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전설 속의 ‘불도마뱀’-살라만더(Salamander)은 화산의 분화구 안이나 용암 속 화염을 어슬렁거리면서 불을 먹고 몸을 태우며 피부를 재생시키는 ‘불의 정령’이다.
1812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지사 게리(E. Gerry)는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여 상원선거에서 적은 표를 얻고도 의석수에서는 29:11의 우위를 달성하였다. 이때 의도적으로 획정된 선거구 만 그려보니 모양이 불도마뱀을 닮았다. 이를 기자가 주지사 성과 합성하여 만든 이름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와서 다 안다.
이후, 특정 정당이나 특정 인물에 유리하게 정략적인 선거구를 획정하는 경우를 일컫게 되었다. 아일랜드의 ‘털리 만더링’, 이웃 일본의 ‘하토만다’(하토야마 수상 당시) 등 정치사에 불명예스런 이름들이다. 정당의 탐욕에서 태어난 이름!
살라만더는 200년 만에 한국에 족보를 올리려고 애쓰고 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된 이후, 정치 현실에서 수시로 들락거렸지만 이번은 다르다. 이백 년의 시간이 주는 무게감도 있지만 이번 경우는 ‘땅’의 문제가 아닌 ‘시간’의 싸움이다.
거기다 두 사람의 이름을 걸었다. ‘문·안 만더링’, ‘재·수만더링’ 중에서 후자가 낫다고 본다. 또 다른 ‘단일 만더링(?)’의 결과에 따라서는 이름을 독식할 수도 있다.
얼마 전 끝난 미국의 대선은 화요일로 고정되어 있다. 몇 개주는 공휴일로 지정하였지만 대부분이 평일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초박빙으로 팽팽한 선거였다. 재미있는 축제일로서 의무와 권리를 이행하였다. 뉴욕에서의 허리케인으로 다소 시간 연장이 곳이 있었던 것은 천재지변으로 발생된 불가항력이었다.
OECD국가 중 선거일이 평일이면서 공휴일인 나라는 이스라엘과 한국, 단 두 나라다. 나머지 국가는 일요일 또는 평일에 근무하면서 투표한다. 그렇다고 시간을 더 주지도 않는다. 투표시간이 한국은 공휴일에 총 14시간으로 가장 많다.
영국이 총 15시간이지만 평일 근무일이다. 평일이거나 일요일 선거임에도 투표율이 높은 것은 선거의무를 신성시 한 까닭이요 정치 참여가 관심과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세비를 인상하는 안건 말고는 여야 타협을 모르는 한국 저질 정치에 ‘투표시간 연장’이 대안이라고 보는가? 넌센스다.
여론조사에서 보듯 그것과는 전혀 무관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구결과, 투표시간 연장에 12.4%를 지지하였다. 그보다는 사전 투표허용이 22.9%다. 가장 높은 반응을 보인 것은 거주지 어느 곳에서도 투표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58.1%였다.
대부분의 선거 불참자는 시간이 있어도 투표 자체에 냉소적이다. 선거 불참 시 벌금을 물리는 나라도 많다. 우리는 그러면 난리날 것이다. 아니, 벌금 물고 거부할 지도 모른다. 돈으로 의무감이 해소된다면 정치인들에게 경고하기 위하여 보란듯이 불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좋은 영화는 남이 말려도, 피곤한 노동자라도, 심야 시간에라도 기어이 찾아 간다. 인생에 도움이 되니까. 재미없는 영화는 초대권과 시간이 넘쳐 나도 안 간다. 기분 잡치기 때문이다. 한달 남겨둔 대선에서 국민들의 선택권을 무시한 것도 모자라 시간을 조정하자면 억지다. 의도가 순수할지라도 상대가 안 받아 들이면 다음을 기다려야 함이 상식이다.
