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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현상’이 일시적인 바람이 아니길
안호원 | 승인 2021.06.22 13:56
지금 대한민국에선 36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몰고 온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교수 겸 박사] 마치 세대교체를 예고하는 듯한 전쟁으로 비춰지면서 두려워지기까지 한다. 명색이 제 1야당 대표인데, 지하철과 ‘따릉이’를 타고 국회에 출근하고, 주요 시사 쟁점에 대한 의견을 망설임 없이 SNS에 실시간으로 표출하는 모습을 보면 신선해보이기도 한다.
 
마치 인기연예인이 새로운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처럼 이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일거수일투족 연일 관심사
 
지난 11일 이후 한 주일동안 뉴스피드를 도배하다시피 한 분석들을 간추려보면, ‘이준석 현상은 통쾌한 세대반란이다’ ‘이준석 현상은 파괴적 정치 혁신이다.’ 열광적 분석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36세 젊은이의 도약에 대한 우려와 시기. 질투도 당연하게 따라붙었다.
 
또한 시장 자유주의로의 퇴행일 뿐이라는 당파적 비판도 나왔다. 젊은 야당대표의 등장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런 현상은 예기치 못한 이준석의 등장이 정치계는 물론 국민들까지도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한국의 정당정치는 권위주의 시대의 집권여당과 야당이 간판만 바꿔단 채 그들만의 카르텔을 유지하는 역사가 이어져 왔다. 현 담합체제의 여당을 보면 민주화 운동권들의 중심으로 기득권을 이어왔고,
 
제 1야당인 국민의힘은 사회 각계의 명망가들이 주를 이루는 명사정당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이준석의 등장은 이 같은 담합체제를 흔드는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국민들이 후련함을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이준석표 능력주의는 불공정한 국가의 개입과 이른바 586세대들의 가족 세습능력주의를 비판하는 88만원 세대와 3포세대의 대표이자 그들이 가진 분노의 상징이기도 한 청년들의 처절한 외침에 대한 메아리였는지도 모른다.
 
‘이준석 현상’이 일시적인 바람이 아니길
 
그러나 시장의 효율과 자유경쟁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준석 대표와 청년 지지층의 공명을 자유주의 연합의 탄생으로 속단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좀 더 지켜보아야겠지만, 필자의 노파심에서인지 몰라도 ‘이준석 현상’이 일시적인 바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다소 걱정이 앞선다.
 
이준석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에서 2위 후보자를 두 배 이상 앞섰지만, 정작 당원투표에는 다소 뒤져서 향후 당지지율이 순탄지만은 아닐 것 같은 우려감이 든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30대 0선’인 이준석 후보가 제1야당 대표로 당선된 것은 ‘특정 지역당’ 또는 ‘꼰대 당’이라 불리는 국민의힘의 체질을 확 바꿔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탈바꿈하라는 중도보수층의 간절한 열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주도하거나, 거대한 당 조직을 운영해 본 적이 없는 이 대표의 경험 부족을 우려하기도 했다. 언론의 평가와 지적대로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의 구성과 함께 이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것이 맞다.
 
국민의힘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체질로 바꿔야

 
얼굴만 30대 청년으로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청년당원들의 활동공간을 넓히고,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전국정당’ 다운 체질로 바꿔야하는 어려운 과제가 놓여있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취임사에서 가수 임채범의 노래 ‘너를 위해’의 가사를 빌려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대선 승리가 이 대표의 궁극적인 최대 과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대표의 역량은 중립적이고 공평무사한 태도로 큰 그림을 그리는데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 대표가 취임 일성(一聲)부터 ‘자강(自彊)’을 앞세우자 낮은 지지율로 그간 고전(苦戰)을 겪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지사 등 당내 대선 후보들은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유승민계를 떠나야
 
이 대표는 유승민 의원실 인턴을 했고, 탄핵정국에서의 탈당과 바른 정당 창당, 국민의 당 안철수 대표와의 합당과 결렬까지 정치적으로 동고동락(同苦同樂)해온 대표적인 ‘유승민계’로 알려졌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유승민 대통령을 만드는 게 꿈‘ 이라고 한 과거 인터뷰 발언이 논란이 된 일도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전 총장 측에선 “유승민계의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의 대선행보에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니냐?” 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통합해서 ‘하나’가 되어야할 마당에 이런 문제가 계속 대두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특히 유권자들은 헌정사상 첫 ‘30대 0선’ 제1야당 대표가 과연 낡은 정치를 깨부수라는 민의(民意)를 그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이 대표가 깨끗이 정리해야 할 것이다.
 
