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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승리 우려할 필요 없다 (3)
이종호 | 승인 2016.04.06 15:37
[이종호 과학국가박사]영화 전문가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든 영화가 위쇼스키 형제가 감독한 「매트릭스 The Matrix」 시리즈라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였다고 하더라도 14명이나 되는 세계의 석학들이 「매트릭스」가 야기한 철학적 의문을 파고드는 책까지 발간했다는 것은 보통 영화와는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알려준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불과한 「매트릭스」를 두고 세계의 지성들이 이와 같은 관심을 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미디어 비평가 리드 머서 슈셔드는 「매트릭스」가 테크놀로지 사회가 완전히 실현된 단계에서 ‘기계들이 창조해 낸 인공적 현실을 공유하는 집단적 환영’이라고 평할 정도였다. ‘매트릭스’란 어머니의 자궁 즉 모체를 뜻하는 라틴어의 ‘mater'에서 나온 말로 내부에 있는 무엇 또는 그로부터 무엇인가가 기원, 발전, 형태를 만들어 나오는 것으로 정의되지만 이곳에서는 컴퓨터 내의 가상공간을 의미한다.

윌리엄 깁슨은 그의 단편소설 『버닝 크롬 Burning Chrome』에서 컴퓨터 네트워크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데이터 등에 구해 구축된 사이버스페이스를 ’매트릭스‘라 불렀다. 영화에서는 인공지능을 갖고 인간을 통제하는 ‘사이버스페이스’를 지칭하는데 1984년 『뉴로맨서 Neuromancer』에서 다시 이 내용을 다룬 것이 초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일반적으로 『뉴로맨서』를 사이버스페이스의 원조로 생각한다. 이후 SF장르뿐만 아니라 당대의 상상력 전반에서 볼 때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인식한다.
 
실제 세계와 구별되지 않는 공간적 이미지, 인간과 컴퓨터의 완벽한 인터페이스가 구현되면 현실과 사이버스페이스 공극이 어느 정도로 확장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 미래의 보다 발전된 정보화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이 바로 「매트릭스」이다. 학자들이 이 영화에 특히 주목하는 것은 「매트릭스」가 앞에서 설명한 인공 지능을 비롯하여 미래에서의 과학이 발달했을 때에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부분을 소재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매트릭스」의 내용을 살펴보자.

‘매트릭스 2199년(내용은 1999년의 가상현실), 인류가 드디어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를 탄생시키며 AI는 생존본능에 따라 수많은 기계족을 탄생시킨다. 그러나 AI를 탄생시킨 것은 인간이지만 기계족이 갖고 올 위험을 알아차리고 기계족의 에너지원인 태양빛을 차단한다. AI도 대안을 수립하는데 그것은 놀랍게도 무의식 상태의 인간으로부터 에너지를 획득하는 것이다.
 
인간은 달걀처럼 생긴 컨테이너에서 죽은 사람을 액화시킨 찌꺼기를 영양액으로 받아먹으면서 에너지를 생산하여 기계들의 생명 연장을 위한 배터리로 사용되고 뇌 세포에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입력 당해 평생 기계에 의해 설정된 가상현실을 살아간다. 그러므로 가상현실 속의 캐릭터들은 사실은 매트릭스의 에너지 공급창고에 사로잡힌 실제 인간들의 의식을 가지고 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들 가상현실의 캐릭터의 원래 모습은 온몸에 호스가 꽂힌 채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잠든 노예와 같은 존재로 몸을 움직이거나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마치 건전지에 눈, 코, 귀가 없고 그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므로 가상현실 속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실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기계들의 세계에서 기계들에게 재배되는 전력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지배되는 인간이 의식을 차리면 인공지능 매트릭스와 연결이 끊어지면서 죽음을 맞는다(기계족의 전력원으로서 가치를 상실했다는 뜻).’
 
