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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승리 우려할 필요 없다 (1)
이종호 | 승인 2016.03.28 07:50
알파고
기계는 인간이 아니므로 두뇌 부분의 정보를 장착하기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인간의 힘이 필요하다.

[이종호 과학국가박사]1997년 ‘딥블루(Deep Blue)’가 1500년 체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던 러시아의 게리 카스파로프(Gary Kasparov)를 6전 2승3무1패로 물리쳤다. 공식 경기에서 로봇이 인간을 처음으로 패배시켰는데 그 대상이 세계적인 천재라는 체스챔피언이라는 점에서 세계가 경악했다.

딥블루는 슈퍼컴퓨터 32대를 연결하고 체스 전용 확장 프로세서를 512개나 탑재한 컴퓨터이다. 더구나 딥블루는 체스 말의 경로를 1초에 2억 가지나 읽을 수 있고 3분이면 3514에 달하는 경우의 수를 조합할 수 있다. 즉 자신의 순서가 되었을 때마다 14수 앞을 내다보고 다음 수를 놓을 수 있었다.
 
카스파로프는 딥블루와 대결에서 패한 후, 2003년 슈퍼컴퓨터 ‘딥주니어(Deep Junior)’와 6차례 경기를 펼쳐 3승3패로 무승부를 이루었다. 2003년 11월에도 카스파로프는 컴퓨터 체스프로그램 ‘X3D 프리츠’와 경기를 펼쳤으나, 1승2무1패의 무승부로 끝낸 후 은퇴했다.

2006년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블라디미르 크람니크는 2승4패로 컴퓨터 프로그램 딥 프리츠에 패했다. 딥 블루와는 달리 딥 프리츠는 일반적인 인텔사의 CPU '제온'을 2개 탑재한 일반적인 컴퓨터에 깔린 프로그램으로 1초 동안 800만 개의 수를 계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 시합은 컴퓨터 학자들 간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컴퓨터가 체스 천재를 상대로 승리했다면 그들의 능력이 어디까지 발전할까 즉 궁극적으로 인간의 능력을 넘을 수 있느냐이다. 이 질문에는 두 가지 답이 준비된다.

첫째는 기계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인간의 두뇌를 따를 수 없다는 불가론이다. 펜로즈 교수가 이와 같이 주장하는 것은 지능에 대한 인간의 신뢰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기계의 두뇌를 만드는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만들어주어야 하므로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프로그램을 배제하므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로드니 브룩스 교수는 인간을 닮은 지능형 로봇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과 기계가 원천적으로 다르므로 이를 굳이 동일 선상에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브룩스 교수의 논지는 간단하다. 인간도 기계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다소 비약적인 설명이기는 하지만 그는 원리상 실리콘과 강철로부터 진정한 감정과 의식을 모두 지닌 기계를 만드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단지 현대의 과학기술이 일천하여 그 방법론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여하튼 로봇학자들의 논쟁은 끊임없지만 로봇 개발의 한계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근거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한계성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대안을 만들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컴퓨터의 차이는 분명하다. 인간은 시냅스를 통해 뇌 세포를 ‘병렬적’으로 운용한다. 사람은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고 음악을 듣는 일을 자연스럽게 행할 수 있다. 이때 머릿속에서 동시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맴돌기도 한다. 그날의 주가를 나름대로 예측하기도 하고 회사 일에 대해 계획을 세운다.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다른 음악을 듣기도 하고 습관적으로 허리를 쭉 펴는 운동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로봇 즉, 컴퓨터가 수행하는 작업의 패턴은 ‘직렬적’이다. 하나의 데이터로부터 하나의 출력 데이터가 도출될 뿐 뇌 세포의 경우처럼 정보 간에 상호 연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인간의 지능을 기계가 따를 수 없다는 것은 인간의 지능이 기계와는 또 다른 속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르다는 뜻도 된다. 특히 인간은 완전히 새롭고 예측 불가능하고 비결정론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창의성이라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는데 그 창의성을 프로그램화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지구의 수많은 동물 중에서 인간이 최정상부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간의 창의성 즉 상상력과 자의식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이 프로그램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님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로봇에게 인간의 창의성을 듬뿍 갖고 있는 두뇌를 프로그램하여 갖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질문할 수 있다. 수많은 SF 영화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분야로 인간의 두뇌 정보를 컴퓨터 안에 저장시키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라면 일견 이해되기도 한다. 실제로 초보적이기는 하지만 인공신경망 이론을 접목시킨 프로그램도 개발되고 있으므로 이를 확대하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세즈노프스키 박사는 인간 대뇌 피질의 대규모 기억용량을 1000억 뉴런, 100조 개의 시냅스가 서로 복잡하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때 1014〜1015바이트로 계산했다. 시냅스 당 약 1바이트의 기억용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이 숫자가 현재의 인터넷 전체 데이터량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구글(Google)은 이것을 테라바이트 디스크에 저장할 수 있으며 동시에 수십만 대의 컴퓨터를 통해 이 데이터들을 보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위 숫자의 문제점은 인간의 속성을 감안할 때 터무니없이 작게 잡았다는 점이다. 인간 한 명의 두뇌에 있는 원자를 대략 1026로 간주하고 이들 원자 하나에 1킬로바이트를 간주한다면 한 사람 당 필요한 정보량은 약 1026킬로바이트에 달한다. 1015바이트에 비해 최소한 1014배나 된다는 것으로 이를 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이 들어간다. 불가능의 영역이란 ‘타임머신’, ‘공간이동’, ‘투명인간’, ‘광속여행’ 등 현 우주체계 안에서는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에 두뇌 복제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설사 두뇌 복제가 가능하더라도 기계는 인간이 아니므로 두뇌 부분의 정보를 장착하기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인간의 힘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두뇌 정보를 프로그램해서 필요할 때 이를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비디오를 보려면 비디오 테이프와 비디오기 즉 비디오 재생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유능한 프로그래머라도 인간의 모든 속성을 정확하게 예측하여 설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컴퓨터가 인간의 뇌 세포처럼 인공신경망 이론을 접목시켜 일부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인간이 두뇌를 운용하는 방법을 모사할 수 없다고 단언하는데 이는 인간 두뇌의 상세를 인간조차 정밀하게 분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로봇의 한계성 때문에 로봇이 인간을 추월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논쟁의 기본으로 삼을 때 로봇은 결코 바둑의 고수를 이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체스 천재 카스파로프가 딥블루 컴퓨터에게 패배지만 바둑과 체스는 바둑에 비해 경우의 수가 다르다.

