이 들고 환호하면서 멋진 세리머니를 날린다. 그에게는 시간이 멈추었으면 싶다. 반대로, 어이없이 서 있는 투수는 힘없이 어깨가 축 쳐져있다. 그래서 비록 적이지만 동지적 에티켓이 필요하다. 타자는 빠른 걸음으로 베이스 런닝을 하고 기쁨은 덕아웃에서 나눈다.

스코어 차이가 많거나, 노히트 노런, 퍼펙트 게임 중에는 기습번트를 하지 않는 불문율이 있다. 이기더라도 패자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 승자의 배려, 지더라도 상대의 기쁨을 망치지 않으려는 패자의 여유다. 승자의 겸손과 패자의 여유, 모두 미국의 경우다.

패자의 승복은 가슴이 뭉클한 법이다. 어떻게 이 상황에서 저런 여유가 나오지? 졌다고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위로가 필요하다. 불복이 지나치면 인격의 가벼움을 보여주는 것이라 씁쓸하다. 유명한 작가가 분을 삭이지 못하여 승자에게 ‘나치’ 운운한 것은 유명세에 비하여 졸렬하기 짝이 없다. 자기 진영에서조차 환영받지 못 할 행동이다.

정영사(正英舍)가 생긴 당대에 필화(筆禍)를 입었던 시인 김지하가 대선에서 박 후보를 지지하더니 인수위 대변인에 대한 평가마저 후하다. 왈 “그 시끄러운 대변인으로 앉힌 게 잘한 것이다. 막말 수준이 나와야지 그럼 , 박근혜가 막말하겠나?”

이게, 잘 뽑았다는 칭찬인가, 아니면 ‘깡통 수준’이라는 막말 표현인가? 그러게, 인수위 대변인 발탁은 고의도 과실도 아닌 ‘미필적 고의’, 바로 ‘개콘’ 수준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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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수  harubang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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