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준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좌파 시민단체 후보인 박원순 시장에게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선거에서는 무조건 필승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1표에 승패가 갈리더라도 단 1표만큼의 승패요인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니라 10,000표만큼의 승패요인의 있기 때문에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박원순 후보에게 7.2%차이로 패배했다. 정부․여당․나경원 후보는 7.2%만큼 부족해서 패배한 것이 아니라 100% 부족해서 패배한 것이다.

7.2% 차의 이번 패배 세 등분하여 한나라당만 3.4%만큼의 책임이 있고 나머지는 청와대와 나경원 후보가 그 만큼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청와대, 나 후보 모두 100% 책임 있다고 해야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26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졌지만 부산 동구 등 8곳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이겼으니 “이겼다고도 볼 수 없고 졌다고도 볼 수 없다”는 민심과는 동떨어진 궤변을 늘어놓았다.

4번의 국회의원 출마와 당내의 대표 및 원내대표 경선을 해 본 사람으로서 할 이야기인가 귀가 번뜩였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패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먹구름이 몰려오는 데 나 혼자만 살겠다고 빠져 나갈 수 없다.

필자도 각종 자료분석을 통해 이번 선거가 힘들다는 판단을 했다. 그러나 패배주의에 빠져 이번에 힘들다고 주위에 떠들고 다닐 수 없어 초박빙이지만 1%차이이상 이길 수 있다고 확신을 심어 주려고 노력했다.

전쟁터에서 냉철한 판단은 전략가가 해야 할 일이지 선거에 이기겠다고 전쟁터에 나선 사람은 ‘이긴다, 이길 수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 놓아야 선거라는 전쟁터에 나설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의 승패의 근원은 어디서 찾아 볼 수 있을까.

승패자에게 승패의 요인을 찾자면 선거캠프의 안내데스크 요원의 ‘싹싹함’의 정도에서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수 만가지가 된다.

한강에 흐르는 물의 근원이 저멀리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의 '우통수(于筒水)'에서 있듯이 이번 선거패배의 원인도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시작되었음을 느껴야 한다.

▲지난 10월8일 <시사저널>은 대형 특종을 터뜨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장남 시형씨가 청와대와 공동 명의로 서울 내곡동에 50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은 발칵 뒤집혔고, 결국 청와대는 10월9일 서둘러 기자회견을 통해 본지에서 제기한 ‘이대통령 부부가 아닌 아들 시형씨가 왜 사저 부동산을 매입했는가’ ‘시형씨의 부동산 매입 자금 17억원의 출처는 어디인가’ ‘청와대는 왜 사저를 논현동에서 내곡동으로 은밀히 옮기고자 했는가’ 등의 세 가지 의혹에 대해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의혹은 일파만파 커지며 계속 확산됐다. 선거 초기 박원순 후보의 계속 터져 나오는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나경원 후보 측은 이슈선점에 실패했다.

큰 문제도 안 되는 ‘피부클리닉, 아버지 학교 문제’ 등 이 ‘사저논란’에 오버랩되어 발목이 잡힌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언론의 특종은 속성상 누군가가 제보를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시사저널>의 특정도 결국은 청와대 내의 누군가가 제보를 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을 고려해 신축, 내지는 증개축할 사저는 보통 극비리에 진행한다. 그렇다면 사저건축을 담당하는 기관은 경호실이 주축이 되고 예산을 관리하는 총무비서관실이 담당하게 된다. 그것도 극소수의 인원만 알 수 있다.

이번 사건의 문제점은 건축도 하기 전에 공개됐다는 것이다. 건축 중에 이루어졌다면 건축회사의 보안실수로 그렇다고 치부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공사 전에 건축 상세내용이 자세하게 공개되었다.

극소수의 인원만이 알 수 있는 극비정보가 누출되었다면 청와대의 보안체계에대한 심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은 북한에게까지 정보가 유입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시사저널>이 특종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진술서 문건을 토대로 ‘공직윤리지원관실, 이상득 의원 처조카 사위 비위 축소·은폐했다’(제1101호, 2010년 11월30일자) 기사, ‘MB 손윗동서 동생, 수천만 원 수뢰’(제1108호, 1월11일자) 보도 역시 누군가의 제보의해 이루어졌다고 본다.

이명박 정권출범부터 보수층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의 정체성을 질타하며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비서관 및 행정권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다.

그때마다 청와대는 못들은 척 넘어가기도 하고 마지못해 교체하기도 하며 근원적 대책을 수립하지 못했다.

청와대의 수석비서관 및 일반 비서관은 일반 대중에 노출되어 그들의 행적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 밑에 일하는 선임행정관 및 행정관들이 문제다.

그들의 이력은 보안에 따라 공개되지 않는다. 사실상 그들이 모든 실무를 담당하기에 보안상 중요하다.

일반 부처에 파견 나온 사람들은 정체성과 능력이 검증됐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대통령 선거를 치루면서 논공행상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과거의 전력보다는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되어 청와대에서 근무한다.

그들은 과거의 경력을 숨기기 위해 이력세탁도 서슴치 않는다. 추천한 사람도 믿을 수 있는 선후배라는 이유로 믿을 수밖에 없다. 전과사실 등 몇 가지 조항만 통과의례로 검증받을 뿐이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젊은 행정관들을 보면 지난 선거 때 보수이야기만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자기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고 오직 명빠라고 한다.

보수 명빠이면 괜찮은 데 좌파출신 명빠라 문제다.

필자가 아는 행정관 출신도 작년 말 그만두었지만 민노당 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비서관을 역임했다. 그는 청와대의 핵심부처에서 근무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 좋다고 이런저런 사람이 모여드는 데 한 표가 아쉬운 시기에 옥석을 가릴 틈이 없다. 또한 열정적이고 똑똑하니 원군만마를 얻은 느낌을 갖게 된다.