투표를 통한 의사표시 - 이것은 민주주의 정치의 근간이다. 찬반 의사 표시가 기표행위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다. 그런데, 지난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을 묻는 선거에 시민단체를 전면에 세우고 민주통합당은 선거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나쁜 투표 거부한다.’ ‘착한 거부’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참여를 독려하더라도 낮은 투표율인데, 정략적 판단에 따라 선거자체를 방해하는 집단들이 이번에 들고 나온 것이 ‘시간 연장’이라면 맥을 잘 못 짚었다. 저녁 시간에 투표를 못할 경우라면 새벽 6시부터 가능한데 그 정도도 융통성이 없나? 이걸 선거쇄신이라고 내세운 것인가? 속이 들여다보이는 꼼수다.
비정규직과 투표시간을 연계시킨 졸렬함이다. 선거방식까지도 계급 투쟁적 접근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노동시간 개념은 보수가 낮을 뿐, 상대적으로 철저하다. 오히려 시간에 쫒기는 쪽은 애매한 중간층이다. 소득수준 상위계층은 투표시간을 단축시켜야 할까? 재벌은 1 시간만 준다면? 서민층에게 '립서비스'라도 해서 환심을 사려는 선거 전략이 아니고서야...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해소하기 위하여 여야 합의로 공직선거법이 이미 개정되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사전 투표제’가 그것이다. 사전투표제는 ‘통합선거인 명부시스템’을 IT기반으로 연내에 구축한다. 여론조사에서 보았듯이 장소제약이 가장 문제였으나 시간 문제도 해결한다.
먼저, 시간은 선거당일에 투표가 어려울 경우 부재자 투표를 하면 된다. 그렇다고 현재처럼 사전 신고절차를 할 필요 없다. 시간에 관계없이 24시간제로 근무하는 경우, 투표가 원천적으로 봉쇄됐지만, 내년부터는 편한 시간 언제라도 가능하다. 갑작스런 출장 등 예고 없는 일이 생기거나 개인 컨디션에 따라 택할 수도 있다.
다음, 장소는 유권자 확인이 어디서건 가능하기 때문에 전국 어디서도 투표할 수 있다. 국내만이 아니다. 세계 107개국 158개 재외공관 어디서든 재외선거가 가능하다니 ‘선거혁명’이 따로 없다. ‘완전 전자투표’ 전 단계에 접근하게 된다. 달리 IT공화국인가?
그래도 안되는 게 있다. 수시로 떼를 쓰는 특정 정당, 특정 정치인의 입맛을 다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IT대가들이 다 모여도 그 시스템만은 만들 수 없다. 하마터면 또 ‘홍어생식기’가 입에서 튀어 나올 뻔 했다. 약자를 우롱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제도는 만들어서도 안 된다.
비정규직 운운하면서 시간은 왜 거론하는 건가. 그들이 시간 더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그날은 공휴일이므로 쉬어야 하는 날이다. 선거를 못하게 막으려고 일을 시킬 악덕업주가 있을까? 있다면, 그들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고 강화하면 된다.
‘게리 만더링’이라는 놈이 왜 나타났을까? 괴물 ‘살라만더’가 먹는 불은 탐욕이 극에 달하면 타오른다. 과열 정쟁이 과욕을 부르고 과욕은 ‘울면 젖이 나온다’는 꼼수를 부른다. 운다고 젖 물리면 버릇이 나빠지고 먹는 만큼 아무 때나 싸는 법. 애도 아니고 어른들이 젖 타령 한다면 먹고 싸는 것을 가리게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 놓아야 한다.
어쩌면, ‘여성 대통령 금지’를 입법화 하자고 꼼수 쳤으면 대히트였을 텐데 거기까진 못 미쳤나보다. 아니면, 생식기만 여성인 후보는 피선거권 박탈이라든지... 노동자 1박2일 선거, 노인네 피선거권 박탈... 종교인, 성직자, 장애인 분할 투표권(1인 1투표가 아닌 반표, 반에 반표 등)부여...
여기서 우리는 한 사람을 기억해야한다. 아직 때가 일러 바람을 일으키진 못하였지만 진정한 ‘불도마뱀’ 허경영이다. 그의 꿈 ‘허경 만더링’은 다름 아닌 <‘게리 만더링’의 폭파, 즉 정당 해체>다.
지금, ‘재수 만더링’을 만들려고 하는 건 참, 재수 좋았다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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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수 harubang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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