기계족의 능력은 이뿐이 아니다. 영악한 기계족은 인간을 죽은 건전지처럼 방치해 두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식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여 컴퓨터에 유지되는 매트릭스라는 가상현실을 만들었다. 가상현실 속의 캐릭터들은 사실 매트릭스의 에너지 공급창고에 사로잡힌 실제 인간들의 의식이다. 다시 말해 이들 가상현실의 캐릭터의 원래 모습은 온몸에 호스가 꽂힌 채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잠든 노예나 마찬가지인데 이들이 자신의 실체를 의식하지 못함은 물론이다.
 
물론 인간들도 기계족에 대항할 인간반란군들의 도시 ‘시온’을 건설하여 기계족과 대응한다. 낮에는 평범한 사무직인 컴퓨터 프로그래머, 밤에는 인터넷 사이버공간을 헤매는 해커인 주인공 네오가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로 지목되어, 매트릭스에 대항하는 저항군의 지도자 모피어스, 트리니티와 함께 인류를 구하는 일에 나선다. 매트릭스의 지배를 벗어날 수 있는 세 가지 조건을 세 사람이 나누어 갖고 있는데 모피어스는 믿음, 트리니티는 사랑, 네오는 희망을 갖고 있다.
 
「매트릭스」는 앨런 매티슨 튜링(Alan Mathison Turing, 1912~1954)에 의해 현대 문명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컴퓨터가 지구상에 태어난 이후, 앞으로 현대인들에게 무엇이 문제임을 알려준다. 우선 미래는 컴퓨터가 아니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제시한다.
 
주인공인 네오가 거주하는 방 번호가 101호라는 것도 컴퓨터가 0과 1의 이진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인간들이 컴퓨터의 세계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기계족과 대항하기 위해 인간들이 만든 도시인 시온 역시 컴퓨터와 기계가 있어야만 제대로 운영된다는 것은 미래가 IT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알려준다.

소위 인간성이 사라지고 기계의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기술 발전에 의해 탄생한 인공지능 등 기계들이 결국 그들을 만든 인간들에 대해 반항하고 세계는 암울한 미래를 향해 줄달음친다는 것이다. 이것이 「매트릭스」가 던져주는 기본적인 화두이다.
 
「매트릭스2- 리로이드」는 가상 세계인 매트릭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인공인 네오가 겹겹이 싸인 문을 열고, 매트릭스를 만든 소스 프로그램, 즉 근원과 대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선택 받은자’인 네오가 근원에 도달하자 네오 역시 매트릭스가 예측한 프로그램의 일부라는 충격적인 상황에 직면한다. 자신이 잘 생기고 능력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라는 점에 대해 의심해 본 적도 없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그는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처럼 미래가 이미 정해졌다는 불유쾌한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이다.
 
실제로 그는 정장은 커녕 옷을 입어 본 적도 없고 빗어 넘길 만한 머리털을 길러 본 적도 없다. 눈을 떠 본 적도 음식을 먹어 본적도 없이 기계족의 생존을 위해 에너지 공장에서 온몸에 호스가 박혀 캡슐에 갇힌 채 꼼짝도 못하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실상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은 잘 나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인식한다. 물론 그가 인류를 구할 메시아임을 감지한 모피어스는 인류가 처한 진실을 이야기해주고 그에게 특수 훈련을 시켜 매트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매트릭스3-레볼루션」은 진실을 찾는 여정에 한걸음 더 접근하게 된 네오에게 ‘사랑이냐, 인류의 구원이냐!’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선택을 강요한다.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 능력을 소진하고 매트릭스와 현실세계의 중간계를 떠돌게 된다. 한편, 기계들이 인간말살을 목적으로 인류 최후의 보루 ‘시온’으로 침공해오자 인간들은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전투를 벌이며 일찍이 그 어느 인간도 가본 적이 없는 세계, 즉 기계 도시의 심장부로 잠입한다. 그곳에서 기계 세상의 절대 권력자(DEUS EX MACHINA)를 만나게 되고 인류 최후의 거대한 진실에 접근한다.
 