오직 자리만을 탐내고 달려드는 그들이 국가정체성, 보수이념을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후보를 도와주었던 그들 배려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 등 핵심기관이 아닌 단지 먹고사는 곳에 임명해 일자리 창출해 주면 된다.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부정부패 비리사건이 지난 정권과 달리 대서특필 정도로 없다. 그러나 정보유출은 시간이 갈수록 극성을 부릴 것이다.

권력의 맛을 본 애들이 미래에서 오는 불안감에 줄 대려고 낮에는 우파 밤에는 좌파낮에는 명빠, 밤에는 박빠의 짓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다.

▲ 사진@푸른한국닷컴

필자도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위해 2004년부터 활동한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을 알게 됐고 인지도도 높아졌다.

한나라당 대통령경선에 이 대통령이 승리할 것 같으니까 나같은 사람한테도 여기저기 전화가 왔다.

이명박 대통령을 돕겠다고 하는 사람이 온갖 감언이설로 접근해 왔다. 그는 진정성이 없었다. 돈 몇 갖고 사업을 위해 기웃거리는 정상배였다.

내게 메일을 보내왔다. 청와대 내부에서 생성된 것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생성된 것인지 몰라도 그들만이 돌려보는 ‘정보분석자료’였다.

청와대에 있는 자기 후배가 자기한테 보낸 것이라며 나한테 참고하라고 보내주었다.

당시 자료를 보면 정권창출에 대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간의 극렬한 시각차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정확한 ‘정보분석자료’였으며 향후 한나라당의 정권창출과 관련되어 참고할 만한 자료다.

화면을 보면 당시 정권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실무진들의 면면을 볼 수 있다. 인증샷관계로 언론에 노출된 유명인사들만 가리지 않고 오픈했다. 이정우, 이병래 비서관, 이해식 열린우리당 사무처장(현 강동구청장), 인회 형님(허인회로 추측됨). 조윤재 비서관 등이다.

▲지난 2006년 12월, ‘민노당원 30명이 한나라당 의원 비서관’이란 제목으로 언론에 대서 특필 된 적이 있다.

당시 보도에의하면 한나라당 의원들의 보좌관·비서관 가운데 민노당 당적(黨籍)을 가진 당원들이 30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대외비’ 모임도 갖고 있고, 민노당 당원은 아니지만 민노당에 후원금을 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A 의원의 보좌관 K(35)씨는 한총련 출신의 민노당 당원이다. 국회 근무 전에는 근무하던 직장에서 노조활동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부분 자기 비서관이 민노당원임을 알면서도 쓰고 있다고 했다. “민노당원들이 일도 잘한다”는 입소문이 나, 환경노동위에는 민노당원을 데리고 일하는 한나라당 의원이 당시 4명이나 되었다.

젊은 민노당원들은 학생회와 시민단체 등을 통해 쌓은 경험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정책입안을 돕고, 한나라당 의원은 민노당원에게 생계를 제공하는 공생관계다.

민노당 출신들은 모시는 의원을 가치와 철학으로 뭉친 동지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월급 주는 사장쯤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들에게 보수니 한나라당이니 하는 것은 웃기는 이야기요, 보수층에게 잘하라는 이야기가 먹혀들 리 없다.

당시 의원 들 보좌관 및 비서관을 관리했던 사무총장이 현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황우여 의원이다.

당시 한나라당 황우여(黃祐呂) 사무총장은 “민노당의 신념을 가진 민노당원들이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조사해 보고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황우여 의원의 현 정치적 행태를 보면 뻔할 뻔자라고 본다.

지금도 그들이 청와대 내에서,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 종횡무횡 활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보좌관 출신 김학영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나경원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을 게재해 파장을 일으켰다.

김학영씨는 지난 10월 18일 블로그를 통해 "초선의원이던 나경원 의원 보좌관도 했고 올해는 나경원 의원을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 만든 정당대회에서 나경원 의원 기획본부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지금은 어느 당 당원도 아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나경원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일하기 전후로는 김민석 전 민주당 의원, 이상경 전 열린우리당 의원의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패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내년 대선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내에 정체성이 불분명한 사람들이 주도권을 잡을 때 지난 노무현 정권처럼 속수무책 정권을 내 주란 법이 없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사람들은 SNS 때문에 패배했다고 난리다. 그 주변사람들은 SNS를 강화해야 한다고 난리다.

그렇다면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창출한 것이 SNS에서를 잘해서 정권을 잡았단 말인가. 왜 정권을 잡았는지 잘 복기를 하기를 바란다.

아생연후 살타(我生然後 殺他)란 말이 있다. 내가 먼저 살고 남을 죽이라는 말이다. 지금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내가 먼저 살 궁리는 하지 않고 남을 죽이려는 궁리만 해왔다.

내가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좋은 입고 좋은 음식 먹는 일보다 외부의 침입에 이길 수 있는 내성을 길러야 한다. 내성을 기르려면 병균의 득실거리는 환부를 도려내어야 한다.

그 환부는 청와대와 한나라당내에서 퍼져있는 정체성없는 무개념한 사람들이다. 그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는 절대 그들이 꿈을 실현할 수 없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그동안 ‘일 잘한다고 싹싹하다’고 정체성 없는 인물을 데려다 사용한 청와대,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모두의 잘못이다. 각각 100%의 잘못이다.

지금도 늦지 않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대한민국의 헌법에 충성하는 사람들로 다시 판을 짜라. 내년 총선 공천을 지켜보겠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전영준  news@bluekoread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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