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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그렇게 무서운가
안호원 | 승인 2020.02.17 15:17
중국은 한국과 공동운명체가 될 수가 없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교수 겸 박사] 신(神)은 만물의 영장이라 자처하는 인간에게 ‘망각’(忘却)이라는 귀한 선물을 주었다. 그래서 일까, 인간의 기억은 참 짧기만 하다. 그래서 역사와 유행은 수레바퀴처럼 늘 반복되는 것 같은 모양새다.

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사태는 그야말로 데자뷔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본 듯한 광경, 들어본 듯한 말, 똑같이 지적되는 문제들, 불과 5년 전 38명의 사망자를 내며 우리 사회를 반 년 넘게 정지시켰던 중동호흡기증후군(일면 메르스. MERS)사태 당시의 혼선이 재연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메르스 사태 직후 다시는 외래전염병 감염 확산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많은 다짐과 대책들이 우수죽순 쏟아져 나왔다. 제도적 장치는 물론 검역인력과 역학조사관을 증원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국회는 중동호흡기증후군대책 특별위원회를 가동, 활동보고서까지 만들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이밖에도 공공의료를 확대하고 감염전문병원 설립과 감염 병 관리 인력을 양성하며, 항바이러스 연구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선공약에도 질병관리본부 전문성 및 독립성 보장과 권역별 감염 병 전문병원 설립 등이 들어있다. 그로부터 5년. 이번엔 중국 발 인수공통 감염 병이 유입됐다. 이참에 드러난 우리 현실을 보니, 그 당시 충만했던 의욕과 공약은 모두 어디론가 증발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국내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첫 확진 자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가동됐다. 그사이 우한에서 6000여 명이 거침없이 입국, 서울 거리를 활보하며 관광을 했다. 항간에선 ‘정부는 어디 있느냐’ 는 아우성과 초동대응 실패에 대한 질책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들어다본 문 정권은 ‘하아~~’ 기가 막혔다.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던 역학조사관은 증원이 안 되었고 예산도 삭감됐다. 또 감염 병 전문 병원은 첫 삽을 떴다는 기사조차 없다. 문 정권은 임기 절반을 정적(政敵)제거에만 혼신의 심혈을 기우렸다. 준비되지 않은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우한 교민 시설 격리 문제로 관계부처 장관은 날계란 세례를 받고, 차관은 머리채를 잡히는 등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뜬금없이 주민들과 협의도 없이 그 지역에 감염 병 격리 장소가 된다고 하면 누군들 양손 들어 환영하겠는가.

장관 양복 한 벌, 차관 머리채 휘둘리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매몰차지 못하는 민족의 인정에 기대, 고비만 어물쩍 넘어가는 행태를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시점에서 국가는 무엇이며 또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묻고 싶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며 정부의 기본 책무”라고 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그럴 사한 말잔치뿐이다. 심지어는 긴급한 상황에서 ‘메르스 때와는 어떠냐?’고 박 시장에게 묻고 또 박 시장은 ‘훨씬 잘하고 있다.’ 며 의도적으로 전 정권을 비난하며, 자화자찬을 해 비웃음도 샀다.

정부 조치는 선제적이지도 않았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중국은 자국 내 70개가 넘는 도시를 봉쇄하거나 주민의 이동을 제한했다. 마침 막 한국에 부임한 싱하이밍 중국대사가 우리 정부에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우습게 여기며 “한국은 운명공동체”라고 까지 했다. 중국대사의 오만방자한 언행은 19세기 조선을 속국으로 취급하던 위안스카이와 닮았다. ‘한. 중 운명공동체’ 발언도 문 대통령이 먼저 꺼냈다. 그 말은 외교수사로 머물지 않는다.

거기에 386운동권식 역사관. 이념이 담겨있다. 그는 그것을 작심하듯 꺼낸 것이다. ‘우한 폐렴’을 굳이 ‘신종코로나 19’로 표기하는데도 나름 의도가 숨어있다. 신종코로나 사태에 투사하면서 그 어휘의 과시 기회로 삼는 것 같은 인상을 보이고 있다.

그로 인한 현상은 중국 눈치 보기다. 이미 고비를 넘겼다고 볼 수도 있지만 중국인 입국금지 확대 여론은 거세다. 하지만 정부는 미적거렸다. 한마디로 문 정권은 중국 몽(夢)에 감화 감동하고 있다.

이럼에도 문 정권은 4월 총선 전에 시진 핑 방한을 성사시키기 위해 저자세를 취했다. 그런 태도로 역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잠시 다수 한국인의 중국인 거부감을 키웠다. 이념적 고려의 부작용은 매우 심각했다. 정책 우선순위가 뒤틀린다. 민생경제 현장은 아우성이다. 위기는 시험대다 정권의 역량이 노출된다. 위기의 속성은 폭로다.

