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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잠적, 유종(有終)의 미(美)가 아니다.
전영준 | 승인 2012.12.22 21:47

논공행상에서 불거질 불평불만을 김 전 본부장이 한 번 걸러 주었어야 했다

[전영준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1992년 15대 대선을 앞둔 11월,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오랫동안 추종하며 당선이 유력한 여권의 대선후보로 만든 민주산악회 모임에 최형우 전 장관이 섰다.

최 전 장관은 회원 들 앞에서 “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 3만개가 넘습니다. 우리 김 후보를 꼭 대통령에 당선시켜야 합니다”라고 사자후를 토해냈다.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엔돌핀이 돌았다. ‘이제 긴 고생 끝내고 팔자가 피는 구나’ 다들 희망에 부풀러 올랐다.

동네 통반장도 될 수 없는 사람도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다들 청와대에 들어가고 장관되고 국영기업체 사장되는 줄 스스로 최면에 빠졌다.

그들은 열심히 뛰었다. 결국 김영삼 후보는 대통령이 되었다. 몇 일 후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기 위한 민주산악회 모임이 있었다.

최형우 전 장관이 연단에 섰다. 참석자들은 부푼 희망을 갖고 그의 입만 쳐다보았다.

최 전 장관은 고맙다는 인사말과 함께 “여러분 이제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분을 위해 족쇄를 풀어드려야 합니다”라며 30,000여개 자리는 일언반구도 없이  사자후를 토했다.

김영삼이가 대통령이 되어 감격스러운 눈물을 흘려야 할 자리가 속았다고 불평을 털어놓는 소리만 들리는 침울한 자리로 변했다.

청와대 들어가고 장관이 될 줄 알았던 사람들은 투덜거리며 ‘고향 앞으로’해야 했다.

그런 걸 알면서도 최형우 전 장관은 그 모임에 나타나 그들에게 꿈을 깨라고 외쳤다. 물론 최 전 장관은 나중에 고생한 사람 그릇에 맡게 보살피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박 후보가 집권하면 백의종군의 연장선에서 어떠한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고 밝히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이끈 김무성 새누리당 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이 21일 오후 자필로 "이제 제 역할이 끝나 당분간 연락을 끊고 서울을 떠나 좀 쉬어야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기고 잠적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멋진 부산 사나이’, ‘이게 바로 애국의 모습’이라며 김 전 본부장의 행동에 칭찬의 댓글을 달았다.

김무성 전 총괄본부장이 잠적한 것이 네티즌들의 말대로 ‘애국의 모습을 가진 멋진 부산사나이’인지 알 순 없다.

그가 남긴 글 그대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의문 나는 점이 있다. 세상사 경우를 지키고 몇 일 후 떠나도 될 일을 급히 서두른 것은  말 못할 사정이 있으리라 본다.

첫째, 그 분 말 그대로 아무런 당직도 맡지 않기 위하여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여의도를 떠났다고 할 수 있다. 여의도에 있으면 아무래도 욕심이 생기니 정확한 판단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청와대 들어가고 장관되려는 사람들 등살을 피하기 위해 잠적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잠적을 통해 이런 골치 아픈 것들 일거에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김 전 총괄본부장이 선거기간 운동 중 아니면 선거 후 박 당선자로부터 느꼈던 섭섭함 때문에 잠적할 수 도 있다.

그러나 김 전 총괄본부장은 이 세 가지 이유가 다 맞다할 지라도 기본적으로 지지자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했다고 본다.

김 전 본부장을 보고 따랐던 수많은 사람들의 허탈감은 생각하지 않고 혼자 멋진 인생을 살겠다고 행한 신중치 못한 행동이었다고 본다.

김 전 본부장은 최형우 전 장관처럼 지지자들에게 일일이 수고했다며 악수하고 지지자들에게 꿈을 깨게 했듯이 “ 박 당선자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우리가 이제 그 족쇄를 풀어주어야 합니다. 각자 생업에 돌아가 충실합시다.”라고 지지자들을 공식적으로 ‘고향 앞으로’ 시켰어야 했다.

즉 앞으로 논공행상에서 불거질 불평불만을 김 전 본부장이 한 번 걸러 주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대선캠프에서 핵심으로 일하던 사람들이 지지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안 하고 떠나면 그 불평불만을 누가 다운 시킬 수 있겠는가.

결국 몇 달 후 닥칠 후폭풍을 박 당선자가 혼자 뒤집어쓰게 된다. 탕평책을 쓰면 인사가 만사가 될 순 있어도 지지자들을 적으로 만드는 우를 범하기 때문이다.

'인사는 만사'이자 '동전의 양면'이다. 박 당선자를 비롯한 그 핵심 측근들은 숲과 나무를 동시에 헤아릴 줄 아는 지혜를 이제부터라도 갖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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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준  dugs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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