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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현장에서 35마리의 소 배를 가른 공무원
인터넷뉴스팀 | 승인 2011.01.09 18:03

대한민국 전역에서 구제역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살처분 현장은 참혹하기만 하다.

가족처럼 키워 온 소나 돼지를 죽여서 땅에 묻는 농장 주인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매일 수백,수천마리에게 독약을 주입하는 수의사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이중에서도 가장 힘든 일은 죽은 소의 배를 가르는 일이다.

소나 돼지의 배를 가르지 않고 매몰하게 되면 땅속에 가스가 차서 폭발이 일어난다. 따라서 구제역 살처분 현장에서는 먼저 수의사가 독약을 주사하고,소나 돼지가 죽은 다음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서 묻기전에 반드시 배를 갈라야 한다. 독약주사는 수의사와 수의과 학생들이 하고 있지만,죽은 소나 돼지의 배를 가르는 것은 공무원들의 몫이다.

경기도청 홍보담당관실 행정7급 공무원인 김종기(40)씨는 성탄절 전날인 지난 12월 24일 도청 공무원 19명과 함께 연천군 구제역 현장의 긴급 방역지원 요원으로 차출됐다.

버스 안에서 속옷까지 다 벗고 방역복으로 갈아입은 그들에게 현장 담당자는 "공무원들이 직접 살처분 작업을 해야 한다. 마취된 소의 배를 갈라 땅에 묻어야 한다"면서 "오늘 다하지 못하면 내일까지라도 해서 작업을 다 마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위 좋은 분이 앞장서서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한 젖소 농가. 농가주인은 10년 동안 애써 키운 소 마흔다섯 마리가 구제역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바로 옆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예비적으로 살처분해야 한다는 데 몹시 화가 나 있었고 공무원들에게 욕설까지 섞어 항의했다.

김씨는 "정말 안타까웠다. 그 입장이라면 나도 그랬을 것"이라며 "처음엔 화를 내셨는데 나중엔 울면서 하소연해 더 마음이 아팠다. 다가가 위로해주고 싶었는데 싫어하실 것 같아 그러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축사 앞에 파놓은 구덩이 앞에 대형 비닐을 까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 다음 마취된 소가 쓰러지기 전에 축사 앞으로 모는 일을 했다. 마취주사를 맞은 소가 2분정도 지나 쓰러지면 포크레인이 대형비닐 위로 소를 옮겼다. 그리고 김씨에게 소의 배를 가를 무쇠 낫이 건네졌다. 소의 배를 힘껏 찍어 20㎝정도를 갈랐다. 내장이 쏟아져 나와야 하기 때문에 힘을 주느라 금세 팔과 다리가 저렸다. 김씨가 이날 배를 가른 소는 45마리 중 35마리.

공무원들이 힘들게 소의 내장을 쏟아내는 모습을 지켜보던 군 부대 관계자는 "그렇게 일일이 낫으로 힘들게 하지 말고 총으로 몇방씩 쏘는 게 낫지 않을까요?"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구제역 살처분, 특히 소의 배를 가르는 일은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공직자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안했다면 다른 동료가 했겠죠."

"메스껍다거나 속이 울렁거린다는 생각도 할 겨를이 없었어요. 다만 걱정되는 건 내가 작업하고 있는 것을 주인이 보면 어떡하나 였죠. 어떻게 보면 소를 내가 죽인 셈인데 직접 확인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겠다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더군요."

김씨는 "10년 동안 자식처럼 키운 소를 다 잃었는데 이 농가가 다시 일어서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하는 걱정도 했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농가에서 매몰작업을 하고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 12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성탄절 선물을 조용히 아들 머리맡에 두고는 "하루빨리 구제역이 종식 되기를, 피해를 입는 농가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기도했다"는 김씨는 "가족에겐 어떤 일을 했는지 전혀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0년 수원시청에서부터 공직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올해 11년차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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