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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77번 용서, 일본 위안부 만행은 아니다.
안호원 | 승인 2014.08.25 22:13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 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 : 9>

“지혜로운 자의 입술은 지식을 전파하여도 미련한 자의 마음은 정 함이 없느니라”<잠언 15 : 7>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수필가 겸 시인]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8일 4박5일 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갔다. 과연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또 무엇인가.

잠시 교황이 체류했던 날들을 돌아보며 생각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낮은 곳’에 있는 어렵고 힘든 사회적 약자를 찾아, 낮은 자세로 그들을 보듬고 껴안는 그의 모습에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감동케하며 위로를 받게 했다.

특히 모든 국민이 가슴 아파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세월호 사고로 가족을 잃고 고통 받고 있는 유가족들은 물론 우리 사회의 취약한 계층에 까지도 세심한 관심을 갖고 사랑을 전달해 주시면서도 겸손한 그 분의 모습을 통해 종교지도자로서의 ‘큰 인품’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교황의 그 관심과 위로가 자칫 순수한 본 의도와는 달리 왜곡되게 해석하며 이를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걱정이 앞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세례까지 주면서 아픔을 달래주는 따뜻한 말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들이 준 노란 리본을 체류기간동안 가슴에 달고 그들을 기억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일부 재야단체나 야당, 그리고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새로운 변화가 올 것을 기대한 것 같다. 교황이 떠난 후 또다시 세월호 합의 불발이라는 소식을 들으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 부분에서 오해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상처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그런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분명히 지적하자면 교황은 법질서체계를 무너트리고 민생법안까지 발이 묶여 경제혼란을 야기시키는 특정집단에 특혜를 주는 것을 원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월호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진 것만은 사실이다. 특혜 같이 느껴지는 배려를 했다.

‘옥’(玉)에 ‘티’처럼 굳이 지적한다면 교황은 방안중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상처를 보듬으며 위로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고통 속에서도 존엄성을 지켰다”고 했다. 그러나 위안부 할머니들이 손수 만들어 전해 준 ‘나비 문형’의 배지는 잠시 착용했다.

또 ‘소외되고 고통 받는 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주문하면서도 지구상에서 가장 고통을 받고 있는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 주민은 폐쇄된 우상숭배의 나라에서 자유도 인권도 없이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종교의 자유도 없다. 체제에 저항 하거나 불만을 털어놓았다간 끔찍한 수용소에 가야한다. 유일하게 지구상에서 남과 북으로 갈라져 이산가족이 된 북한 주민. 어쩌면 그들은 21세기 인류 중 가장 불행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더욱 가슴 아프고 비극적인 마음이 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북한주민들이 우리 동포이기 때문이다. 그런 분단의 나라 한국 땅을 밟았음에도 왜 북한 주민고통에는 침묵을 했는지. 교황은 남북문제에 대해 다른 메시지를 내놓았다. 교황은 남북화해를 언급하면서 성경에 나오는 ‘77번의 용서’를 인용했다. 형제의 죄를 얼마까지 용서해야 하느냐는 제자의 질문에 예수님이 이 같이 답한 말이다.

“지혜 있는 자의 혀는 지식을 선히 베풀고 미련한 자의 입은 미련한 것을 쏟느니라”<잠언 15 : 2>

그러나 반공국가이기도 한 대한민국, 특히 남한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 말에 대해 잘못된 견해를 갖게 할 수도 있다. 자칫 천안 함 폭침, 연평도 포격 같은 만행은 물론 북한 정권이 저지른 끔찍한 인권 탄압의 증거가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무조건적인 관용이 옳은 것인 양 착각을 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용서는 개인 간에도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 간에는 더욱 그렇다. 어려움을 떠나 아예 옳지 않다는 정서가 맞다. 교황이 거론한 이스라엘만 해도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용서하지 않고 지금도 그들을 추적하고 가해자들을 잡아 재판에 넘기기도 한다.

이들이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하는 것은 성급하고 어설픈 용서보다 단호한 정죄가 정의에 부합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용서가 더 정의로운 것이라고 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이 일본에 침략행위와 위안부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건 잘못 된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국가와 개인은 분명 다른 점이 있다. 그럼에도 교황은 세월호만은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명백한 입장을 밝혔다. 나쁘게 말하면 교황은 북한과 일본의 만행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으면서도 현재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세월호문제만 정치적인 발언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은 들으면서도 북한 주민과 일본 침략자들로 인해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는 신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는가 보다. 자칫 편견을 갖고 있는 측근의 말만 듣고 그렇게 한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야당과 진보진영, 세월호 유가족측은 “교황의 메시지를 무겁게 받아드려야 한다”며 은근히 교황의 관심을 놓고 청와대, 여당을 압박해오고 있다. 또 교황은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주는 데 왜 대통령은 만남을 회피하느냐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는 엄청난 오해다. 대통령은 국가 수장으로서 국정을 책임진 사람이다. 국민의 작은 소리도 들어야 하는 자리지만 우리나라는 삼권이 분립된 민주의회 국가다. 여야 대표가 합의 한 의제에 대해 대통령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만약 대통령이 간섭을 한다면 그건 의회주의 국가임을 부인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그렇게 간섭을 할 경우 대통령이 독재를 한다고 비난 할 것이 분명하다. 진의가 어디에 있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작게는 종교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 큰 숙제를 남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이제 귀한 손님은 떠났다. 그래서 들떠있던 마음들도 정리 할 시간이 됐다. 교황이 떠난 지금 이 시간,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하지말자. 다만 교황이 마음을 열어 준 선물만을 생각하자.

그 마음에는 선물과 함께 숙제가 있다. 선물이 ‘희망’이라면 ‘화해’는 숙제다. 미운 놈이 있는데 어찌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미운 자를 미워하기보다는 미워하는 마음을 미워해야한다.

악을 쓴다고, 투쟁을 한다고 해서 뜻을 이루는 건 아니다. 흔히 지나가는 말로 ‘가수는 노래를 남기고 햇빛은 그림자를 남긴다. 이 세상을 살면서 누군가는 ‘빚’만 남기고 떠나지만 또 누군가는 ‘빛’을 남기고 떠난다.

삶을 부유하게 하는 것은 재물과 부귀영화가 아니라 ‘조건 없는 헌신의 사랑’ 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남긴 선물은 ‘희망’이고 우리에게 숙제로 던진 것은 ‘화해’다. 바람이 있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준 감동이 ‘잊혀 질 도구’ ‘분쟁의 밀미를 주는 도구’로 사용되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상이 안 밖으로 시끄럽고 심지어는 종말론까지 나올 정도의 삶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대결을 통해 손보지 말고 대화를 통해 화해의 손을 잡는 우리’가 됐으면 한다.

“우리의 모든 환난 중에서 우리를 위로하사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받는 위로로써 모든 환난 중에 있는 자들을 능히 위로하게 하시는 이시로다. 그리스도의 고난이 우리에게 넘친 것 같이 우리가 받는 위로도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넘치는도다”<고린도후서 1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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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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