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법치 행정 안호원
법무부 훈령대로라면 ‘박종철 사건’은 일어날 수 없다.
안호원 | 승인 2019.11.03 03:30
앞으로는 검사가 기소한 피의자가 무죄로 선고되면 해당 검사는 무고죄로 처벌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교수 겸 박사] 법무부가 조국 수사를 앞두고 언론. 검찰을 옥죄는 총 35조로 구성된 ‘형사사건공개금지 등에 대한 훈령’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형사사건공개금지 등에 대한 훈령’에 따른다면 그렇다. 무고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었으니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법무부가 공개한 훈령은 이 정부의 민주성을 의심케 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훈령에는 ‘검사와 수사관은 담당 형사사건과 관련해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와 개별적으로 접촉 할 수 없다.
 
검찰청의 장은 오보한 기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을 제한 조치 등을 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헌법 제21조에 보장 된 언론. 출판의 자유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피의사실을 흘러 ’망신주기 수사‘와 ’여론재판‘을 해온 검찰의 관행을 막겠다는 것인데, 빈대 한 마리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다.
 
이 훈령대로 한다면 기자는 검사, 수사관등의 검찰관계자들을 일절 접촉 할 수 없게 된다. 공보담당으로 지정된 사람만 만나 그가 알려주는 것만 받아 써야 한다.
 
이는 과거 전두한 정부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특히 이 훈령에는 검찰 수사와 관련 오보를 낸 언론사 기자들의 검찰청 출입을 통제하겠다고 했는데, 오보여부를 누가 판단하고, 또 오보의 기준은 어떻게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
 
한마디로 법무부가 자신의 입맛에 안 맞는 기사에 ‘오보’ 딱지를 붙이고, 그 기자는 출입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과거 역대 정권에서도 ‘틀린 보도’라며 언론사를 압박했어도 일괄적으로 기자출입을 금지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11월에 예비적으로 적용되고 12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이번 훈령에 따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게 될 경우 기자들의 취재가 제한 될 것으로 우려된다. 불기소 처분한 사건의 경우 이미 언론에 널리 알려진 사건을 제외하고는 사건 공개 자체를 금지했다.
 
검사와 수사관 접촉이 차단되다보니 검찰 공보 담당이 알려주는 것 외에는 기사를 쓸 수밖에 없게 되었다. 따라서 검찰이 조국을 불기소 또는 기소처분을 하더라도 국민에게 공개될 정보가 극히 제한 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각 검찰청의 수사 지휘 라인에 있는 차장검사가 공보 업무를 해 오고 있다. 11월부터 언론사는 조국 수사 등 앞으로 진행 될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의도치 않은 오보를 낼 경우 검찰청 출입금지 등 취재 제한을 받게 된다.
 
이에 앞서 법무부는 조국의 부인 소환 직전에도 공보규칙을 바꿔 비공개 출석이 이뤄지도록 했다. 법무부와 대검이 협의 한 이번 훈령은 조국 수사 과정에서 여당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피의사실 공표’의혹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법무부는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애써 변명을 했다. 법무부가 말로는 ‘인권 존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런 일들의 최초 수혜자가 늘 조국 가족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검찰청이고,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훈령에 대해 언론계 일각에서는 ‘피의사실 공표’를 명분으로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독소조항이 담긴 규정이라고 심하게 반발하며 이 훈령을 거부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자칭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민주화 투쟁 경력을 자랑하는 문 정부가 1980년대보다 더 한 언론탄압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 ‘박종철 사건’이 생각난다.
 
당시(1987년) 법조 팀 소속 중앙일보 기자가 서울 지검 검사가 “경찰, 큰일 났어”라는 말을 우연히 듣고 취재를 시작해, 기사를 작성하면서 여러 언론이 고문치사 의혹을 제기했지만, 정부는 “경찰관이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하는 등 경찰의 집단 고문과 정권의 조직적 은폐가 드러날 때까지 관련보도들에 대해 ‘오보’ 딱지가 붙어 있었다.
 
또 하나, 2001년 ‘이용호 게이트’ 다. 검찰이 이 씨를 불입건 한 사건에서 촉발된 게이트 초기에 검찰 지휘부의 이 씨 비호 의혹은 검찰로부터 ‘오보’소리를 들었다. 결국 집요한 언론의 추적으로 비리가 확인되었고, 수사는 국정원과 대통령 가족 등 권력 핵심으로까지 번졌다.
 
기자가 검사를 만나는 게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태라면, 그리고 언론사가 공보담당자가 공식적으로 알려주는 것만 기사화 시켰다면, 검찰이 ‘오보’ 기자를 내쫓았다면, 정의로운 내부자를 언론과 떼어났다면 과연 거악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잔인한 물고문으로 숨진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생 박종철의 죽음은 끝내 ‘원인불명의 심장마비’로 기록됐을 것이다.
 
