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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반딧불이 가로수
이종호 | 승인 2015.04.03 13:48

   
▲ 반딧불

은행나무에 반딧불이 효소를 접목시켜 가로수로 활용한다면

[이종호 과학국가박사]촉매란 어떤 반응을 빠르게 하면서 그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녹말을 산으로 처리하면 당으로 바뀌는데, 이때 산은 반응의 속도를 빠르게 해 주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되지는 않는다. 빵 반죽에 이스트를 넣으면 거품이 생기면서 반죽이 부풀고 가벼워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학자들은 이 효소가 유기 촉매 작용을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소량의 효소만으로도 어떤 목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효소는 의약, 식품, 화학공업, 에너지, 바이오센서, 폐기물 회수, 유전병 치료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음식물의 분해를 도와주는 소화제도 있으며, 몸에서 분비되는 노폐물인 때의 성분을 완전히 분해시켜 물에 용해시키는 효소 세제가 있는가 하면 당뇨병 환자의 혈액 중의 혈당 농도를 측정하는 것도 효소의 몫이다.

효소와 특정 물질은 자물쇠와 열쇠에 비유할 수 있다. 많은 물질(자물쇠)이 효소(열쇠)가 없으면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지만 효소가 있으면 다른 물질로 바뀌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물쇠마다 그것에 맞는 열쇠가 있는 것처럼 한 가지의 효소는 한 종류의 물질에만 작용하지만 모든 자물쇠를 열 수 있는 마스터 열쇠가 있는 것처럼 효소 하나가 여러 가지 물질을 반응시킬 수도 있다.

<효소 작용으로 발광>
1887년 프랑스의 뒤부아(Dubois)는 갈매기조개나 반디방아벌레에서 얻은 발광방아벌레의 발광성분이 두 가지로 열에 안정한 성분과 불안정한 성분으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안정한 부분을 루시페린(luciferine), 불안정한 효소 성분을 루시페라아제(luciferase)라 명명했다. 반딧불이를 비롯한 발광체가 빛을 내는 것도 이들 효소의 작용 때문이다. 즉 루시페라제라는 효소가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을 변환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빛이 난다.

생물의 발광에는 체외 발광과 세포 내 발광이라는 두 종류가 있다.체외 발광을 하는 동물은 두 가지 형의 세포를 갖고 있다. 한 쪽 세포에는 루시페린이라는 커다란 황색 과립이 들어 있고 또 다른 한 쪽 세포에는 작은 발광효소 입자가 들어 있다. 동물이 근육을 수축시키면 이들 물질이 세포 사이나 체외로 밀려나온다. 이때 루시페린이 산화되어 빛을 내는 것이다.

체외 발광은 주로 바다 생물이 많이 이용하는데 바다반딧불이는 적이 오거나 어떤 자극이 있으면 발광물질을 내고 자신은 도망간다. 심해의 발광오징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암흑의 해저에서 오징어의 먹물은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발광물질을 내고 도망가는 것이다. 반면에 세포 내 발광의 경우는 반딧불이나 야광충과 같이 루시페린과 발광효소 두 가지가 세포 안에 들어 있다.

일부 지방을 포함한 많은 물질이 산화하면서 발광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동․식물의 조직이 계속 움직이면서 발광할 때에는 특히 그 빛이 강해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가령 개구리의 심장이 수축할 때 그 심장의 표면은 늘 발광하고 있다. 인간의 경우도 미약하나마 발광을 하지만 인지할 수준은 아니다.

동물 조직의 발광은 주로 지방질의 산화로 인해 생긴다. 그때의 과정은 광합성과 정반대이다. 광합성의 경우는 빛이 전자를 보다 높은 준위의 궤도로 이동시키는데, 이때 생기는 에너지는 탄수화물의 합성을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생물발광은 지방질이 이따금씩 산화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화학반응의 경우에도 일어난다.

콜럼버스가 1492년 아메리카대륙에 상륙하기 하루 전날 밤 ‘바다 위에서 움직이는 촛불들’을 보았다고 기록했다. 이것은 아마 짝짓기를 하고 있는 버뮤다 반딧불이로 추정한다. 1634년 쿠바 해안에 접근하던 영국 선박들은 해안의 무수한 불빛들을 보고 침공작전을 포기했다. 적이 빈틈없는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현대의 사학자들은 그 ‘방어병들’은 ‘쿠쿠조’라고 불리는 수많은 방광성 방아벌레였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여하튼 밤에 변변한 발광기구가 없던 반딧불이는 밤을 밝혀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본군은 발광(發光)하는 작은 바다새우(사이프리디나)를 사용했다. 장병들은 이 작은 새우를 상자에 넣고 다녔는데 건조한 새우는 발광하지 않지만 물에 넣으면 곧바로 발광한다. 울창한 밀림에서 지도를 본다든지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낮에도 반드시 조명이 필요하다. 이때 회중전등을 사용하면 적에게 들킬 우려가 있지만 바다 새우가 내는 불빛은 수십 보만 떨어져도 발각되지 않으므로 은밀한 활동에 안성맞춤이었다.

발광생물의 효과가 예상보다도 높다는 것을 발견한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건물의 조명에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전선이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전등은 효율이 가장 좋은 봉입한 2중 코일 전구의 경우에도 공급된 에너지의 약 12퍼센트만 빛으로 전환되고 나머지는 열로 손실된다. 전구를 만지면 매우 뜨거운 것은 열이 외부로 손실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발광생물은 열을 내지 않는 냉광(冷光)이므로 소비에너지의 거의 100퍼센트가 빛으로 변한다.