괴질(怪疾)은 체제내면을 들쑤신다. 권력의 실체가 드러난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렇게 작동한다. 문재인 정권의 정체성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 본색은 친중(親中).반미(反美)다. 순간 지난 달 주한 미국대사 해리스가 ‘북한개별관광은 한. 미 위킹그룹에서 논의 될 필요가 있다’는 말을 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여권이 ‘내정간섭을 넘어 조선총독부의 데자뷔’ 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그 덕에 미국대사의 콧수염이 때 아니게 곤혹을 치렀다. 미 대사관 근처에서 열린 데모 퍼포먼스에서 해리스의 콧수염은 뽑히고, 끔직한 참수까지 되었다.

외국의 유력 신문과 방송이 ‘이상한 행위’로 보도한 바 있듯이 미 대사의 모친이 일본인이라는 혈통까지 들먹이는 건 논쟁은커녕 상대를 비하하는 공격행위다. 끔찍하고 괴상망측한 퍼포먼스는 어느 누구를 향해서도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엉뚱하게도 조선총독부와 모친이 일본인이라고 들먹이는 건 국민들에게 감정적 선동을 하는 못된 행위다. 왜 ‘나쁜 식민 통치자 일본’을 끌어드렸는지 어이가 없다. 그렇게 한 여권과 시민단체가 중국대사의 굴욕적인 막말에는 조용하게 입을 다물고 있을까? ‘대국’ 이라서? 중국대사의 말이야 말로 내정간섭 아닌가.

중국이 그렇게 무서운가, 나를 무시하는 상대와 운명공동체가 되는 것은 노예가 되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을 맘대로 흔들며 다룬다. 중국 외교관들은 한국을 깔본다. 그들의 언행은 과거 조선시대 종주국의 무례함이다.

다수의 한국인은 거기에 분노한다. 그런데 문 정권은 여전히 침묵한다. 외교는 의연함의 연출이다. 얕잡아 보이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상대방은 위압적으로 나온다. 그것은 한. 중관계의 오랜 관성이다. 문 정권은 그런 전통적 지혜를 아예 외면한다.

문 정권의 균형 파괴는 상투적이다. 미국. 일본과의 갈등에는 각을 세우며 발끈한다. 그 편향성은 소름끼칠 만큼 선동적이고 집요하다. 그 속에서 한. 미 동맹은 헝클어진다. 한. 미. 일3국 공조는 해체 상태다 문 정권은 한일군사 정보 보호협정(GSOMIA)폐기 카드를 또 다시 꺼내들고 투정을 부린다.

그런 침묵과 인내는 북한에도 맞춰진다. 북한의 욕설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너절하다. ‘삶은 소대가리’식 모욕이 오랫동안 지속됐다. 그래도 문 대통령이나 여권에서는 미국과 일본에 대한 것과는 달리, 가만히 입을 다물고, 대변인 노릇까지 자처한다.

그런 풍광은 고약하기만 하다. 그런 문 정권의 침묵에 국민들은 가슴을 치며 통탄한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섬뜩하다. 시중엔 이 같은 정부의 소극적 대처에 ‘4월 총선 승리’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루머도 떠돌고 있다.

정부가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것은 중국에 밉보여 시진 핑 중국 국가주석이의 4월 총선 전 방한을 그르치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믿고 싶지 않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개탄스럽다. 주석 방한을 선거용 호재로 만들어 보자는 이들이 집권 세력 안에 있고, 그래서 정부가 미적거리는 것이라면, 그들은 국민의 생명은 무시하는 협잡꾼이나 다름없다.

이런 식의 ‘닥치고 선거’ ‘선거 승리 지상주의’가 의외로 집권 세력 내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안타깝게도 감염병과 인민 전쟁을 하는 시진 핑의 3월 중 방한은 어렵게 되어 여권에서 기획했던 총선 승리 전략은 물거품이 된 것 같다.

역병은 나라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 이쯤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재조명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선제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시진 핑의 중국 몽은 일장춘몽이 될 소지도 크다. 말 못하는 바이러스는 시진 핑이 말하는 ‘악마’가 아니다.

상대를 무시하는 중국은 한국과 공동운명체가 될 수가 없다. 미국 사화학자 배링턴 무어는 반세기 전 “부르주아 없이 민주주의 없다(No bourgois, no democracy)”라고 선언했다. 1987년 넥타이부대의 가세로 민주화를 달성한 한국에서도 입증된 가설이다. 두어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장기집권을 위해 국민을 우롱하지마라.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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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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