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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내가 만드는 만병통치약
이종호 | 승인 2015.05.09 20:47

   
▲ 자료화면임 아래글과는 관련이 없읍니다./사진@jtbc캡처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해주는 것이 인간의 생활에 큰 도움이

[이종호 과학국가박사]로 하여금 원래 갖고 있는 생명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일찍 사망하게 만드는 요인은 개인적인 질병이나 돌발 사고를 비롯하여 고민과 불안 등 헤아릴 수가 없다. 나름대로 치료 방법이 제시되지만 의사들이 제시하는 치료방법은 대체로 유사하다.

환자가 병이 완쾌된다는 믿음을 갖고 병에 적합한 수술 또는 약을 투여 받으라고 한다. 환자가 질병이 치료될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 더 든든한 후원자를 갖게 된다고 의사들이 단언해서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낙담한 사람들의 병세는 갑자기 나빠지는 반면 병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환자의 병세가 극적으로 좋아지는 것을 자주 목격하기 때문이다. 종종 암에 걸린 사람이 살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할 경우 암이 보다 빨리 진전되고 자신은 암을 꼭 이길 수 있다고 각오를 단단히 할 경우 기적과 같이 완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열정에 의한 믿음만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믿으면 이뤄지는 현상)’가 있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이다. 그는 상아로 아름다운 인조인간 갈라티아를 만든다. 본래 여자를 혐오하여 결혼을 포기한 채 독신으로 지내온 피그말리온이었지만 생명이 없는 자신의 작품을 짝사랑한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그의 간절한 기도를 듣고 갈라티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준 덕분에 피그말리온이 사랑을 이루게 된 것으로 즉 간절히 원하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뜻으로 자주 인용된다.

1904년 노벨상을 수상한 이반 페트로비치 파블로프(Ivan Petrovich Pavlov, 1849〜1936)가 한때 어떤 세균에 감염되어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다. 아직 항생제가 발견되기 전이다. 침대에 누운 채 고열에 시달리며 죽어가던 그는 조수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자기 집 근처에 있는 강가로 내려가서 햇볕에 따뜻해진 진흙을 들통에 하나 가득 담아 오라고 한 것이다. 죽어가는 파블로프의 청이라 그는 들통에 진흙을 담아 침대가로 돌아왔다. 힘이 전혀 없는 파블로프는 진흙에 손을 찔러 넣더니 놀기 시작했는데 의사들이 그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의사들이 그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은 것은 임종이 임박한 사람이므로 그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자 파블로프의 열이 마침내 가라않기 시작했다.

추후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강가 진흙에 천연항생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을 파블로프가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파블로프는 자신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어릴 적에 어머니와 함께 강가로 내려간 적이 많았다. 나는 어머니가 빨래를 하는 동안 근처에서 진흙을 갖고 놀았다. 내가 진흙놀이를 하는 동안 어머니는 재미나는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다. 나에게 일생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절의 기억이다. 앓아 누워 있으면서 나는 일생에서 제일 즐거웠던 그 시절을 되살 릴 수 있다면 병도 나을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말은 행복감이라는 믿음 자체가 자신의 병을 낳게 해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어린 시절에 좋아한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두는 것은 중요하다. 뒤뜰에서 또래 아이들과 함께 막대기로 요새를 지으며 놀았는지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혼자서 흥에 겨워 춤을 추거나 노래 불렀는지를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파블로프의 이런 말은 노벨상을 수상한 대과학자로서 비과학적인 생각이라고 무시할지 모른다. 그러나 믿음의 결과는 그야말로 놀랍다.

피그말리온 효과와 유사한 현상으로는 인간들의 믿음이 놀라운 효과를 얻게 하는 ‘플라시보 효과’가 있다. 플라시보란 ‘나는 기쁠 것이다’라는 뜻의 라틴어로 가짜 약을 투여해 심리효과 등에 의해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기본으로 한다. 전쟁터에서 약이 떨어지자 밀가루 등을 항생제라고 환자에게 주었더니 놀랍게도 상당수 환자의 증상이 호전된다는 것도 플라시보 효과이다.