사실상 카스파로프가 딥블루에게 패배했지만 과정을 보면 카스파로프가 완패한 것은 아니다. 한 게임은 비길 수 있었음에도 포기했고 마지막 게임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에 패배했다는 시각이다. 더불어 체스는 무승부가 존재한다.
 
여하튼 체스의 세계를 점령한 기계이지만 바둑을 기계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라고 설명되는 것은 바둑은 체스와는 달리 영토를 두고 싸우는 복잡한 경우의 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체스에는 첫 번째 수를 두는 20가지 경우의 수가 있으나 바둑의 경우 첫 착점만 19X19인 361개가 된다.

바둑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대략 361!/4(패, 후절수 등과 같이 이미 둔 곳에 돌을 들어내고 다시 둘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함) 정도로 본다. 이것을 계산하면 10의 700승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된다. 4로 나누는 이유는 바둑판은 상하좌우 대칭의 구조로 되어 있어 4면으로 나누어지며 각 면의 착점은 동일한 경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이 10의 700승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1초에 약 1,000번 작동하더라도 컴퓨터의 분석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간은 위기 상황에서는 순차적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인간은 큰 숫자를 곱할 때 순차적 방법을 사용한다.
 
반면에 컴퓨터는 ‘퍼즐식’ 추론에는 능숙하다. 컴퓨터는 더 빠른 하드웨어와 더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게임 해결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도 대규모의 심층 탐색을 피하기 위해 오직 현재의 위치에 가까운 수만 분석하도록 하고 있지만 인간의 병렬 처리 능력을 뒤따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하드웨어는 인간이 효율적인 추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실행했을 때 비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요약하면 어떤 문제는 패턴 맞추기를 사용할 때 가장 잘 풀리는 반면 어떤 문제들은 순차적 탐색을 통해 가장 잘 풀린다. 컴퓨터의 속성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컴퓨터의 장점으로 해석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학자들은 바로 이점을 지적하면서 컴퓨터가 결코 인간과의 대결에서 바둑 분야에 관한 한 이길 수 없다고 장담했다. 경우의 수가 많은 것은 물론 근본적으로 병렬적이기 때문이다. 즉 막무가내식 탐색을 사용하여 바둑을 두면 결코 인간의 순발적인 대안 제시에 대응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전망에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컴퓨터 알고리즘을 장착한 ‘알파고(AlphaGo)’는 2015년 유럽바둑챔피언인 판후이에 5전 전승을 거둔 후 10여 년 동안 세계 최정상으로 세계 바둑계를 평정한 이세돌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5전 3승을 기본으로 승자가 100만 달러를 받는다는 조건이다. 도전장을 흔쾌히 받아드린 이세돌은 전승을 확신하면서도 알파고의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인간의 직관력과 감각을 인공지능이 따라오기는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에 알고리즘 설명을 들으면서 인공지능이 직관을 어느 정도 모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대 0으로 승리하는 확률까지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2016년 3월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세돌이 1승만 건진 1승 4패로 100만 달러의 상금은 알파고가 차지했다. 그야말로 인간의 마지막 보루 즉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인간이 컴퓨터에게 패배할 수 없다고 장담한 바로 그 바둑 분야에서 최고의 고수가 완패한 것이다.
 
