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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 '가기 실음 일하등가(街己失音 壹河登可)’
안호원 | 승인 2015.02.22 18:53

   
 
총리에게 좋은 친구가 얼마나 많은 지, 주로 누구하고 노는지를 한 번 쯤은 점검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안호원 칼럼위원,수필가 겸 시인]이완구 총리후보에 대한 표결이 순조롭게 되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심정은 착잡하고 씁쓸하다. 잘 됐다고 하기엔 왠지 모르게 허전하고 슬프기까지 했다.

어떻게 되어 우리는 일을 잘하는, 존경 받는 분, 박수를 받으며 입성하는 총리를 못 갖는 것일까. 망망대해(茫茫大海)에서 생수(生水)를 찾듯이 인재들은 많은 것 같은데 왜 총리감 하나를 찾지 못하는 것일까. 결국 여. 야에서 모두에게서 계륵(鷄肋)같은 이완구 후보가 어렴사리 총리로 되어 임명장까지 받고 국정 업무에 돌입 했다.

숫한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옛날 문 깐에 놓여있던 구정물통을 연상하게 된다. 더러운 구정물이지만 오래 동안 놔두면 더러운 것이 가라앉아 마치 구정물이 생수처럼 보인다. 그러다 구정물통을 막대기로 휘저으면 밑에 가라앉았던 생선가시와 콩나물 등 음식물 찌꺼기들이 위로 뜨면서 역겨울 정도의 악취까지 풍긴다.

우리가 그 구정물통(청문회 대상자)을 휘젓기 전에는 그 통속의 더러움을 몰랐다. 그래서 그 통속의 구정물이 해맑은 물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통을 휘저으면 악취를 풍기는 온갖 쓰레기들이 뜬다. 고위 공직자 후보로 평소에는 점잖고, 학식이 많고, 의롭고 인품 있는 사람처럼 행세를 했지만 청문회에 서기만 하면 하나 같이 구정물 통 속 오물처럼 온갖 쓰레기가 나오면서 심한 악취를 내 품는다.

그럴 때마다 국민은 주저앉아 좌절하고 실망을 한다. 또한 한 결 같이 죽을 죄인이 되어 ‘죄송’ ‘죄송’ 을 거듭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비굴함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구정물 같은 사람이 총리나 국무위원이 된다면 과연 얼마나 소신 있게, 총리. 국무위원답게 국정회무를 이끌어 가겠는가. 이완구 신임총리는 어쩔 수없는 상황에서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총리 인준 안’이 통과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 그런 총리를 탄생시킨 국가의 국민들은 불행한 것이다. 총리에겐 금도끼 총리와 쇠도끼 총리가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금도끼는 모양은 근사한데 나무를 쪼갤 수가 없다. 그러나 쇠도끼는 나무를 쪼갤 수는 있지만 거칠다는 게 흠이다.

두 도끼의 장점만을 다 같고 있는 총리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들의 총리들을 생각하면서 과거 일본 총리로서 큰 업적을 남긴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서 총리는 세 사람의 친구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총리를 둘러싼 많은 정치인과 관료 외에 결정적인 순간, 진정으로 도와줄 마음에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은 높은 경지에 오른 종교인, 또 한 사람은 견식 있는 언론인,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은 고명한 의사를 꼽았다.

이케다 일본총리도 장관 시절엔 우리나라 공직자들처럼 구설수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국회 질의답변에서 “가난한 사람은 보리밥을 먹어라” “영세기업이 도산하고 중소기업가가 자살한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등의 실언으로 국회 불신임 결의를 받기도 한 인물이다. 나중에 그 실언들은 모두가 과장 보도로 밝혀지기도 했지만 그는 어떤 경우에도 언론과는 다투지 않았다.

마음가짐을 낮추고 저자세로 노력한 끝에 7년 뒤 총리로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총리가 되자마자 ‘관용과 인내’ 의 기치를 내걸고 적대세력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했다. 특히 술과 골프를 좋아했지만 총리가 되면서 요정에도 안가고, 골프도 안치겠다고 선언하고 국민들과 한 그 약속을 지켰다. 콧대 높은 재무 관료 출신의 엘리트였지만 서민적이고 친근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런 변신에는 앞서 언급한 세 부류 친구들의 영향이 컸다. 우선 종교인에게는 일상의 번잡함에서 한 걸음 물러나 세상을 관조하고 사심 없이 회무 처리를 할 수 있는 마음을 얻었다. 청년시절 난치병에 걸려 5년 동안 모친과 함께 전국 사찰을 순례하며 인내를 배우고 잠재력을 키워 왔던 것이다.

