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장자(莊子)는 울타리를 지나다가 커다란 까치 한 마리가 밤나무에 앉는 것을 보았다. 까치를 잡으려고 화살을 겨누려 하는데 문득 한 쪽을 보니 매미 한 마리가 나뭇가지 그늘에 쉬고 있었다. 그 곁에는 사마귀 한 마리가 풀잎에 숨어 매미를 잡으려 하고 있다.
사마귀는 까치가 노리고 있다. 모두 먹이만 보이고 자기 몸은 숨길 줄 모른다. 갑자기 장자는 뒤를 훔쳐보더니 활을 던져 버리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피하면서 중얼거렸다. 이해(利害)는 서로 맞물려 있구나!
장자가 기왕에 활을 쏠 거였으면 ‘시위를 당기지 않고, 놓지 않는 화살을 쏠 때 빗나가는 법이 없다.’는 명언을 기억해야 한다. 활을 쏜다고 의식하면 맞힐 수 없다는 비법이다.
MB는 귀국하기 무섭게 국내 문제에 매달려야 했다. 내곡동 부지 매입과정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검이 요구한 보름간의 수사기간 연장을 고민 끝에 거부했다. 이제 특검은 10월 16일 시작하여 11월 14일 끝난다. 최금락 비서관이 밝힌 연장 거부 이유는 청와대가 성실히 수사에 협조하였고 한 달의 시간은 사건의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검 목표가 사저부지 구입과정에서 경호처의 경호 부지를 동시에 매입하면서 생긴 문제를 확인 하는 것이다. 가격 배분과정의 형법상 배임행위 존재여부와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여부를 법률적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다. 밝혀진 바로는 큰아버지 이상은 씨로부터 돈 빌린 시점이 하루 뒤로 바뀐 정도다.
충분하다는 이유는 70 여명의 수사 인원이 십 수억 원을 들여가면서 관계자 20여명을 40여회 소환 조사했다. 51개 항목 206페이지에 달하는 경호처 기밀자료를 비롯해 여타 자료도 제출 받는 등 유례없는 압수수색을 벌였다. 성역 없는 수사였음은 특검에서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특검 수고 많았다.
수사가 더 길어질 경우 한 달 남짓한 대선의 선거관리는 물론 국격에 타격을 주고 국정운영에도 차질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선거에 영향을 줄 당리당략적인 흠집내기식의 조사행위를 우려하고 있다.
25일 이후면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수사연장과 발표에 따른 파장은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치적 후유증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통령 해외순방 중에도 특검 사실이 해외로 흘러 나가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 향상시킨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조바심을 가져야 했다.
MB는 태국에 관광을 간 것이 아니었다. ‘태국판 4대강 사업’에 한국의 경험을 인정받아 중국과 일본이 독점하려던 12조원의 사업 중, 최소 3조 정도의 수주를 기대하게 되었다니 역시 MB는 국익의 젖줄이다. 이에 무관하게 특검은 MB가 여행 가방을 풀기도 전에 청와대를 급습하겠다니 국익 따윈 저들에겐 관심이 없단 말인가? 오로지 팽팽하게 활시위만을 당기고 있는 저들, 나라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애초부터 특검은 거부될 형편이었다. 특정정당이 추천한 특정 그룹의 특검은 정치적 이용이 명약관화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서 대승적으로 수용한 것이기에 특검 스스로도 지금까지의 결과를 토대로 합리적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는 것이 청와대 의견이요 국민의 요구다.
특검으로서도 할 말이 많다. 청와대 압수수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법원의 지시대로 우선, 임의 제출 형식의 자료만 제출 받았지만 영양가가 부족해서 경호처 압수수색을 하겠다는 것이다. 사상 초유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무산된 것이다. 현금 6억을 담은 가방 3개와 차용증 원본파일을 작성한 컴퓨터를 압수하려 했으나 법원이 허가하지 않았다.
제한적 압수수색을 허용한 법원영장은 청와대의 저항에 거절 되었다. 15일의 수사 연장 신청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적법 행위다. 특검이 바라던 사상 초유의 ‘정치적 흥행 쇼’는 청와대 정문에서 좌절되었다. 대통령을 향한 ‘의도된 화살’은 부러지고 말았다.
오래된 영화 <저주의 카메라>를 응시하는 감독의 시선은 장자(莊子)의 것과는 달랐다. 한없이 우월성을 가지려는 병적인 집착, 자신이 신(神)이 되려는 불경스런 도전이었다. 겉으로는 카메라를 보고 있지만 실은 관음증 환자처럼 ‘훔쳐보기’를 하면서 피사체(被寫體)를 지배하려 든다. 이 관음의 지배욕은 관객에게 전이되어 관객자신도 관음증 환자가 된다.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그어진 격자로 피사체의 심장을 정조준 하는 ‘저주받은 눈’이 되어 버렸다.
특검 감독이 찍으려던 사진의 본질은 죽음이었다. 사진 찍기에 음흉한 저의(底意)를 가지고 있었다. 찍히는 순간 실재는 날아가 버리고 죽은 흔적과 허물만 남았다. 그러나 , 피사체의 지배를 통해 신이 되려던 감독의 시선은 너무 의도적이고 강렬하였기에 마침내 관객들에게 탄로나 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신의 눈’이 되려던 감독, 괴물이 되어버린 일그러진 초상화에 관객들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특검은 신의 눈이 될 수 없다. 백발백중의 궁수(弓手)도 될 수 없다. 눈에 숨은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관음증에 걸린 관객(Peeping Tom)은 그래도 쉽게 마취에서 풀려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관객이라고 해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특검은 더 이상 본래의 '순수성'을 설득시킬 필요도 없다. 이미 목표는 달성되었다.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인 특검을 이제는 내려놓을 차례다.눈에 힘을 주고 버티기 보다는 차라리 ‘청맹과니’이기를 청하는 게 도리다. 경도된 사시(斜視)를 바로잡아 마지막 자존심을 회복하는 길이다.
푸른한국닷컴, BLUEKOREADOT
박제수 harubang33@naver.com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