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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언론과 정치권은 악용하지 말아야
안호원 위원 | 승인 2014.05.12 15:52

   
▲ 안호원 칼럼위원
“노하기를 속히 하는 자는 어리석은 일을 행하고 악한 계교를 꾀하는 자는 미움을 받느니라”<잠언 14 : 17>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수필가 겸 시인]세월호 참사 25일째 사고의 발생과 수습 과정의 내막이 양파를 벗기듯 하나씩 드러나자 국민들은 아연 실색하고 있다. 특히 유병언 가계의 실체와 해양경찰청의 부끄러운 실체가 속속 드러나면서 곳곳에서 분노의 장이 벌어진다.

분노는 낡고 썩은 존재를 도려내는 출발 점 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분노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지난 숱한 재난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정치권과 언론은 분노에 찬 말과 글을 마구 쏟아내다가 어느 시점에 달하면 물 빠지듯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 결국 분노는 길고 반성은 짧다는 것이다.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는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은 자신과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일치하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위안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또 그의 저서에도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자 자신의 슬픔과 분노와 같은 정도의 슬픔과 분노를 느끼는 일체감을 기대한다고 썼다.

이는 지금 진도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비극의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느끼는 슬픔과 분노에 동참하는 우리의 감정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호를 직접 운영하는 청해진 간부들과 그 배후에 있는 세모 실소유주 일족의 탐욕, 그들과 야합(?)한 해양경찰청과 그들과 유착했거나 방관한 해양수산부와 안전행정부의 부패한 관리들, 그리고 이들 기업에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금액을 특혜 대출 해준 사실 등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이 모든 부조리를 떠받치는 ‘관피아’ 의 충격적인 실상들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물욕에 눈이 어두워 마땅히 지켜야 할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불의를 묵인해 준 무책임한 행동들이 살생의 업으로 돌아왔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개탄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본다.

이제 막바지로 접어든 세월호 수색작업이 끝나가면서 책임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누가 책임을 지든 우리 사회는 희생자 가족들의 분노와 슬픔을 함께 감당해야 하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천재지변도 아닌데, 인재(人災)와 관제(官災)가 겹치면서 수많은 어린 생명을 잃은 사고는 무관심하고 방관만 했던 우리 사회 전체의 죄의식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론들의 경우 반복보도와 경쟁적 취재보도 등 희생자 가족과 사람들이 분노를 느낄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집중 보도하면서 대다수 국민들을 패닉 상태로 만들었다. 결국 가족들은 언론은 물론 정부마저 믿을 수 없는 총체적 불신 때문에 더욱 힘겨워해야만 했다.

그런 와중에 가족들의 슬픔을 역이용하는 일부 정치인들이나 불순분자들이 정치적 선동을 하는 행위와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이용하려는 세력 등이 비판의 도마위 올랐다. 누구도 슬픔으로 인한 분노를 충동질의 불쏘시개로 삼는 걸 용서해서는 안 되는데 자꾸 그들의 수작에 휘말리면 사회분란만 일어날 뿐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대한민국은 ‘상가(喪家)가 되었다. 한 지인은 “세월호 참사는 자발적 국상(國喪)이 돼 버렸다. 거기에는 우리 민족 정서 중 하나인 한(恨)의 표출이 있다. 가해자는 뚜렷한데 응징할 힘이 부족 할 때 나타나는 집단정서다”고 못박았다. 결국 국민이 상주가 되고 조문객이 돼 버린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참사에서 정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크게는 정부와 관료, 그리고 청해진해운이며 작게는 이렇게 되도록 방관한 모든 개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엄청난 분노의 에너지를 어떤 방법으로든 표출하려고 한다.

누구는 ‘구원파’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지방선거에서 세월호를 전략적 무기로 이용하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다시 한 번 죽이는 것이다.

지금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만 집중하는 게 당장은 희생자 가족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현재 희생자 가족과 국민이 바라는 것은 첫째, 바다 속의 나머지 탑승자들을 하루 빨리 찾는 것이고 둘째, 희생자 가족이 납득할 수준과 방법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다.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요한일서 2 : 17>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국가안전처라는 걸 만든다고 법석이다. 이번 정권만은 길고 진한 반성의 시간을 갖고 민간, 국회 중심으로 거국적 진상조사위원회를 두고 대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몇 년이 걸려도 참사의 문제점과 원인을 찾아내 꼼꼼한 대책을 수립했으면 한다. 물론 국가 개조는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국가는 한 정부의 단기정책으로 개조될 수 없는 장기과제다. 성격상 부서만 설치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늘 보듯이 사건의 배후에는 업자와 관료가 유착한 독버섯 같은 거대한 관피아가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 국가 개조도 좋고 국가안전처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급한 게 관피아를 척결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기구다.