방법도 간단한데 발광세균을 플라스틱 컵이나 유리컵 속에서 살게 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세균 한 마리가 내는 빛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1와트 정도의 빛을 내기 위해서는 컵 속의 세균수가 500조 마리 이상이 되어야 한다. 500조라는 숫자를 적으면 500,000,000,000,000이 되므로 어지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균은 대단히 미세하기 때문에 상당한 밝기의 ‘램프’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1935년에 파리의 해양연구소에서 국제 학회가 열렸을 때, 해양연구소의 큰 홀을 조명하기 위해 발광세균이 사용되었다.

이런 내용은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고사성어를 떠 올리게 한다. 바로 ‘고생하면서도 꾸준히 학문을 닦는다’는 뜻의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단어다. 이 말은 중국 동진(東晋)의 차윤(車胤)이 초를 살 돈이 없어 반딧불을 모아 공부를 했다는데서 유래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하고 의문을 갖는데 결론을 말한다면 이 이야기는 사실이다. 충분히 많은 수의 반딧불이를 잡는다면 실내에서 책을 읽는 정도의 밝기를 얻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반딧불이는 한 마리가 3룩스의 빛을 발한다. 반딧불이 80마리를 가지고 쪽 당 20자가 인쇄된 천자문을 읽을 수 있으므로 200마리 정도이면 신문을 읽을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파리 해양연구소의 큰 홀을 발광세균으로 조명했다는 것이 과언이 아니다.

학자들의 연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학자들의 야심은 보다 업그레이드되어 루시페라제 효소를 만들어 내는 동물의 유전자를 식물 유전자와 재조합시켜 아름다운 빛을 내는 식물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에드먼턴의 앨버타대학교에서 한 박테리아의 발광 유전자를 콩의 뿌리혹을 형성하는 박테리아에 접합시켜 그 식물에 질소가 부족하면 뿌리가 선명한 푸른빛을 내도록 만들었다. 이를 이용하면 곡물이 물이나 비료를 필요로 할 경우 또는 곡물에 해충이 생겼을 경우에 빛을 내게 할 수 있다. 농부들이 꼭 필요할 때에만 농작물을 돌보면서 보다 효과적으로 물과 비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루시페라아제 효소를 이용하여 식물에 적용하는 연구는 계속되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헬린스키(D. R. Helinski) 박사와 하우엘(S. H. Howell) 박사는 북미 반딧불이에서 루시페라아제의 cDNA(상보 DNA)를 당근배양세포의 프로토플라스트에 일렉트로플레이션(전기 펄스로 세포에 도입하는 방법)으로 주입시켰다. 담배에도 아그로박테리아를 통해 주입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들의 목표는 당근과 담배를 어두운 데서 X선 필름을 대어 빛을 쪼일 경우 뿌리와 줄기, 잎의 일부가 빛나도록 하는 것인데 예상처럼 당근과 담배가 발광했다.

학자들의 아이디어는 한정이 없다. 당근과 담배 등 일년생 식물을 발광시킬 수 있다면 다년생 나뭇잎도 발광시킬 수 있지 않는가이다. 이런 생각으로 도출된 아이디어가 바로 ‘반딧불이 가로수’이다. 반딧불이 특유의 발광 유전자를 빼내 가로수로 많이 사용되는 은행나무 유전자에 도입하면 은행나무는 도입된 반딧불이의 발광 유전자의 지시에 따라 해가 지면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 가로수’가 된다. 은행나무에 발광 기능을 준다면 은행나무 자체가 가로등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은행나무는 약 2억5000만 년 전인 고생대말 페름기에 지구상에 출현해 중생대에 번성했다가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는 식물이다. 대부분의 생물이 멸종했는데도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았기 때문에 은행나무를 ‘살아있는 화석(Living fossil)’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미는 약 700만 년 전, 유럽은 250만 년 전에 멸종되고 극동아시아 대륙에서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중국 사천성의 산골짜기에 단 한 그루 살아남은 은행나무가 발견되어 전 세계로 퍼졌다고 한다. 그러므로 생물학적으로 은행나무과는 단 한 종이 있으며 학명으로는 ‘징코 빌로바’라는 나무만 존재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은행나무는 모두 중국 사천성 은행나무의 후손인 셈이며 전 세계를 통 털어 중국, 일본, 한국에서만 자란다.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사용되는 것은 다른 식물에 비해 5〜6 배에 달하는 산소 발생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황산가스에 대한 정화능력이 크고 염해에 강하며 껍질이 두껍고 코르크질이 많아 화재에 강하므로 방화수로도 유용하다. 또한 해충방지를 위한 약제 살포와 껍질이 타는 현상을 막기 위한 별도의 준비가 필요 없기 때문에 가로수로 활용할 경우 관리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잇점이 있다. 이런 장점을 갖고 있는 은행나무에 반딧불이 효소를 접목시켜 가로수로 활용한다면 연말연시마다 장식등을 따로 설치할 필요 없이 가로수 자체로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반딧불이 가로수로 꾸며진 도시를 보면 과학의 힘이 어디까지 우리를 변하게 만들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참고문헌 :
『식물바이오테크놀러지』, 스즈키 마사히코, Blue Backs, 1991

『공부 잘하는 아이 미래 들여다 보기』, 이종호, 과학사랑, 2010
「빛을 내는 신기한 생물들」, 마이크 토너, 리더스다이제스트, 1995년 6월
「[조현욱의 과학 산책] 살아있는 화석, 은행나무」, 조현욱, 중앙일보, 2011.10.25

■ 이종호 과학국가박사

   
 
1948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 취득. 1982년 과학기술처의 유치 대상 해외 과학자로 선정돼 프랑스에서 귀국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기.

'노벨상이 만든 세상',‘로마제국의정복자 아틸라는 한민족’등 85권의 과학 도서를 저술했다. 현재는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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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mystery123@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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