이세돌의 패배를 보고 한국기원의 양재호 사무총장은 이들 대국이 매우 불공평한 상태에서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알파고는 정체를 철저히 숨기고 있지만, 이미 공개된 이세돌 9단의 모든 기보를 확보하고 있는 상태에서 바둑을 둔다는 것은 페어플레이가 아니다라는 지적이다.

사실 이세돌 9단은 10년 이상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했기 때문에 최근 부상한 젊은 기사보다 더 많은 기보가 공개돼 있다. 반면 알파고는 3,000만 건의 기보를 공부하고, 스스로 한 달에 100만 번의 대국을 소화했다면서도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공개하지 않았다. 실제로 알파고의 공식 자산이 공개된 것은 판후이와의 5판 뿐이다.
 
더불어 <구글 딥마이드>사에게도 의혹을 던진다. 이들이 컴퓨터를 영국에 두고 영상대국을 한다고 하지만 이들의 실체를 공개한 것이 아니다. 즉 컴퓨터가 인공지능을 사용해 이세돌의 한 수 한 수에 대항하지만 행마 등을 볼 때 누군가인 고수 또는 집단이 알파고에 현장 훈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문은 바둑의 ‘경우의 수’를 고려할 때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지만 이 문제는 논제 외의 일이다.
 
알파고의 물리적 실체는 그야말로 놀랍다. 알파고에는 무려 1,202개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176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하고 1,000대 서버를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CPU 한 대당 1초에 1,000회 이상 시뮬레이션을 하며 서버는 여러 대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분산 처리하는 방식(클러스터)을 따른다. 이세돌 9단은 프로와 준 프로 바둑기사를 합쳐 모두 1,202명의 협업 플레이를 상대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많은 대학교와 기업에서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그 수준은 아마추어를 넘지 못했다. 이들과 알파고의 근본적 차이는 배우는 시간의 차이다.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감독 학습에 의한 고수의 ‘다음 수 맞히기’ 학습과정에서 알파고는 55% 정확도를 보였다. 이것에 동원된 문제가 3,000만 개인데 250수짜리 대국을 첫 수부터 맞히기로 했다면 이미 12만 판에 대한 학습을 마친 것이다. 대국 한판을 20분에 끝내는 셈인데 하루 종일 대국을 둔다면 72판 대국을 두는데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알파고는 본격적인 바둑 고수와 대결을 준비하면서는 컴퓨팅 파워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그런데 CPU를 마냥 늘리는 것은 오히려 계산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파악했다. 1,900개의 CPU보다 1,202 CPU가 최적이라는 판단으로 알파고는 바둑판 위에서 1초당 10만개 수를 고려할 수 있는데 이는 인간이 따를 수 없는 숫자다. 여기에 176개 GPU도 탑재되는데 CPU에 GPU를 함께 구성하면 CPU만 탑재한 것보다 수십 배 연산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컴퓨터를 작동시킬 때 발생하는 열도 적다. (계속)
 
참고문헌 :
『로봇, 인간을 꿈꾸다』, 이종호, 문화유람, 2007
『로봇, 사람이 되다(영화 속 로봇 이야기)』, 이종호, 과학사랑, 2013
『로봇, 사람이 되다(함께 사는 로봇이야기)』, 이종호, 과학사랑, 2013
『로봇 만들기』, 로드니 브룩스, 바다출판사, 2005
󰡔슈퍼영웅의 과학󰡕, 로이 그레시 외, 한승, 2004.
󰡔인터넷 다음은 로봇이다󰡕, 배일한, 동아시아, 2003.
󰡔로봇의 시대󰡕, 도지마 와코, 사이언스북스, 2002.
「추론: 주인 취향 맞춰 비서 노릇 척척」, 김명원, 󰡔과학동아󰡕, 2000. 6.
「인간의 사고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가」, 최일호, 바둑학회, 제1회 바둑학술대회, 2004
「1대1202의 싸움...알파고에 대한 ‘진실’」, 원호섭, 매일경제, 2016.03.11
 
■ 이종호 과학국가박사
 
1948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 취득. 1982년 과학기술처의 유치 대상 해외 과학자로 선정돼 프랑스에서 귀국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기.
 
'노벨상이 만든 세상',‘로마제국의정복자 아틸라는 한민족’등 85권의 과학 도서를 저술했다. 현재는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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