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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도 아니고 나이들어 내몰린 경비원
안호원 | 승인 2014.12.01 23:03

   
▲ 사진@tv조선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 로다”<시편 121: 1 ~ 2>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시인 겸 수필가]“나 지금 떨고 있니?” 과거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대사가 아니다. 내년 최저임금 100% 보장을 받게 되는 아파트 경비원들이 해고가 될까 되레 불안에 떨며 하는 소리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얼마 전 경비원 분신자살 논란을 빚었던 서울 압구정동 모 아파트의 경우 벌써 70여명을 해고 시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격모독, 가해 등 나쁜 선례를 남기며 물의를 빚은 바 있는 모 아파트는 경비원 임금인상과 관련, 상당수의 경비원들을 해고 시키고 대신 CCTV를 설치, 경비원을 대체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중계동 일대 아파트들은 경비원을 존속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수명이 80세까지 늘고 있는 시점에서 사람을 중심으로 한 고령사회제도가 시급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아파트 경비원 상당수가 60세를 넘은 고령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계의 경우, 정확도는 있을지 몰라도 택배라든가 사람을 상대로 해서 하는 일은 할 수 없다는데 있다. 그러나 경비원들은 그렇지 않다. 아파트에 쌓인 눈(雪)과 낙엽을 쓸기도 하지만 아이들도 돌봐주는 고마운 어르신도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 입주민의 폭언에 시달리다 분신자살한 아파트 경비원사건을 계기로 경비원들의 처우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경비원에게 매달 고용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이에 앞서 용역업체의 횡포를 없애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용역업체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최저가’를 제시해 선정이 되는데, 이는 경비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특히 근로기준법상 근로기간이 1년 이하일 경우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용역업체들이 이를 교묘하게 이용, 경비원 계약 기간을 3개월, 6개월 단위로 짧게 잡고 있다.

이렇다보니 재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부당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을 말하지 못하는 경비원들이 많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100%를 주도록 한 최저임금법이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면 전국 25만 명의 경비근로자 가운데 60대 이상 5만명 정도가 해고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그에 따른 뾰족한 대책마련은 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오는 2017년까지 경비원 1인당 매달 6만원(분기별 18만원지원)을 주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안타깝게도 고용부가 확보한 내년 예산은 23억원에 불과해 지원 할 수 있는 인원이 3000여명일 정도로 빈약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정작 현장에 있는 경비원들은 하나 같이 경비원들의 처우개선이나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용역업체와 경비원 사이의 ‘갑’ ‘을’ 관계개선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화곡동 아파트 경비원으로 있다는 박모(66세)씨는 “용역업체가 이런저런 명목으로 떼어가는 돈만해도 한 달에 한 명당 몇 십 만원씩 되지만 6개월마다 재계약해야 하는 경비원이 용역업체에 항의했다가는 그나마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어 아무 말도 못한다”고 말하며 긴 한 쉼을 내쉰다. 그러면서 그는 “택배를 분실할 경우, 택배업체와 경비원이 각각 50%씩 부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같은 분실이 두려워 순찰하러 가기도 불안하다”고 불편한 심경을 털어놓는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 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이사야 41: 10>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이구동성으로 정부차원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는 한 노무사는 “최저 임금 인상으로 용역업체는 무급 휴식시간을 늘리는 등의 꼼수를 부리고 있지만 실상 이 시간에 쉬는 경비원들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며 “정부가 용역업체의 투명성과 노무관리, 근로계약서 등을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 등에 따르면 아파트경비원 등 감시 또는 단속적(斷續的) 근로에 종사하는 자는 최저임금의 90%를 최저임금으로 할 수 있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3조의 유예기간이 올 12월 31일로 종료된다. 이에 따라 경비원들은 내년부터 최저 임금의 100%를 보장받고, 현재 평균임금 월 120여만 원에서 10만~20만원 상당의 임금 상승효과를 보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경비원들의 임금인상은 관리비 상승요인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업체는 관리비 인상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경비원을 감축할 가능성이 높다. CCTV 등 첨단 무인경비시스템을 설치해 비용을 감축하려는 분위기와 1년 단위의 근로계약기간을 몇 개월 단위로 끊어서 하는 등 변칙 계약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맞교대로 근무하는 이들이 당장은 해고 사태를 피한다고 해도 경비원 감축에 따른 업무강도와 환경이 악화 될게 강 건너 불 보듯 뻔하다는 게 대체적인 흐름이다. 이런 이유를 들어 경비원들은 앞서서 임금인상을 달가워하지 않는 등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래서 벌써부터 내년부터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도입되는 최저 임금법이 오히려 인건비 부담으로 경비원의 일자리를 위협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현행 주택법 42조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하는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을 개정,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자가 경비원 업무 외에 다른 지시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또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벌금 등 처벌 조항도 강화시키며 경비직의 업무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경비원에 대한 입주자의 폭언, 폭행에 대한 방지법을 마련해 인권이 유린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파트 경비원들을 보면 대부분이 준 고령자들이다. 따라서 고령자고용지원금이나 정년퇴직자 재고용지원금 등의 제도의 시행요건을 확대하고 재원을 마련해서 인상되는 임금의 일부를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 할 필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무상 교육, 무상 급식보다 더 시급한 중요사안이다.

고령자고용지원금제도를 잘 활용하고 연장해서 인건비 부담 때문에 경비원을 해고 시키는 일만은 우선적으로 막아야 한다. 몇 해 전에도 정부가 지원 대책도 없이 대학 시간강사들에 대해 최저 임금을 보장하라고 시달하는 바람에 모 대학의 경우 윤리학 등이 있는 교양과 시간강사 70여명이 무더기로 해직 된 적이 있었다. 다른 학교까지 감안하면 해직자 수는 어마하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억울함을 호소 할 길은 없었다. 결국 몇 사람의 혜택을 위해 또 몇 십 명이 일자리를 잃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경비, 시설관리직은 고령자 등 취약근로자에게는 여전히 소중한 일자리이다. 정부차원에서 이들의 고용불안 해소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도 많은 경비원들이 100% 임금 인상 보장에도 불구하고 불안해하며 일자리를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눈치만 보고 있다. 현행법상 경비업무는 ‘감시 단속 직’으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휴게, 휴일규정은 물론 1주일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 역시 보장 받지 못한다.

경비원이 24시간 맞교대 근무로 고용계약과정에서 급여가 인정되는 시간은 6시간에 불과하다. 설령 휴게 시간에 쉬려고 해도 관리자가 순찰 등을 지시해 쉴 수 없고 또 쉬고 있는 것을 보면 입주자들의 불만이 커서 제대로 못 쉬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규직이 계급으로 고착화된 사회, 그 속에서 삶의 꿈을 잃고 사는 경비원들이다. 그들에게 입주자 대표회의나 국가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경비원의 노동 인권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 하시니” <마가복음 9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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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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