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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치뤄야 할 과제
안호원 | 승인 2012.12.28 19:18

아향청산거 녹수이하래(我向靑山去 綠水而何來)란 말이 있다. 이를 해석하자면 “나는 청산이 좋아 들어가는데 녹수야 너는 어이하여 내려 오느냐?”란 뜻이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홍경래의 난을 평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항복을 해 역적이 되어 참형을 당한 ‘선천부사 김익순’을 격렬하게 비난하는 시(詩)로 영월 향시에서 장원급제를 했지만 그 반역자 김익순이 바로 자신의 조부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처자식을 남겨둔 채 방랑의 길로 들어선 김삿갓 김병연이 금강산 내금강 표훈사 입구에서 시(詩) 짓기 내기를 하던 선비들을 향해 던진 시다.

주류 사회에 대한 조롱일까? 아니면 도전이었을까? 김삿갓 그에게 삶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방랑은 그가 의도했던, 안했던 후세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왜일까?

첫째는 그의 풍류적 삶이 한번쯤은 일상으로부터 도피해보고 싶은, 그러나 하지 못하는 우리의 공허한 내면을 만족시켜 주는 카타르시스 때문일 것이고 두 번째는 힘센 주류 사회에 대한 그의 해학적이며 날카로운 저항 정신이 시대를 초월해서 공감을 형성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우리 사회변화의 추세를 보면 해방 이후 우리나라가 신유목인 방랑시대에 들어선 분위기다. 목숨을 버리며 일구어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패닉 현상을 보이고 있다. 자본주의에서의 약점은 ‘빈익빈 부익부’의 차가운 벽이고 민주주의의 단점은 ‘다수’와 ‘표현의 자유?’다.

세상이 하두 어수선하다보니 죽장에 삿갓쓰고 방랑하는 시인 김병연이 마냥 그리운 때인 것 같다. 밤새 내려 쌓인 하얀 눈을 바라보면서 추악함을 덮으며 따뜻한 솜이 되어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가진 자와 없는 자, 주는 자와 받는 자가 아닌 함께 일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삶을 공생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하고, 살벌한 정글의 법칙이 아닌 따뜻한 생생(相生)이 가능한 숲의 법칙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

치열한 선거가 끝났다. 그런데도 머리가 어지럽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걱정이 된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당선이 되었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온갖 전략과 전술이 난무했지만 대개 경제지표로 판가름이 났다. 몇해 전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의 후계자인 호세프가 압도적 표차로 이겼다. 7%를 웃돈 놀라운 경제성장이 밑거름이었다. 2009년 인도 총선에서도 집권당인 통일진보연합이 압승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당시 인도 경제성장률은 9.7%였다.

경제가 좋은데 정치판을 뒤엎을 수는 없다. 그 반대가 영국과 일본이다. 영국의 보수당은 13년만에 노동당을 눌렀다. 제로 성장이란 경제 성적표를 갖고 노동당이 버텨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일본의 경우 경제가 비틀대면서 54년만에 민주당이 자민당을 누르고 집권했지만 최근 치러진 선거에서 자민당에 정권을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묘하게도 우리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4%대다. 다른 나라와 견주면 비교적 선방한 편이다. 하지만 사회양극화나 청년실업을 보면 여전히 불만스러운 성적표일 수밖에 없다.

선거 때마다 팽팽한 접전이 벌어지는 것도 이때문이 아닐까. 이번에도 여ㆍ야 대선 후보들이 경제, 사회복지, 무상교육,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검증인지 네거티브인지 아주 애매한 주장들이 쏟아졌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는 엄청난 인증샷과 투표독려 구호들이 넘쳐났다. 특히 이번 선거는 대체로 노ㆍ장년층과 청년들의 세대간 대결로 치러졌다. 이런 결과는 선거의 주체가 유권자가 아니라 선거전략의 대상으로 변질되어 정치행위로 유도한 정치권 때문이다.

김삿갓 김병연은 조부 때문에 벼슬길을 마다하고 야인이 되었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죽은 아버지가 산 딸을 살려내고 국가지도자로 만들었다. 이번 대선의 절반은 박정희 선거였기 때문이다.

문재인과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그리고 진보ㆍ좌파 세력들이 선거전에 들어가면서부터 ‘독재자 박정희’를 맹공격했다.

그러나 현명한 유권자들은 박정희의 다른 면(경제발전)을 보고 그 성과에 고마워하며 박정희 향수에 젖어들었다. 이번 선거는 증명된 과거가 불안한 미래를 이긴 것이다.

적잖은 불순 세력과 정적(政敵)들이 독재자라는 피상적인 단어만으로 박정희를 공격했다. 그러나 박정희를 실증적으로 체험한 많은 국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국가가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게 된 것이다.

박정희는 나라를 위기에서 살려낸 혁명가일 뿐 독재자는 아니다. 혁명가의 딸인 박 당선자는 이제 아버지가 외쳤던 ‘잘 살아보세’에서 ‘더 잘 살아보자’는 구호를 외치며 철통같은 안보와 경제발전을 이룩해야 한다. 그것이 박 당선자에게 던져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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