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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드리는 고언(苦言)
안호원 | 승인 2022.03.11 22:17
11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시 여의도 당사에서 사무처 해단식을 하였다.
하늘은 이 나라를 버리지 않았다. 많은 국민들의 바람이 이뤄졌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교수 겸 박사] 헌정사상 최대 규모인 유권자(3407만1400 여명, 77.1%)가 참여한 가운데 20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피를 말리며 희비가 엇갈리는, 대선 승부가 끝났다. 예측한대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0대 대통령으로 당선 됐다. 윤석열 후보는 1639만4815표(48.56%),이재명 후보는 1614만7738표(47.83%)를 득표했다. 득표 차는 0.76%포인트로 약 24만 표 차이를 보였다.
 
윤 당선자는 이제부터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를 받게도 된다. 1987년 가칭 민주화 이래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여덟 번째의 대통령 선거 중에서도 이번 대선은 참으로 유난한 것 같다. 네거티브로 점철된 역대 급 비 호감 선거의 양태는 건전한 경쟁을 뛰어넘어 적대와 증오의 수위를 넘나드는 진영대결의 불행한 귀결일 것이다. 20대 대통령은 매캐한 포연 속에서 힘들게 탄생했다.
 
이번 대선은 내전(內戰)이었다.
 
선거와 관련, 익숙한 비유 중 하나를 들자면 ‘전쟁’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나라의 미래의 운명을 짊 머질 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나라를 잃을 것이라고 말하는 선거 구호가 그렇다. 사실 상 ‘준 내전’이라고 표현할 만큼 살벌했다.
 
‘역대 최고의 비 호감 선거’ ‘대권이냐, 감옥 이냐’ 란 표현들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백병전이 벌어졌다. 내가 잘해서 이기겠다는 게 아니라 남을 깎아내려 이기겠다는 전략이었다. 상대방이 당선되면 “촛불을 들고 보도블록을 깨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탄핵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오갔을 정도로 진영 동원은 극심했다. 깊은 앙금을 쌓았다.
 
후보들은 캠프라는 참호를 파놓고 그 안에서 호위무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지정된 시간에 폭로를 퍼뜨리며, 나누어진 ‘진영’의 근위병(?)들은 쉴 새 없이 뭔가를 만들어 댓글을 달며 퍼트린다.
 
그런 후 선거일이 되면 수많은 유권자는 폐허가 된 전쟁 피해자의 심정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은 채 기표소로 홀린 듯 줄지어 들어간다. 무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선택지에서 사람 ‘인 여덟팔자(人)’모양의 흔적을 남기려고 굳이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쓰지 않아도 이미 엄중하고 고독할 그 억겁의 단 몇 초를 사방이 꽉 막힌 기표소에서 견디어야만 했다. 그리고 더 무거운 마음으로 새로운 대통령의 당선 확정을 기다리며, 저녁 채널에 시선을 멈추고, 밤을 새운다. 그렇게 해서 20대 대통령은 탄생되었다.
 
위기를 정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그동안 역대 대통령에 내려진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고, 말로가 불행한 대통령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은 대통령이 없다는 것도 국민들에게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그런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국민의 소박한 바람이 이 번에는 이뤄질 수 있을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어질까. 여야를 떠나 차기 대통령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는 무엇일까.
 
훌륭한 지도자는 위기를 정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지도자가 위기를 깨닫고 자신이 정의한 위기를 국민에게 설득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국민은 단합하고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위기다. 자화자찬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대외환경은 주변이 다 강대국이라는 점이다. 강대국 사이에 세력균형이 깨지는 전환기 때마다 희생을 당하는 건 우리였다.
 
1945년 일본이 무너지고 미국과 소련이 이 지역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할 때, 우리는 분단되었다. 1949년 중국 공산당이 대륙을 통일했을 때 소련의 견제가 작용해 최악의 아픔인 전쟁을 겪었다.
 