다음은 견식 있는 언론인 친구를 통해 관청보고 외에도 바깥세상의 다른 여론에도 귀를 기우려 듣고, 민첩하게 대응했다.마지막으로 좋은 의사 친구를 통해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해왔다. 겉으로는 화려하게 보이는 총리자리는 격무다. 건강하지 않으면 직무를 충실히 수행 할 수 없고 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그래서 그는 의사의 지시대로 건강관리를 철저히 했던 것이다.

이케다는 그런 좋은 친구들 덕에 소득배증계획의 성공 등, 일도 잘하고, 마무리도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이처럼 훌륭한 총리로 기억되어질 수 있는 것은 친구들을 잘 둔 것도 있지만 좋은 보좌관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보좌관은 언론인 출신으로 맹목적 충성이 아니라 견식 있게 총리를 보좌함으로서 총리의 직선적 성격을 많이 커버했으며 안 좋은 정보도 꼭 전달하고 직언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총리는 배우는 아니지만 배우같이 되어야 한다. 명배우를 흔히 천(千)의 얼굴을 가졌다고 한다. 그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면서 관객들을 울리기도, 웃기기도 한다. 그런 배우를 열망한다. 이유는 실제 삶의 얼굴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맡은 배역에서 100%의 악인이 될 수도 없고 100% 선인이 될 수도 없다. 어떻게 100%의 기쁨과 100%의 슬픔으로 선을 그을 수 있을 가. 상가(喪家)에서 문상 중에도 웃음이 나올 수 있고 꿈을 이룬 자리에서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그 순간을 잘 표현하는 게 배우가 풀어야 할 숙제다.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는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총리도 배우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냐고 묻지 말고 자신을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1948년 건국 이래 국무총리는 42명에 이를 정도로 많다.

적잖은 총리가 애국적인 경륜을 갖추고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국정을 운영해왔다. 초대 총리 이범석은 독립군 장교출신으로 청산리 대첩에서 일본군과 싸웠다. 자기관리에 철저한 총리도 많았다. 총리를 두 차례 지낸 바 있는 고건의 경우 술을 매우 좋아하는 애주가 였지만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

다만 재임 중 유일하게 이해찬이 2006년 3. 1절에 부산에서 지방 기업인과 대가성 골프를 친 것이 드러나 불미스러운 일로 총리직에서 불명예 퇴진을 했다. 당시 그 기업인은 공정거래위로부터 가격담합조사를 받고 있는 중 이었고, 실제 골프 회동 그 다음 날 과징금 35억원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실세 총리들도 있었지만 몇 명의 총리를 제외하고는 사실 상 간판 총리에 불과했다는 것도 부인 할 수없는 사실이다. 누군가 이를 빗대어 말하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河己失音 官頭登可’ (하기실음 관두등가)이다.

이를 풀어쓰면 ‘물 흐르듯 순종하며 아무 소리 없이 열심히 일만 하면 높은 자리에 오른다.’ 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어법상 맞고 틀리고는 따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사회가 그런 체제로 간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우리의 국무총리는 ‘관두’ 에 오르고 나서도 입 다물고 물 흐르듯 소리 없이 일만 열심히 했다. 그래서 총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총리이름 조차도 알지 못한다. 아무리 호(好)시절이라 한들 총리로서는 그럴 수 없다. 좋게는 ‘정부와 화합의 리더십’을 보인다고 칭찬을 받을지 몰라도 총리로서의 역할은 분명 따로 있다.

물론 지금 어려운 경제상황을 총리 한 사람이 어떻게 책임을 질 수 는 없지만 물 흐르는 대로 소리 없이 열심히 일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지냈다가는 ‘하기실음 관두등가’ 소리를 듣는 바보가 될 수 있다. 이제 총리가 대통령에게 가장 확실하게 방향을 제시 할 것은 민생사안으로 ‘경제민주화’ 와 ‘성장’ 일 것이다.

성장 동력을 찾기도 바쁜 상황에서 다소 무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총리가 이 부분에 대한 방향만 제대로 기업과 국민에게 이해시키고 정부부처를 이끌어 간다면 총리 역할을 확실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일도 복잡하고, 관료조직도 미흡하다. 그래서 총리에게는 더 좋은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번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에게 ‘친구로서 이 후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는 질문에 ‘호남 분들이.....’ 라는 감정적 언어가 튀어나왔다.

그래서 총리에게 좋은 친구가 얼마나 많은 지, 주로 누구하고 노는지를 한 번 쯤은 점검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앞서 언급한 것의 뒷부분 대구(對句)다. ‘街己失音 壹河登可’ (가기실음 일하등가)

한번 웃자는 소리다. 명예와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소신껏 성실하게 일하고 대통령을 보필하며 총리답게 산다면 국민들로부터 칭송을 받는 총리로 기억되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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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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