훈령 17조 3항에 따르면 ‘허용 범위를 넘는 사항에 대해 언론사의 확인요청에는 ’확인불가‘ 답변과 함께 이를 기사화할 경우 오보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로 되어있다. 기가 차다. 기자의 사실 확인을 방해하는 불법 지시이며 영혼 없는 답변을 강요해 검사와 수사관을 모독하는 짓이다.
 
헌법의 진정한 가치를 악용하는 훈령 앞에 자괴감마저 드는 게 분노가 치민다. 도대체 두 달 반 넘게 온 나라를 뒤흔들어놓고, 국민을 양분화로 분열시킨 장본인인 조국 한 사람을 위한, 훈령 등을 제정, 그를 지키려는지 그 의도를 받아드리기가 어렵다.
 
특히 언론통제 훈령이 여권의 언론관에 눈높이를 맞춘 것으로 비춰지는 것 또한 우려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조국 사태와 관련, 국민들에게 사과는커녕 언론 스스로의 성찰과 노력을 주문했고, 한 술 더 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이 검찰개혁이란 대의에 집중하다 보니 국민, 특히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
 
여당 대표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내가 정치를 30년 넘게 했는데 이런 야당(자유한국당)은 보다, 보다 처음” 이라며 야당과 검찰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게 어디 ‘송구하다’는 말로 끝날 일인가.
 
그리고 송구하다고 했지만 무엇 때문에 송구하다는 말은 하지 않고,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야당과 조국 가족을 수사하는 검찰을 비판하면서 빈축을 샀다. 거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왜곡언론을 강력하게 처벌 할 수 있도록 미국에 있는 징벌 적 배상 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박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조국 일가에 대한 언론 보도 태도를 문제 삼으며 나왔다.
 
노골적으로 조국을 지지해온 그동안의 행적으로 봐서 박 시장의 의중은 어느 정도 짐작 할만하다. 그러나 박시장의 발언은 언론의 메커니즘을 몰라서 하는 위험한 억지주장이다. 기자는 진실만을 쓰기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쫒기는 시간에 제한된 취재원으로 거대한 악의 뿌리를 캐내기엔 역부족이다.
 
미국 징벌적 배상제도는 미국 일부 주에서만 실시하고 있는데, 악법이라며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암튼 박 시장의 언론에 대한 적대감은 지나치게 소아병적이 아닐 수 없다. 징벌적 배상제의 도입은 처벌이 무서워 취재를 꺼리는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나타날 것은 강 건너 불 보듯 뻔하다.
 
또 박 시장은 “대한민국은 지금 정상적 국가가 아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운동장에서 놀게 하되 그 대신 게임의 규칙을 위반하는 언론의 경우, 딱 핀셋으로 뽑아내어 운동장 밖으로 던져버리자.”고 말했다. 그러나 박 시장의 말에 대해 핀셋을 언론에 적용하기에 앞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정치권으로 먼저 가져가라고 냉소를 지어보이는 국민들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언론 생태계를 이용, 언론규제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조국이 몰고 온 국론 분열의 책임을 언론 탓으로 돌리며 조국 에 대한 검찰 수사의 힘을 빼려는 저의로 의심 받기엔 충분한 상황이다.
 
모든 보도를 검찰이 통제하겠다는 오만한 발상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특히 사회 부조리를 감시하는 ‘워치 독’의 사명을 갖고 있는 언론을 마치 인권 침해와 오보를 일삼는 집단으로 평가한 것은 명예 훼손감이다.
 
현재도 언론 오보에 대해서는 ‘정정보도’를 요구할 수 있고, 또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 할 수도 있다. 굳이 훈령을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 법무부는 과잉충성으로 조국 감싸기로 의심 되는 위헌적 훈령을 당장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조치는 문 대통령의 오점으로 역사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언론사는 물론 국민들이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안호원  egis0191@hanmail.net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호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최근 이슈기사
임종석 불출마 선언,친문 중진, 86그룹 의원들 용퇴 압박 거세질 듯임종석 불출마 선언,친문 중진, 86그룹 의원들 용퇴 압박 거세질 듯
트럼프, 김정은에게 회담 제안 그러나 북 비핵화 입장은 변함이 없어트럼프, 김정은에게 회담 제안 그러나 북 비핵화 입장은 변함이 없어
대한항공, 독일서 접촉사고 인명피해는 없고 운항은 21시간 지연 돼대한항공, 독일서 접촉사고 인명피해는 없고 운항은 21시간 지연 돼
수원 영통 화재, 오피스텔,고시원 거주 주민 등 150여명 한밤 중 대피 소동수원 영통 화재, 오피스텔,고시원 거주 주민 등 150여명 한밤 중 대피 소동
icon가장 많이 본 기사
기사 댓글 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동 2가 247 3층  |  TEL : 02-734-4530(代)  |  FAX : 02-734-8530  |  긴급연락처: 010-2755-6850
제호 : 푸른한국닷컴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298  |  창간일 : 2010. 07. 20  |  발행·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전영준  |  마케팅이사 : 김혁(010-3928-6913)
Copyright © 2010-2019 푸른한국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ugsum@nate.com.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