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준 푸른한국닷컴 대표]재향군인회는 간부 및 산하단체 임직원의 비리의혹과 무리한 투자로 손실을 초래한 부실경영으로 인해 자주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재향군인회는 반복되는 비리 사건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외면해왔고, 투자관리가 허술해 “재향군인회 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감사 무풍지대”라는 말까지 들어 왔다.

재향군인회는 현재 중앙고속을 비롯해 10개 산하업체를 갖고 있지만 무능한 경영관리로 하루 이자만 6,000여만원에 이르는 5,500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

이는 나라 또는 회원에 대한 군사지식과 전기(戰技)의 향상이라는 “염불‘보다는 상부상조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제(共濟)라는 ’잿밥‘에 더 관심을 두었기 때문이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재향군인회가 부패화.부실화 되는 데 있어 단초를 제공한 사람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회장을 역임한 이상훈 전 회장이다.

이상훈 전 회장 재임 중의 재향군인회는 지난 2004년 6월 신규수익사업을 발굴한다며 사업개발본부를 설립하고 대부업에 뛰어들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6~8%대 금리로 돈을 빌려 시행업자들을 상대로 20%대 고리로 PF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부동산 경기를 타고 이익을 남기겠다는 의도였다.

당시 한 업체당 적게는 50억 원부터 많게는 1239억 원까지 빌려줬는데 마치 금융회사처럼 예대마진(금리 차이)으로 이익을 보는 ‘고리 대금 장사’를 한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자금난으로 준공을 못하거나 미분양으로 남은 사업장이 속출했다.

PF대출의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하는 차주가 나오자 기존 대출의 이자를 갚기 위한 추가대출까지 해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공사가 부도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재향군인회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문제 삼지 않고 220억원을 빌려준 경우도 있다.

어떤 이는 재향군인회 대출 담당자를 구워삶은 끝에 담보 제공 없이 150억원을 빌릴 수 있었다. 사실상 무담보 대출이었다.

결국 지난 2011년 재향군인회의 부채규모가 ,6000억원을 넘은 사실이 알려지며 부실대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세간에서는 고인이 된 박세직 전 회장의 방만한 경영으로 부실화되었다고 하는 데 실상은 이상훈 전 회장이 깔아놓은 장애물에 걸려 넘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013년 6월10일자 <뉴시스>에 따르면, 이상훈 전 회장 시절의 재향군인회가 PF대출을 시작한 이후 부채 규모는 2004년 1,474억원, 2006년 1,645억원이다.

박세직 전 회장 시절은 2007년 3,523억원, 2008년 4,348억원으로, 회장 교체시기인 2006년에서 1,645억원에서 2007년 3,523억원으로 100%이상 증가했다.

이는 전임 회장시절에 퇴임을 앞두고 무더기로 결재한 것이 2007년에 대거 집행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상훈 전 회장 시절의 재향군인회는 수의계약으로 특혜시비를 빚었고 산하기관들의 부실경영 등에 대해 감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12월17일자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재향군인회의 예・결산 장부는 말 그대로 부실 덩어리였다.

영수증도 없이 예산을 집행하는가 하면 특정 산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특혜를 제공한 흔적도 발견된다.

특별한 사유도 명시하지 않고 판공비인 업무추진비를 집행하는가 하면 출장비를 지출하면서 출장자의 직급이나 이름조차 기록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내부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특정 입찰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과단성"까지 발휘하기도 했다.

한편,재향군인회 산하기업인 (주)중앙고속은 내부 직원이 횡령한 29억5700만원 가운데 회수하지 못한 25억2600만원을 이사회의 심의나 의결 없이 결손 처분했다.

회관사업본부는 2003년 8월 22일 향군회관 지하식당 운영권을 그랜드볼룸쪽에 월임차료 없이 보증금 135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위탁했다.

반면 회관사업본부는 바로 옆에 있는 동일한 규모(213평)의 식당과는 이보다 세 배가 넘는, 보증금 5798만원에 월 임차료 600만원이라는 조건으로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향군사우나, 엘그린 골프클럽, 연리지 예식홀 등은 최대 5년 11개월 동안 임대관리비를 체납한 바 있다.

그러나 재향군인회는 임차계약을 어긴채 이들 업체에 대해 임대관리비 납부독촉조차 하지 않아 감사부실과 감사무능을 드러냈다.

국가보훈처 2004년 5월 감사보고서는 결국 재향군인회의 미숙한 행정처리와 이에 따른 예산 낭비는 재향군인회 산하기관 전체의 부실화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중앙고속은 자본비율이 6.7%에 불과했고 재향군인회가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휴게소 사업은 0.2%에 불과했다.

자본을 다 까먹은 곳도 있다. (주)충주호 관광선의 부채는 95억원이었지만 자본은 -64억원. 자본비율은 -211.8%로 경영의 한계를 이미 드러냈다고도 볼 수 있다.

재향군인회의 이 모든 부정과 부실,무능이 이상훈 전 회장이 역임한 김대중 정권 시절인 2000년부터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6년까지 일어난 일이다.

이상훈 전 회장 재임 전 만에도 일부 임직원들의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재향군인회와 그 산하까지 위협하는 재정부실을 자초하지 않았다.

재향군인회는 정부로부터 기금이나 국고보조의 형태로 매년 4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지원받는 특별단체이기도 하다.

또한, 공공성을 명분으로 예산과 기금 지원, 세제상 특혜, 수의계약 등을 통해 국가로부터 "전폭적인" 혜택을 받는다.

따라서,이상훈 전 회장이 재임시절 수익사업 진출이란 바람을 피우지 않고 애국보국(愛國報國)을 실천했다면 부실의 늪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군사정권 시절 호가호위한 이 전 장관이 이념이 다른 정권에서 권력을 누리려면 결국 권력실세들의 입맛에 맞추어야 했고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해야 했던 것이다.

산하기업체장을 임명하는 데 회장을 만들어 준 권력실세들의 입김에 따랐고 그들의 부정부패를 제대로 제어할 수 전문식견과 자질이 더욱 부족했다.

이상훈 전 회장은 지난 1993년 군납과 관련 억대의 금품을 받은 율곡사업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돼 1심에서 징역3년 집행유예 5년 추징금 3천만원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이 전 회장의 동생인 이상철 씨도 김대중 정권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과 KT 사장을 역임해 두 형제가 김대중 정권하에서 모두 영예(榮譽)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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