이런 예는 전쟁터가 아니라 일반 상황에도 적용되는데 매우 공신력 있는 의사가 열성을 갖고 위약을 새 요법으로 제시할 경우 생각보다 환자들에게 좋은 영향 즉 치료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진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의사가 치료하면서 의사의 치료 의욕이 높을수록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이를 좀 더 쉽게 설명한다면 환자의 마음 자세가 몸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파블로프의 치료와 믿음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뜻도 된다. 물론 플라시보 효과만으로는 에이즈나 암 같은 심각한 병의 경우에는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설명도 있지만 학자들이 이런 현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1955년 미국 MIT종합병원 마취전문의인 헬리 비처는 「강력한 위약」이라는 논문에서 의사가 강력하게 권유하는 위약이 수술 후에 통증, 두통, 멀리, 기침, 불안 같은 신경 장애들을 치료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관절염에서부터 우울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에 걸린 환자들 중 30〜60퍼센트가 위약 치료 후에 증상이 상당히 호전되었는데 놀라운 것은 위약이 고혈압, 우울증, 좌창, 천식, 감기, 관절염, 궤양, 두통, 변비, 심지어는 사마귀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위약에 대한 자료들은 계속 발표되었다. 위약이 신앙치료⋅암시의 힘⋅안수치료 등에도 효과가 있으며 주술사의 고약도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는 결과도 나왔다. 특히 엄마와 아이들의 입맞춤, ‘엄마나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믿게 만드는 치료 효과도 매우 좋았다. 이런 결과는 ‘믿음’이 상처를 더 빨리 낫게 하고 면역계의 감염 방어 능력을 높이는 등 몸의 치유 능력을 자극할 수 있다고까지 설명되었다. 이를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존 스토슬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위약은 병을 앓으면서도 자신이 나아질 것이라고 느끼는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는 위약이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가시적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뇌세포들이 파괴되면서 몸이 제멋대로 떨리는 퇴행성신경질환이다. 놀라운 것은 항우울제를 투입한 환자들의 52퍼센트 즉 25명 중 13명이 진전을 보였는데 위약을 투여한 대상자의 경우도 26명 중 10명이 효과를 보았다고 대답했다. 뇌파 검사를 통해서 약물에 반응한 환자들은 같은 부위의 활성이 증가했는데 위약을 투입한 환자들도 같은 부위의 활성이 증가했다. 위약이 적극적인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해주는 것이 인간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운동선수의 예를 들어서도 알 수 있다. 예컨대 기록이 좋지 않은 역도 선수에게 칭찬을 계속한 후에 역기를 들게 하면 놀랍게도 거뜬히 들어 올리는 효과가 나타나곤 하는데, 이 역시 칭찬의 ‘플라시보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위약의 효과가 논쟁의 대상이 되자 보다 과학적인 검증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는데 정통 의학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위약의 효과가 상상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우울증의 치료에는 ‘가짜약’이 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는데 2004년 2월 미시간대학과 프린스턴대학 연구팀이 실시한 뇌 반응 조사 결과 실제로 위약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에게 스킨로션을 통증 억제제라고 말해주고 그것을 몸에 발라준 후 전기 충격을 가했을 때의 뇌의 반응을 자기공명장치(MRI)를 사용하여 조사했는데 충격을 가한 경우보다 훨씬 통증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플라시보 효과’가 가짜약이라는 것을 알고 먹었을 때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이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테드 캡트척 박사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앓는 환자 8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의사-간호사와 상담만 하게 하고, 다른 한쪽은 상담과 함께 가짜 약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약을 나눠주고 하루에 2번씩 먹게 했다.

실험 결과 가짜약인 줄 알면서 어쨌든 약을 먹은 사람의 59%가 상태가 좋아졌다. 반면 약을 먹지 않고 상담만 했던 사람들은 35%가 증상이 개선됐다. 이 연구결과는 단순한 '의학적인 절차'가 몸을 치유하도록 뇌를 자극하기 때문으로 단순히 긍정적인 생각만을 가져도 치료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효과를 가져 온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와같은 결과는 많은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의학적 효과가 전혀 없다고 알려지는 것을 믿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마녀, 치료사, 샤먼들이 주문을 외웠던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문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고 사랑에 빠뜨릴 수 있으며 열광적으로 만들 수 있고 심지어 살인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잘 알려졌는데 그런 효과가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많은 고대인들이 약물을 마시거나 특수한 액체를 몸에 바를 때 제대로 된 주문을 중얼거리지 않으면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위약 효과는 왜 하나의 약초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도 설명해준다.

참고문헌 :
「‘엄마 손은 약손’의 비밀 풀렸다」, 김윤미, 더사이언스, 2012.12.14

「플라시보 효과, 환자 3명중 2명꼴」, 과학동아, 1993년 10월
『세상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하는 지혜 100가지』, 캐롤 오스본, 한겨레, 1998
『해리포터의 과학』, 로저 하이필드, 해냄, 2003

■ 이종호 과학국가박사

   
 
1948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 취득. 1982년 과학기술처의 유치 대상 해외 과학자로 선정돼 프랑스에서 귀국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기.

'노벨상이 만든 세상',‘로마제국의정복자 아틸라는 한민족’등 85권의 과학 도서를 저술했다. 현재는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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