「매트릭스」의 내용은 매우 복잡하고 철학적인 면이 삽입되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작가는 교묘하게 인간이 기계족에 대항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제시하면서 마무리한다.
 
인간의 미래가 앞으로도 획기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근거는 앞으로 모든 인간의 이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에 기반을 둔다. 인간 두뇌가 갖고 있는 경이로움에 대해 기계나 로봇이 따를 수 없다고 하지만 현실 세계에 인간의 두뇌를 능가하는 것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바로 인터넷망이다.
 
인터넷이 일반적인 기계와 다른 점은 기계가 애초에 설계된 한계를 넘으면 작동을 멈추지만 인터넷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인터넷이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정보 다발을 보낼 때 가장 빠른 경로가 어디인지를 상황에 따라 제 길을 찾아낸다. 인터넷의 성장이 생물의 진화에 맞추어 발전했다고 볼 수도 있으므로 결국 인간의 두뇌를 모사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학자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인터넷이 스스로를 의식하게 될 수 있는 가이다. 이 의문이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선용이 될지 악용의 용도가 될지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확장된 컴퓨터 시스템이라는 단어로 바꿀수도 있는데 인터넷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편리함을 위한 즉 인간의 입맛대로만 진행되지 않고 인간에게 악몽을 줄 문명의 이기가 되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이다. 이런 껄끄러운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 바로 「터미네이터」 시리즈이다.
 
영화의 주제는 타임머신과 스카이넷이다. 스카이넷에 의해 수많은 로봇들이 서로 자아(프로그램)을 복제하면서 개성있는 개체가 되자 인간들을 공격하는데 인간들이 이에 적절하게 대항하지 못하여 곤경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인간에 반하는 이런 상황은 로봇의 자아인식을 기초로 하는데 이들이 인간들 멸종을 기획하는 것은 인간들이 불합리한 존재라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로봇이 이러한 결론을 내리게 될 수 있는 것은 인간과 다른 로봇이지만 인간과는 다른 진화과정을 거쳐 인간과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설명을 「터미네이트」 시리즈에 대입하면 매우 껄끄러운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로봇이 어떠한 경우든 자기복제 능력을 부여받으면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된다는 주장이다. 즉 한번 증식을 시작한 한 대의 로봇이 인터넷 망 등을 통해 지구를 뒤덮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제어불능의 상태로 빠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컴퓨터바이러스로 인해 그동안 축적되었던 수많은 정보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에 대항하는 컴퓨터백신이 개발되어 문제점이 있는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다지만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보이는 능력 있는 기계 즉 로봇이 태어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와 같이 로봇에 심어지는 변형 또는 조작 프로그램으로 인한 정보 통제로 인해 인류의 파멸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로봇의 능력이 상향되는 자체가 결국 인간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데 누가 로봇을 만들려고 하겠는가라는 원천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계속)
 
참고문헌
『과학이 몰랐던 과학』, 존 플라이슈만 외, 들린아침, 2004
『영화 속의 철학』, 박병철, 서광사, 2001
󰡔씨네 페미니즘의 이론과 비평󰡕, 서인숙, 책과길, 2003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정재승, 동아시아, 2002
『로봇, 인간을 꿈꾸다』, 이종호, 문화유람, 2007
『로봇, 사람이 되다(영화 속 로봇 이야기)』, 이종호, 과학사랑, 2013
『로봇, 사람이 되다(함께 사는 로봇이야기)』, 이종호, 과학사랑, 2013
「방전되지 않는 생체배터리 납시오!」, 이수환, 과학향기, 2009.09.28.
「영화 매트릭스의 세계 실현 가능할까」, 양현승, 󰡔과학동아󰡕, 2003. 7.
 
■ 이종호 과학국가박사
 
1948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 취득. 1982년 과학기술처의 유치 대상 해외 과학자로 선정돼 프랑스에서 귀국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기.
 
'노벨상이 만든 세상',‘로마제국의정복자 아틸라는 한민족’등 85권의 과학 도서를 저술했다. 현재는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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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mystery123@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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