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24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무상급식은 한마디로 아이들에게 눈칫밥 먹이지 말자는 것이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때문에 주민투표까지 들고 나왔다. 무상급식이 주민투표까지 가야할 문제인지, 개재(介在)사항이 무엇인지를 분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눈칫밥’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 보는 소리다. 과거 국가나 국민은 눈칫밥을 먹고 살았다. 그 눈칫밥 먹는 것 때문에 오늘의 우리가 있게 되었다. 외국 가서 차관을 빌려도, 기술을 배우려고 해도 우리는 눈치를 보면서 빌리고, 배우고 했다. 먹을 것이 없어 식모로 들어가 어린 나이에 공장에 들어가 눈칫밥을 먹으며 살았다.

그 눈칫밥 때문에 우리는 악착같이 살았고 자식들 키우고 시집장가 보냈다. 부모 잘 둬 눈칫밥 먹지 않고 자란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 까 물론 대다수는 아니지만 술로, 도박으로, 여자로, 마약으로 허송세월 보낸 사람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볼 수 있다.

지금 아이들은 참으로 행복하다. 사달라고 하면 턱턱 부모는 사 준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핸드폰을, 몇 십 만 원짜리 나이키 옷과 신발을 신고 다닌다. 엄마가 식당일을 해도 자식 기죽이지 않으려고 자식이 해달라면 다 해준다. 어떤 엄마는 되레 같이 붙어 있는 것이 지겹다고 학원으로 내 쫓는 상황이다.

먹고사는 것 때문에 부모와 헤어져 살 필요가 없고, 엄마가 남의 집 생활하며 주인 몰래 얻어다 준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 삶은 계란 먹고 싶어 하는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할 필요가 없다. 밥값이 없어 먹는 옥수수 빵을 반찬과 바꾸어 먹을 필요가 없다.

과거와 같은 눈칫밥을 먹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로 돌아가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밥 먹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모가 마련해준 돈으로 밥을 먹고 있다는 최소한의 고마움은 알게 하는 ‘눈칫밥’을 먹여야 한다. 누군가가 도와주어 밥을 먹고 있다는 최소한의 ‘눈칫밥’을 먹여야 한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무상급식의 대상은 잘못되었다. 단순히 못 살아 급식비를 못내는 학생은 없다. 부모 밑에서 사는 학생들은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급식비내고 나이키 신발 사 신고 다니면서 학교에 다닌다. 정말 어려운 학생은 결손가정 학생들이다.

부모가 이혼하여 조부모 밑에서 자라나는 아이, 편부내지는 편모 밑에서 자라나는 아이, 친, 인척 밑에서 눈칫밥 먹는 아이 등이 정말 따뜻한 사랑의 대상이다. 그들에게 점심 한 끼 그냥 준다고 부모의 사랑을 채워 줄 수 없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랑,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살아야겠다는 근성이다.

민주당이 정말 무상급식을 받는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밥 한끼에 인심 얻으려고 하지 말고 ‘부모이혼안하기’ 캠페인을 벌여 부모 밑에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게끔 하는 일이다. 순간적 사랑으로 무책임에게 자식 나놓고 이혼하는 결손 가정을 막는 일이 더 중요하다.

무상급식의 문제는 돈 몇푼의 문제가 아니다. 1-2조원 더 예산이 소요된다고 국가가 거덜 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공짜근성, 편한근성, 남탓근성’ 때문에 국가가 가정이 거덜나는 것이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무기력하고 도전정신이 해이해진 것은 80년대의 ‘공짜정신’때문이었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타협이 안 되면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장래’의 문제다. 설사 돈이 안 들어가는 사업일지라도 국가장래와 결부된 중요한 사항이라면 해야 한다. 민주당 사람들 모두가 이혼한 결손가정들의 집합체가 아닌 이상 미래를 봐야 한다.

부모의 피도 제대로 알 수 없었던 DJ가 대통령이 된 것은 어릴 때 눈칫밥을 먹어서가 아니라 눈칫밥을 먹더라도 더 낳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근성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나는 눈칫밥을 먹고 살았다는 삶을 평생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배고픔을 극복하지 못한다.

고난함을 극복 못하면 ‘영원한 패자’이며 배고픔을 극복 못하면 비둘기 같이 주어진 먹이만 주어먹는 ‘구구구 인생’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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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준  news@bluekoread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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