30대 청년 총각인 당 대표로서 승리의 기쁨은 짧고, 책임의 무게는 남다를 것이다. 그는 ‘공정 경쟁’외엔 별다른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아쉬운 것은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 연설대전을 통한 대변인단의 공개 선발 같은 기술적 변화를 넘어 근원적 혁신 방향을 제시해야 했다.
 
이준석 대표 용기도 필요하지만 지혜도 필요

 
필자가 놀랜 것은 이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 “탄핵은 정당했다. 당 대표로서 공적인 영역에서는 사면론을 꺼낼 생각이 없다.” 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등 ‘금기’ 에 도전하는 용기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당을 혁신하고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해선 부단한 분투와 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대표는 10여 년간 정치판에 있었다고는 하나 주로 ‘평론가’ 역할에 불과했다. 제1 야당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화려한 개인기만으로는 안 된다. 많은 조력을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겸손하고 또 귀를 기우려 경청할 줄도 알아야 한다.
 
또 이 대표는 지난 17일 여권의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고 했다. 수술실 CCTV 설치 협조 요구에는 “출입구 쪽 CCTV 설치 등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선악 구도로 모는 것은 논의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30대 보수정당 대표의 출현으로 ‘벼락 꼰대’ 위기감에 사로잡힌 민주당은 이 대표의 입장을 재차 요구하며 전 방위 적인 압박을 펼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보수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신경전을 벌이는 것을 두고는 당 지도부 내에서도 못마땅한 기류가 감지된다.
 
당내에서는 입당 문제를 두고 윤 전 총장과 줄다리기를 시작한 듯한 이 대표를 향해 최고위원들의 미묘한 견제성 발언이 나오는 분위기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가 윤 전 총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를 자꾸 하면,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공정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당직 인선이나 일정 조율에서 최고위를 패싱 하고 ‘일방통행’하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란의 에너지를 정치혁신의 계기로
 
이 대표는 최근 국회 당대표실에서 진행한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야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근 주목받는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 “겸손한 척 구태에 사로잡힌 지도자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정치 선언을 앞둔 윤 전 총장에 대해 “침대 축구를 할 상황도 아닌데 그러는 것 같다”고 평가했고, 최 원장에 대해선 “고독한 결단 뒤에 돕는 것이지 결단 자체를 압박해선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음 대선에서 ‘CEO(최고경영자)형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이를 갖춘 CEO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황창규 전 KT 회장, 국무총리를 지낸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을 들기도 했다.
 
여권 주자 중에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가장 유력하다면서 “창당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야권 대선 주자들에 대해 “‘국민이 불러서 내가 나왔다’는 상투적 표현은 설득력이 없다”면서 “비전은 무엇인지 밝히고 이것을 이루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히는 것만큼 매력적인 메시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정권 교체와 국정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후보가 대선 경쟁력이 높다고 본 것이다. 결국 이준석 현상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어느덧 뻣뻣해지고 무감각해진 채 ‘내로남불’의 제도권 정치에 대한 반란이다.
 
반란의 에너지는 사실 오랫동안 국민들의 밑바닥에서부터 축적되어왔다. 어떤 물체에 눌렸던 용수철이 뛰어오르듯 그렇게 폭발한 것이다. 이 폭발에는 여야가 따로 없을 것 같다.
 
이제 대선까지는 불과 9개월 남짓 남았다.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현재는 당내에 10%대 대선 주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게 현실이다. 후보 단일화 등 야권 통합과 연대의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내야 하는 것 또한 이 대표의 몫이다.
 
말실수와 과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정당한 비판에 귀를 기우리며 더욱 더 겸손한 자세로 낮아져야 한다. ‘내로남불’의 대명사로 불리는 민주당을 겪고 반드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
 
활시위를 떠난 ‘이준석 현상’의 운명, 국민의 힘의 운명은 오직 이준석에게 달려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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