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준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한 친이 인사는 "이번 공천은 사실상 MB인사와 친이 핵심에 대한 대학살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8대 총선 공천을 친이계가 주도한 것은 맞지만 친박계인 강창희 전 의원이 참여하여 최소한 친박계도 어느 정도 돌아가는 지는 알수 있었다며 이번 공천은 보복 그 자체다”라고 분개했다.

5일 새누리당 공추위가 2차 공천자 명단 및 전략공천지역을 발표함에 따라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 인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공천발표 결과를 볼때 친이계의 수장인 이재오, 정몽준 의원만 생존하고 손과 발이 되는 수하들은 다 짤린 셈이다.

새누리당이 이날 오후 발표한 2차 공천대상자 명단에 따르면 권택기(광진갑), 유정현(중랑갑), 강승규(마포갑), 장광근(동대문갑), 진성호(중랑을), 이화수(안산상록갑), 이은재(용인갑), 김소남(양천·동두천), 백성운(고양일산동구), 이윤성(남동갑), 조진형(부평갑), 윤영(경남거제) 의원 등 친이계 의원들이 대거 탈락했다.

또 이날 오전에는 진수희(서울 성동갑), 신지호(도봉갑), 전여옥(영등포갑), 이명규(대구 북구갑), 정미경(경기 수원을) 의원 등 친이계 현역의원의 지역구를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해 사실상 탈락시켰다.

친이계 안상수 전 대표나 부산의 정의화 안경률 의원 등 친이계 중진들고 공천여부도 불투명하다.

공천에서 배제된 현역의원 28명 가운데 친이계만 20명에 달한다. 또 청와대 `홍보 라인'의 핵심이었던 이동관 전 홍보수석(서울 종로)과 이상휘 전 홍보기획비서관(포항 북), 김형준 전 춘추관장(부산 사하갑)이 모두 탈락했고 `MB맨' 김대식(부산 사상)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은 27살의 손수조 후보에게 밀려 탈락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경남 거제)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경선에도 참여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박근혜가 YS를 바라보는 시각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권택기(광진갑)은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송학 전 광진구청장에게 보복을 당했다. 그는 지난 2010년 6.10 지방선거에서 정송학 전 구청장을 탈락시키고 무리하게 측근을 공천한 것이 이번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친이계 유정현(중랑갑)은 청목회 사건으로 공직출마 자격과는 상관없는 80만원 벌금받았지만 , 이번에 공천된 김정 의원과 중랑(갑) 당협위원장을 역임한 남편이 친박인사로 알려져 보복당했다고 보여진다.

강승규(마포갑), 진성호(중랑을), 백성운(고양일산동구) 의원 등도 친이직계로 청와대 출신과 같이 무조건 탈락 케이스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천에서 살아남은 몇몇 친이직계는 핵심이라기보다는 방계로 친박측에서 그들은 박근혜 위원장의 대권가도에 별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살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공천을 받지 못한 현역 친박의원은 이경재, 권경석,김충환, 정해걸 의원 등 4명이다.

이중 권경석 의원, 김충환 의원은 정권출범초기 범친이계였다가 월박한 사람들이며 정해걸 의원은 박근혜의 핵심인 김재원 의원이 18대 총선에 공천을 받지 못하자 대신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따라서 친박계 의원 중 순수 탈락자는 이경재 의원뿐이다.

친이계가 대학살로 무대에서 사라지고 있는 대신 무명의 친박들이 화려하게 둥지를틀었다.

정송학 전 광진구청장, ,서찬교 전 성북구청장, 이노근 전 노원구청장, 신영섭 전 마포구청장,윤태진 인천 남동구청장,안덕수 전 강화군수 등 이들은 박근헤 위원장이 한나라당 대표시절 지방선거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사람들이다.

이외 김정 18대 국회의원, 서장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함진규 전 한나라당시흥(갑)당협위원장,유영하 전 한나라당 군포시당협위원장,이우현 전 용인시의회 의장,이강후 전 석탄공사 사장,이건영 전 박근헤 특보,이창원 전 세무사 등도 친박계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또한 친박계인 전직 그룹인 박성효 전 대전시장, 강창희 전 의원, 김재원 전 의원 등도 도덕성과 쇄신성과는 상관없이 공천을 받았다.

전여옥 의원은 이번 공천에 대해 "박근혜의 그릇이 이 정도라는 것이 안타깝다"며 "새누리당은 박근혜의 당이 아니다"라고 박근혜의 사당화를 꼬집었다.

이어 "현역의원으로서 경쟁력과 여론조사 결과가 뛰어난데 왜 전략공천인지 정치적 속내가 있다"며 "유감스럽게도 이것이 박근혜의 그릇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4ㆍ11 총선 공천에 속도를 내면서 탈락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낙천자들이 얼마나 무소속 출마 또는 제3당 합류를 결행할지 주목된다.

낙천자들의 탈당 규모에 따라 얼마든지 `무소속 연대' 등이 출범할 수 있고, 이는 총선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영남권과 수도권에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빙의 승부가 예견되는 수도권에 대거 출마하면 새누리당은 야당이 분열이 되어 구도가 형성돼도 참패할 수 있다.

친이계 안상수 전 대표나 부산의 정의화 안경률 의원 등은 불공천 공천시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물론 친박계가 향후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몇몇을 구제할 확률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2007년 승자 친이계는 국민들에게 심판받고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2007년 패자 친박계에게 심판받고 물러난다는 점이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정권 출범후 패자의 잔재를 없애야 순리였는 데, 중도실용과 포용의 논리에 매몰돼 패자 박근혜 눈치보고 기회주의들의 감언이설에 당권을 헌납했다.

이명박 정권이 왜 출범했는지를 역사적 당위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것도 좋고 저것도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 낳은 업보, 결국은 자승자박이라고 본다.

이명박 정권 출범 당위성을 지금이라도 깨우친다면 반전을 도모해야 한다.

예선에서 졌다고 본선에 나서지 못하란 법은 없다. 명분을 만들고 세를 모으면 극적 반전 드라마가 또 다시 연출될 수 있다.

어쩌면 국민은 그런 반전 드라마를 다시 원하는지도 모른다. 위대한 탄생은 패자부활전에서 승리한 사람에게 얻어지는 월계관이다.
 

푸른한국닷컴, BLUEKOREADOT

전영준  dugsum@nate.com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