지금 냉전이 끝나고 잠시 휴전상태로 평온하지만 지금 다시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조금도 긴장을 누출 수 없다. 미. 중 전략 경쟁에다 러시아가 전쟁까지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차기 대통령은 이 점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우려되는 점은 차기 대통령이 중앙정치, 의회정치의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제도나 체계에 의한 통치가 이뤄져야
 
그래서 더 더욱 제도나 체계에 의한 통치가 이뤄져야 한다. 킹메이커 소리를 듣는 대통령 개인을 중심으로 한 사조직 중심으로 가게 되면 문 정부와 같이 매우 잘못된 길로 갈 수도 있다. 캠프의 누군가는 집권이후 제도적 형태의 통치방식에 대해, 대통령이 가진 자원들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한다. 특히 야당을 품고 가지 않으면, 식물 대통령으로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5년 후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집권 첫날부터 정책을 편다는 것은 오만하고 매우 위험한 태도다. 차기 대통령의 가장 중요 과제는 첫째도 통합, 둘째도 통합, 셋째도 통합이다. 지금 한국 정치는 나라를 거의 분단 상태로 몰아갔다.
 
공유할 수 있는 상식이 실종되고, 서로 편을 갈라 싸우기만 했다. 내로남불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넘어 묘서동처(猫鼠同處)란 말까지 무성하다.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더 나쁜 사람들이란 뜻이 아닌가. 민주화 이래 사회갈등이 이렇게 격화하고 역기능으로만 작용한 경우는 없었다.
 
이제 차기 대통령은 반드시 협치를 해야 한다. 성공한 대통령은 한국 정치에서 오랫동안 신기루다. 고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공(功)이 있다.”고 재평가되기도 한다. 이마저도 불허되는 대통령도 있었다.
 
이번 대선 후보들은 한 결 같이 모두 ‘통합정부’를 약속했다. 나라가 완전 두 쪽이 나있기 때문이다. 합당은 연합이 아닌 승자독식의 길이다. 따라서 새로운 정부는 대 연정을 반드시 하기를 권고한다. 국민이 지지한 만큼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승자독식으로 증오와 적대로 상대후보와 지지자들을 대할 때 누구도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가 없다.
 
통합정부라는 공통 약속에서 출발해야
 
더구나 차기 대통령은 한 번도 나라 전체문제를 다루어본 적이 없지 않는가. 통합정부라는 공통 약속에서 출발하자. 링컨을 필두로 루즈벨트, 처칠, 이승만, 브란트, 만델라, 김대중을 비롯해 위기 시의 대정치인들은 모두 정당의 경계를 넘어 통합정부를 구린 사람들이었다. 통합인수위를 꾸려 함께 나라의 ‘근본과제’와 ‘공통목표’를 찾아내고 ‘공통공약’을 추출하며, 경향의 ‘공통인재’를 널리 찾아야 한다. 그리고 국정을 잘할 수 있는 ‘분야별로’ 나눠 맡기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민절반의 의견과 정책도 함께 수렴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 절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 특별히 차기 대통령에게 권면을 한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이 ‘수렵을 통해 관직을 사냥한다.’는 뜻을 갖고 있는 엽관제를 철폐해야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이제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했던 열렬한 지지자들이 자리를 요구한다. 그러면 자신의 선거를 도와준 측근들을 대거 관직에 임명했다. 그러나 그런 관직을 주면서 많은 폐해를 불러일으켰다. 문 정부가 그랬다. 특히 차기 대통령은 특화 된 참모대신, 국정운영을 갖춘 인사들을 두루 기용해야한다. 의회 정치 경험이 없는 만큼 귀를 더 열어야 한다.
 
낙하산 인사 근절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금융공공기관의 감사나 비 상임이사 약 42%가 정치권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를 비롯 국정원까지 장악을 했다.
 
선거 때 도움을 받았다 해도 인사에는 엄격해야 한다. 외면할 수 없어 임명하면 결국 독배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 나라를 퇴보시키는 엽관제의 유혹을 과감하고 뿌리쳐야 한다. 공공기관에 발전은 보은 인사가 아니라 전문가를 발탁하는 것이다. 특히 국회위원 등 선출직 공무원의 공천도 충성도나 인기도가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평가된 내용을 바탕으로 객관적 공천을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에 당당히 할 말을 해야
 
차기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북한에 당당히 할 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동맹을 유지하고,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진정한 대화와 협력도 가능해진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움직임 또한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가 참여한 대러시아 제재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값이 치솟고, 글로벌 공급 망에도 2차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재정과 통화를 쏟아 부은 전 세계 주요 국가는 인플레이션이란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가. 환율. 금리가 한꺼번에 오르는 ‘3고(高)’ 흐름에 원자재 수입국이자 부채가 많은 한국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차기 대통령은 이제 선거운동가가 아닌 선량한 국정 관리자로 변신해야 한다. 선거 기간 제시했던 공약도 현실성이 있는지 여부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성공한 대통령상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바로 우리가 주권자이기 때문이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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