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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했던 의료대란 현실화되고 있어
안호원 | 승인 2024.03.19 21:35
14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서울시의사회 주최로 열린 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3.14 사진@연합뉴스
병원 곳곳에서 예정된 수술이 취소되고 있어
 
[안호원 칼럼위원, 교수 겸 박사] 평소에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응급실 문이 닫혔다. 문이 닫히면서 응급실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 친절하게 치료해주던 응급실의 천사표 의사들과 간호사 선생님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무슨 일이 내게 생긴다면 어떻게 하지. 엄청 불안 하다.
 
정부의 의대 증원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에 이어 정부의 의대생 유급 조치와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등에 반대하는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오늘(19일)을 기점으로 사직서를 내고, 취합된 사직서를 오는 25일 대학과 병원에 일괄 제출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의료현장이 대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빅5’병원 중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일괄 제출 시점을 확정한 것은 서울대병원이 처음이다.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의대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오후 5시 서울대학교병원·분당서울대학교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등 4개 병원 교수 380명이 참여한 가운데 총회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바로 의료현장을 떠나는 건 아니다. 서울대 비대위 한 관계자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해도 사직이 완료되기 전까지 교수들은 환자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갑자기 수술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태 발생
 
병원 곳곳에서 예정된 수술이 취소되는 등 입원스케줄이 조정중이라는 안내가 나붙었다. 외래환자 역시 진료시간이 조정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전공의는 물론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진료차질은 더 심각해질 수 있고, 우려했던 의료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 같은 사태를 대비, 의료취약지구에서 근무해왔던 공중보건의 수백 명을 상급병원으로 차출되면서 의료사태가 농어촌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보의와 군의관들을 차출해 전공의들이 이탈한 전국 대형 병원 등으로 배치 중이다.
 
지금 가장 기가 막히고 불안한 이들은 환자 본인이나, 가족 중 가까운 사람이 중증 질환으로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갑자기 수술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수술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수술을 앞두고 입원했다가 연기 통보를 받거나 순번이 밀려 퇴원하는 사례도 나왔다. 몇 시간을 응급실에 있다 심정지 상태로 사망한 사망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더구나 암환자의 특성상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지금 항암치료 중에 있고 수술 후 예보를 보고 있는 환자들은 전부 나빠지는 일만 남았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버려지는 상황이다. 지금 입원 하고 있는 환자들도 퇴원에 대해서 강권을 받고 있다.
 
특히 출산을 앞둔 산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금 앞에서 진두지휘해야 할 교수들이 후배 의사들을 위해, 그들의 이권과 의견을 지켜주기 위해 환자들의 목숨을 대가로 치르겠다고 사직서를 낸다는 것은 이유가 어떻든 용납이 되지 않는다.
 
생명을 다루는 특수직종의 사람들이 인수인계 작업 없이, 자기 하는 업무에 대해서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고 사라질 수 있는가.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의정 갈등이 한 달이 넘는 기간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의대 정원 숫자보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다. 의료인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의정 갈등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추진 당시, 의료계는 전공의부터 동네의원까지 대규모 파업에 들어가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때 정부는 ‘의대정원 10% 감축’과 수가 인상 등으로 양보하면서 갈등의 막을 내렸다.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때도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을 선언한 후 전공의들은 집단휴진에 들어갔고, 의대생들은 의사국가고시를 거부하고, 의대 교수들의 사직 선언이 나왔다.
 
이때도 무력한 정부가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마무리 된 바 있다. 그러나 윤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달리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의대 정원 증원 1년 유예를 하고 대화에 나서자고 해도 2000명 증원은 계획대로 밀고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의대정원을 늘리겠다고 한 것은 필수의료 붕괴 때문
 
우리 의료계는 돌보던 환자의 생명보다 미래 경쟁할 의사 수가 더 걱정이란 말인가. 그들이 활용되려면 의대를 졸업하고 4~5년이 넘은 후다. 19년 동안 동결된 의대 신입생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 발표가 이런 결과로 이어진 것에 대해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
 
해외기록을 봐도 의사 증원에 반발해 집단으로 파업을 벌인 사례가 없다. 해외 의사들의 집단행동의 경우 임금 인상 등 복지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고 이 때도 환자들은 외면하지 않았다. 정부가 의대정원을 늘리겠다고 한 것은 필수의료 붕괴 때문이다. 왜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을까?
 
필수의료를 하기 위해서는 의대를 졸업하고도 상당한 수련기간이 필요하다. 거기다 근무시간도 일반 직장인들보다 거의 두 배 이상이다. 그런 강도 높은 노동에도 불구하고 보상은 작다. 그러니 전공의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은 ‘의대정원 확대’다 의사를 대폭 늘려놓으면 낙수효과로 의사가 없다고 하는 곳에 누구든 가지 않겠느냐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개원 가 의사들이 늘어나면 레드오션이 되므로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고, 그렇게 되면 다시 필수의료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작 의정 협상테이블에 나선 의사들은 필수의료를 하는 의사들이 아니다. 이들은 의대정원을 늘리면 그만큼 의료시장에 의사수가 늘어나므로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수의료를 하는 의사들은 의대정원확대 자체는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숫자에 고민을 하고 있는 데, 필수의료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수가를 적절하게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예로 야간에 환자를 볼 수 있도록 야간 수가를 늘려준다거나, 전문의에 대한 수가를 차등해서 올려주기를 원한다.
 
실제 힘든 일을 하는 데 보상이 그만큼 되지 않고 쉬운 일을 하는 사람보다 보상이 적은데 의무감으로만 필수의료 과를 선택하라고 강요하기는 사실 상 쉽지는 않다. 2012년 인하대병원장으로 정년퇴직 후 2914년 백령병원장으로 부임한 이두의 원장은 둘째 아들(안과 전문의)이 의대에 가겠다고 했을 때 “돈을 벌고 싶으면 절대 의사는 하지 말라. 의사는 부와 명예를 쌓는 직업이 아니다.
 
의학용어로 환자를 진료하거나 의학을 연구하는 일을 임상(臨床)이라고 하는데, 최대한 환자 곁에 가까이 있는 것, 그게 의사가 할 일 아닌가. 다시 말하자면 의사는 환자 곁에 있어야 한다.” 고 말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 “전공의들 조속한 복귀 촉구”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 역시 환자를 불모로 한 의사들의 단체 행동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주 원장은 전문의협의회가 “현 상태의 주동자는 명백히 정부”라며 “전공의가 불이익을 받는다면 전문의를 역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에 대해 “문제의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현재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협 수준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또한 전국 40개 의대 중 16곳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결의 한 것에 대해서도 “‘결국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불모로 단체행동을 하겠다.’ 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며 “상당히 절망스럽다.” 고 한탄했다.
 
또한 정부의 2000명 증원 방침에 대해서도 주 원장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정책적 제안이자, 결정할 수 있는 몫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는 옛말처럼 의정간의 다툼에 결국피해를 보게 되는 건 힘없는 국민이다.
 
정부는 뚝심 있게 정책을 추진할 책임이 있다. 정부는 누차 밝힌 대로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해 엄정 대응하되 의료공백을 최소화해 환자들에게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공의들은 물론 의대교수들도 서둘러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의사가 있어야 할 자리는 환자 곁이다. 두 손 모아 마음속으로 빈다. “대통령님, 그리고 의사선생님, 교수님 제발 환자를 긍휼이 여겨 병원으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한편 문화일보에서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는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이 중 ‘매우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57%, ‘적절하지 않은 편’이란 응답이 27%로 조사됐다. ‘매우 적절하다’는 응답은 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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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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