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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총리 후보,’책임지는 총리‘가 아니라 ’책임있는 총리‘가 되어야
안호원 | 승인 2015.05.26 12:49

"물고기는 머리부터 썩는다.” 라는 로마 격언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수필가 겸 시인]뜻하지 않은 ‘성완종 리스트’ 에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심지어는 유엔의 시무총장까지 줄줄이 엮였다. 이 같은 한심한 대한민국의 현실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거물 실세들이 줄줄이 엮이고, 검찰의 시퍼런 작두에 여야가 숨을 죽인 채 관망하고 있다.

‘비리가 있다면 목숨까지도 내놓겠다.’ 며 총리자리를 고수하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결국 사퇴 압박에 굴복, 사건 발생 12일 만에 물러났다. 두 달 남짓 임기를 채운 이완구 총리가 사의를 밝히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또 다시 후임 총리를 구해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되었다.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여섯 번째 총리지명을 해야 할 정도로 현 정부의 총리 인선은 ‘수난사’ 그 자체였다. 심지어는 ‘불랙홀’ 자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에 앞서 박대통령이 지명한 대부분의 총리 후보들이 병역, 재산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낙마를 하고, 또 다른 후보 2명은 인사청문회도 치르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또 몇몇 예상인물을 접촉해보면 대개 손사래를 치거나 검증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총리 인선은 한 마디로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5명을 지명해 가까스로 2명만 총리직을 수행했다. 민정실에서 아무리 열심히 검증해도 어디서 펑크가 나서 망신을 당할지 몰라 겁을 낸다는 것이다.

총리 지명자 5명중 유일하게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정홍원 총리가 유임까지 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장고 끝에 결국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지명했다.

이완구 전 총리의 사퇴 이후 24일만이다. 이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폭로로 불거진 부정부패 파동 국면을 정면 돌파하는 등 통합보다 강력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청와대와 민정수석실은 ‘도덕성’ 과 ‘개혁성’ 을 잣대로 총리 후보를 물색해왔으며 후보로 검증 대에 올랐던 인사가 100여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인선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 여섯 차례 총리 지명과정을 거치면서 여론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전임 총리 후보자들이 역사관, 전관예우, 자녀병역의혹 등의 이유로 줄줄이 낙마하면서 새 총리가 갖춰야 할 요건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낙점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13년 2월 현 정부 초대 내각멤버로 발탁된 후 박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을 뿐만 아니라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통령비서실장과 국정원장 등 주요인사 수요가 있을 때마다 유력한 후보군으로 오르내렸다.

이를 입증하듯 청와대에서도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법무부장관으로 직무를 수행하면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으며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 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국무총리는 권력은 없어도 할 일은 많다. 그 자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다. 장관보다 높은 위치에서 국정 전반을 조명해야 한다. 특히 대정부질문 답변이 주요 업무인 만큼 야당과의 소통도 중요한 임무다.

그렇기 때문에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덕목은 높은 도덕성과 함께 요구되는 개혁성이다. 국민다수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통합적 지도력을 갖추어야 한다.

문제는 국회인사청문회라는 검증문턱을 어떻게 넘느냐가 관건이다. 벌써부터 야당은 “국민통합형 총리를 바랐던 국민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며 “법무장관 하는 내내 극심한 이념갈등을 부추기고 공안정치로 야당과 국민을 겁박했고, 국민의 목소리가 아닌 대통령의 말만 들은 ‘예스 맨’ 이었다.” 고 성토한다.

호락호락하게 황 후보자에게 총리로 가는 길을 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현직 대통령에게는 막말을 일삼던 새정치연합이 황 후보자가 과거에 김대중 대통령을 ‘김대중 씨’ 라고 부르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투신’ 이라고 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총리인준 불가’ 방침을 세운 새정치연합은 ‘인사청문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장은 강경파로 분류되는 우원식 의원이 맡게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도 여당 몫인 인사청문특위 위원장과 청문위원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황 후보자는 법무부 청사에 머물면서 재산신고 서류와 세금 납부 관련 자료 등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서류가 모두 마련되는 오늘(26일)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전에 국회 인준 절차를 마무리 하려는 포석이다.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 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와 국회 본 회의의 표결 등의 모든 심사를 마쳐야 한다. 만약 국회 인준을 통과하면 황 후보자는 대야 소통과 함께 국민 통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황 후보자가 17개월간 로펌에 근무하면서 약 16억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 달 평균 9300만원이다. 전관예우라는 비정상 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혐의가 짙다. 앞서 총리 후보자로 거론되던 안대희 전 대법관도 퇴임 후 로펌에서 5개월 동안 약 16억 원을 벌어드린 것이 전관예우 논란을 일으켜 낙마했다. 또 두드러기 일종인 ’만성 담마진‘ 이라는 피부질환으로 제2국민 역(5급)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되기도 했다.

이 문제가 국무총리에게 가지는 의미는 국회의원이나 장관과는 다르다. 국무총리는 대통령 유고시 대통령의 직을 수행해야 하는 자리다. 황 후보자가 무난하게 청문회를 거쳐 총리가 된다면 이 나라는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군(軍)경험이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대통령과 총리후보자가 고강도 개혁에 뜻을 같이 하면서 성완종 사건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여야 대선 자금이나 성 전 회장에 대한 노무현 정권의 특별사면도 범법 혐의가 드러날 경우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스코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업 비리수사와 대통령이 천명한 사면제도 개선 같은 정치 개혁도 강화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 번 청문회는 장관 수준에서보다는 다른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정책과 정치철학에 대해 엄중히 묻고, 후보자는 성실한 답변으로 국민의 의구심을 최대한 해소시키며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차기 총리가 누가(Who)되느냐 보다, 얼마나(How)일을 잘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국정 수행에 차질을 빚지 않게 하려면 이제는 내편, 네 편 따지지 말고, 신속한 후임 총리를 지명해 공백과 누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총리에게 상당한 권한을 주어야 한다. 더 이상 ’마담 총리‘로 있어서는 안 된다.

’책임지는 총리‘가 아니라 ’책임총리‘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몽돌(모나지 않고 둥근 돌)이면 총리는 그 돌을 받쳐주는 나무받침대다.” 노무현 대통령이 13년 당시 당선인 인사 때 한 말이다. 기우뚱하기 쉬운 ’몽돌‘ 을 음푹 들어간 ’나무받침대‘가 받쳐줘야 몽돌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제는 ’인사권= 대통령의 고유 권한‘ 은 당연히 벗어나야한다. 집착하는 건 정치적 사치다. 우리도 한 번 쯤 제대로 된 총리를 가져보고 싶다. 단 하루를 해도 족보에 오른다. 따라서 총리는 항시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다는 자세로 마음을 비우고 일을 한다면 훌륭하고 존경받는 인물로 기억되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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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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