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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 북한 눈치 보는 것 가당치 않아
안호원 | 승인 2021.08.05 20:15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사과라도 받고 복원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여정이 눈치 보며 쩔쩔매는 가.” “북한 앞에서는 간도 쓸개도 없는 문재인 정부가 이번엔 또 무슨 해괴한 논리로 김여정의 ‘훈시’를 착실히 이행할지 궁금하다. 아, 불쌍한 대한민국. 이래서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 “정전상태에서 북한 눈치 보느라 해야 할 훈련을 안 하는 것은 주권국가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행위이다. 적당히 해라.” “문재인 정권, 이참에 정체성을 밝혀라.”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교수 겸 박사] 범여권 국회의원 60여명이 8월 한·미 연합훈련의 연기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데 이어 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훈련의 조건부 연기를 공식 요구하면서 국민들이 성토하는 목소리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1일 밤 담화에서 한·미 연합훈련 실시 전망에 대해 “기분 나쁜 소리” “재미없는 전주곡”이라며 훈련 연기·취소를 노골적으로 요구한 지 나흘 만이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범여권 의원들의 집단행동은 김여정이 대한민국의 주권적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입증했다. 범여권 의원 60여명이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연기 연서 명에 동참하며, 단체 행동을 예고하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조차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북한의 느닷없는 통신선 복원은 2000년 이래 다섯 번이나 된다. 한 번을 빼고는 물질적 필요에 따라 통신선 단절과 복원을 거듭해왔다. 이번에도 무엇인가 음흉한 계획이 있을 것 같다. 긴장 할 필요가 있는데, 여당은 마치 잔치라도 치루는 것처럼 잔뜩 들떠있다.
 
그러나 로마 시인이 노래했듯,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전화선을 연결했을 뿐이다. 아직은 기뻐하기는 이르다. 곳곳이 지뢰밭이다.
 
김여정이 지난해 6월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우리 정부에 “(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강하게 요구하자 통일부는 4시간여 만에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청해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고, 한 술 더 떠 집권 여당은 전단금지법을 단독 처리했다.
 
김여정이 올해 5월 재차 탈북 민들의 전단 살포에 대해 “남조선 당국이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을 했을 때 바로 경찰청이 “청장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김여정 담화에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것으로 관측됐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이어 정경두 국방장관까지 교체되었다. 누가 뭐라 해도 김여정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
 
정가에서는 이를 두고 “김여정이 우리 외교·통일·국방장관을 모두 갈아치운 셈”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북한 김여정의 세치 혀가 대한민국 더불어민주당을 훈련 강행파와 연기파로 갈라놓고, 청와대는 군에 책임을 떠넘기는 등 여권 내 자중지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이번 달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훈련 규모 등을 조정해 남북 대화 국면을 조성해보려던 문 정부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김 부부장의 담화를 계기로 한미연합훈련이 정치 쟁점화하면 정부로서는 앞선 대북전단살포금지법 개정 때와 마찬가지로 '김여정 하명'(?)에 따른 훈련 조정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이 요구하는 한·미 훈련의 완전한 중단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미 연합훈련을 대북 협상카드나 지렛대로 삼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안보를 팔아 대화를 살 수는 없다.
 
성과를 남기려던 문재인 정부가 되레 북한의 ‘덫’에 빠져
 
국민들은 북한의 눈치를 보며, 비위 맞추려고 법석을 떠는 정부의 태도가 불안하기만 하다. 결과적으로는 대북 정책의 ‘레거시’(성과)를 남기려던 문재인 정부가 되레 북한의 ‘덫’에 빠진 모양새가 됐다.
 
더 큰 문제는 북이 남북 간 통신선 복원을 ‘대남 시혜’로 간주하고,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시작으로 제2, 제3의 청구서를 보내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연합훈련뿐 아니라 우리 군의 단독 훈련, F-35를 비롯해 예산에 반영돼 순차 도입될 무기 체계에 대해 트집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남남 갈등’과 ‘한·미 동맹의 균열’을 꾀했던 김 부부장의 의도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추세다.
 
당장 수십 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훈련 연기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고,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고위 관계자들이 경쟁하듯 훈련 연기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상황을 볼 때, 정확히 김 부부장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외교 안보 전문가들의 우려다.
 
결국 중요한 안보 정책이 북한의 김 부부장의 담화에 휘둘리는 모양새로, 남북 관계의 주도권이 마치 북한에 있는 것처럼 내비치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 있어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 군사전문가는 “김여정의 꽃놀이패는, 우리가 연합훈련을 취소할 경우 북한으로선 한·미 동맹 파열의 큰 성과를 얻게 되고, 연합훈련을 시행하게 되면 미·북, 남북 협상 과정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 도발 카드 명분을 확보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앞서 김 부부장은 “(남북 통신선 복원은)단절됐던 것을 물리적으로 다시 연결시켜놓은 것뿐이라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가 군사훈련을 강행하는 상황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부장의 이 같은 언급은 한·미 연합훈련이 계속되는 한 남북 정상회담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한·미 훈련이 중단된다면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가 막힌 묘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안보태세 유지에 필수 요소인 연합훈련을 두고 협상을 한다는 것 비상식
 
앞서 남북은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부터 수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해왔음을 공개하고 단절됐던 통신선 복원에 합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됐으며, 북한도 이에 완전한 거부 의사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사실상 ‘조건’을 달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지속적으로 한. 미 연합훈련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만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여야 5단 대표 초청간담회에서도 “코로나19로 대규모 군사훈련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돌려서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 1월에도 연합훈련 문제를 북한과 협의하겠다는 발언을 해서 많은 국민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꽉 막힌 남북 경색국면과 비핵화 협상의 교착을 타개하기 위해 대화 재개를 추진하는 것은 이해 할 수도 있겠지만 안보태세 유지에 필수 요소인 연합훈련을 두고 협상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일단 우리 정부는 오는 16∼26일로 계획된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을 전반기와 비슷한 규모로 실시하되 규모를 예년에 비해 축소해 진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군은 코로나19 방역 지침 등을 감안, 6㎡당 1명꼴로 인원을 배치하는 등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부 방어훈련은 그대로 실시하되 2부 반격훈련을 생략하거나 축소할 가능성도 거론 되고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훈련에 참석할 미군들도 대부분 입국했고 당장 이번 주에 지휘관 세미나와 전술 토의, 분야별 리허설 등이 진행되고 있다" 며 "연합훈련은 이미 시작돼 훈련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면 된다." 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미 국방부는 “연합훈련은 동맹의 연합 준비태세를 보장하는 주요한 방법” 이라며 “한반도만큼 군사훈련이 중요한 곳은 없다.” 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론을 제기하는 것은 5월 정상회담을 통해 재확인한 한. 미 동맹의 신뢰에도 균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물론 문 정부는 연기론의 이유를 코로나를 들기도 하지만, 2018년 이후 규모조차 대폭 축소한 지휘소훈련조자 연기하자는 것은 북한의 요구에 끊임없이 끌려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6월 당시에도 김 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남측 당국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끊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정부가 대북전단살포금지법 개정을 추진하자, 야권을 중심으로 '김여정 하명 법'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김여정에게 온갖 수모와 비난을 받으면서도 태연하기만 한 문 정부가 의심스럽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은 끊임없이 잠수함 발사 능력과 전술핵 개발 등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진정성 있는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훈련 연기를 내세울 게 아니라 북한의 핵 고도화 행위를 먼저 중단하라고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북한과 협의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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