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준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휴가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부터 독서몰입! 예스24가 시민들로부터 공모해 전해준 50권의 책을 읽기 시작. 동네 어떤 커피집입니다. ‘국가부도’라는 책입니다”라며 스위스 경제학자 발터 비트만이 쓴 책을 소개하는 글을 남겼다.

박 시장이 읽을 만한 책 중에서 ‘국가부도’를 가장 먼저 선택한 배경에는 급증하는 복지예산과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은 서울시의 예산 상황에 대한 고민 표출도 있지만 이명박 정부가 안되기를 바라는 간접적인 소망도 담겨 있다고 본다.

본지는 2010년 12월말 2011년 한국의 정치상황을 분석하면서 몇 가지 문제를 예견한 바 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거의 적중 했다고 본다. 이런 예측능력은 본지의 정보수집능력과 지적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라 상식에 바탕을 두고 분석을 해서 그렇다고 본다.

당시에 예상한 2011년 정치상황을 보면 ‘눈에 띄는 레임덕은 없다.’,‘이명박 정부 흠집 내기 위한 야당 및 시민단체의 총공세 예상’,‘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정책 지속’,‘북한의 내부변화로 대북관계 획기적 개선 예상’,‘현 권력과 미래 권력 간의 암투 심화’,‘한나라당 의원들의 2012년 총선 공천을 매개 계파의 이합집산’ 등을 둘 수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 지난 4년간 국정운영에 대한 성적은 어느 정도인지 본지는 3회에 걸쳐 이명박 정부를 정치, 정책, 레임덕 이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최고통치권자의 통치행위에 대한 결과를 계량화하여 점수로 산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국민들이 보는 시각과 국민들이 보는 시점에 따라 평가의 결과가 달라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흐름,. 기류, 정서’라는 것은 있다. 평가할 수 있다면 그런 기준을 갖고 평가 할 수밖에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이명박 정부를 평가한다면'원효'스님이 이야기한 '似然非然(비슷하지만 아니다)'정부라 할 수 있다.

무엇인가 잘못이 있는 것 같은 데 파고 들어가면 그렇지 않고, 무엇인가 잘 한 것이 있는 데 파고 들어가면 눈에 띄는 결과물이 없는 그런 정부다 할 수 있다. 초창기 중도실용추구정책이 낳은 어쩔 수 없는 결과물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발생된 친북종김 세력들의 촛불집회, 금강산 민간인 피격사건, 천안함 침몰, 연펑도 포격 등 북한과 관련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결국 문제는 인사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출범 후 청와대 참모진 선임, 내각 조각 등에서 있어 ‘고소영’이니 ‘강부자’이니 하는 소리를 들으며 국민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들었다.

미국정치에는 엽관제도라는 것이 있다. 대통령과 가치를 같이하는 사람, 대통령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대통령 재임기관 중 정부요직에 임명되어 대통령의 손발이 되어 일을 하는 제도다.

따라서 대통령이 어떤 사람을 국정운영에 활용하든 비판하지 않는다. 정책집행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대통령한테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원한다면 인사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뜻을 모두 존중해 준다.

그렇다면 미국의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보다 더 내 사람위주로 정부요직에 임명하는 데도 문제없이 넘어가는 데 왜 이 대통령은 뭇매를 맞았을까. 그것은 이 대통령의 인사가 합리성(rationality)과 타당성(validity), 적시성(timely)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정권탄생을 위한 헌신성, 국가정책에 대한 전문성, 전 정권 인사와의 차별성 등 모든 면에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前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 한 사람을 국정원장에 임명되었다. 전시작전권 환수의 주역이 국방장관에 임명되었다. 前 정권에서 검찰 요직을 거친 사람이 법무부장관,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되었다. 지리학자가 최고의 정무판단을 요하는 대통령 실장에 임명되었다.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하면서 수사의 최종책임자를 노무현 대통령한테 임명받은 사람에게 맡겼다.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다. 이러한 일은 수사 대상자들에게도 코웃음을 살만한 사안이었다.

정권초기부터 언론의 보도기사를 보면 ‘개각, 교체, 인선, 문책’이라는 단어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인사문제로 연일 보도되는 경우를 본적이 없었다.

정권이 정식 출범 후 고소영 청와대.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앙냥을 들었다. 연일 언론은 잘못된 인선이라고 보도했다.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정부는 초토화됐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도 모르는 대통령은 참모가 써 준대로 2번이나 굴욕적인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지난 6개월의 국정운영을 스스로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화를 불러 일으켰다.

2008년 12월 관가에 몰아친 1급 공무원들의 일괄 사표 제출이후 한달이 넘어 두달이 다도록 고위 공무원 인사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부처장관이나 고위공무원들은 불안감으로 좌불안석이었다.

당시 감사원장은 4개월째 공석이었으며 검찰총장은 임채진 청장이 퇴임 후 3개월만에 임명 되기도했다. 경찰청장도 김석기 청장이 용산사태로 퇴임 후 후임자가 임명되기까지 몇 달 걸렸으며 국세청장 임명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석에서 서울시와 안국포럼에서 같이 일했던 참모들에게 청와대에 같이 들어가서 일을 하자고 하니 다들 거절하고 국회의원 출마를 고집하는 바람에 일을 같이 할 사람들이 없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어쩌면 이 대통령을 비즈니스로 만난 부하들을 둔 대통령의 숙명이었는지 모른다. 겉으로 겸손하고 똑똑한데 속은 철저히 자기중심, 자기이익에 함몰된 '似然非然(비슷하지만 아니다)'사람들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천안함 사태와 6.2 지방선거 참패로 금과옥조로 여긴 ‘중도실용’을 포기하며 ‘공정사회’으로 정책 전환을 도모하면서 부터였다.

또한, 북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국민의 안보중요성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안보우위정책’이 굳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굴욕감을 준 ‘천안함폭침’,‘연평도포격’이 되레 정치 현실인식과 국정운영에 대한 제대로 된 아젠다를 수립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박원순 시장이 ‘국가부도’를 읽으면서 이명박 정부가 ‘국가부도’의 원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면, 이명박 정부는 정말 일반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큰 잘못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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