지금도 허수아비 같은 총리실인데 이런 기구를 총리실에 두면 또 어느 세월에 관피아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단 말인가.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다.

이런 때에 근본적인 개선도 없이 또 국가개조를 들고 나오는 것은 자칫 책임소재를 국민 모두에게 분산시키는 꼼수로 보일 수 있다. ‘분위기가 사건을 지배한다’는 사회경제학 가설이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리를 이루려는 인간의 충동이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이와 맞물려 사건이 발생한다는 논리다. 주로 증권가에서 예측에 사용되는 가설이다.

모 자동차회사의 경우 점화 장치를 십년이나 숨겨왔는데 알고 보니 600원이면 교체 할 수 있는 부품의 결함이었다. 이를 쉬쉬하는 사이 운전자 몇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로인해 그 자동차회사는 리콜 비용은 물론 수조원에 달하는 보상금과 벌금을 물어야만 했다.

한 푼이라도 더 아끼라는 윗선의 말에 돈 드는 말을 감히 할 사람이 없었던 거다. 대부분 멀쩡한데 만의 하나 사고가 날 것을 대비, 돈을 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상황이 비단 이 같은 자동차 회사에만 국한 되어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기업, 어느 조직이 그런 것에서 직원들이 자유스러울 수가 있겠는가. 논어에 “임금을 섬기는데 간언이 잦으면 욕을 보게 되고 친구와 사귀는데 조언이 잦으면 사이가 멀어진다” 는 말이 있다. 듣기 싫은 소리를 자주하면 이로울 게 없다. 그런데 하지 않으면 결국 해롭다는 게 문제다.

쉬쉬하는 사이 그 기업, 조직, 사회가 병들고 썩어간다. 과연 병든 조직의 조직원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겠는가. 서열, 상명하복, 학연, 지연 등이 심한 우리 사회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 할 수 있는 것은 리더만이 할 수 있다.

따라서 권력이 큰 절대자 일수록 양쪽 귀를 크게 열어야 한다.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잘 해야한다는 것이다.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 올바른 지적에는 보상이 따르고 설령 잘못을 했더라도 불이익이 없다는 것을 조직원들이 알게 해야 한다.

혼자 하려면 부처장들이 필요없는 존재가 돼 버린다. 아랫사람에게 몇 개월 동안 “노” 라는 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면 그건 리더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독재자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무조건 무슨 대형사건만 터지면 대책 수습 마련에 앞서 대통령에게만 책임을 묻는다. 물론 국가의 수장이기에 응당 책임을 지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를 무능하고 나태하게 만든 정치권의 책임이 대통령 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다산 정약용은 1897년 썩을 대로 썩은 나라를 새롭게 개혁해보겠다고 ‘신아지구방(新我之舊邦)’을 위한 ‘경세유표(經世遺表)’를 썼다. 요즘말로 국가개조의 마스터 플랜정도다. 그러나 그는 당시 탐관오리들의 수탈에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힘든 백성들의 참상이 눈에 밟혀 바로 ‘목민심서’를 저술했다. 즉, 관리들이 공정과 청렴을 실천하는 것이 국가개조보다 중요하게 백성을 살리는 길이라 본 것이다.

정부는 앞서 언급 한 것처럼 255년 전 애덤 스미스가 한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다산이 왜 ‘경세유표’를 중단하고 ‘목심심서’를 펴냈는지를 알아 이번 참사로 인해 상처를 받은 가족에 다가가 교감하고 진실함을 보여야 한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다 보니 소비 위축이 매우 심상치 않은 것도 걱정이다. 백화점의 매출이 줄어들고 올 들어 계속 늘어나던 아파트 거래도 떨어졌다.

게다가 원화 가치가 한 달 새 4% 가까이 급등하면서 수출에까지도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다. 안팎의 악재가 합해지면 경제 충격이 예상 밖으로 더 커질 수도 있다.

경제는 심리다 국가적인 재난 앞에서 희생자 애도와 유흥, 향락성 소비를 자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제가 지나쳐 일상적 경제 활동마저 위축돼서는 곤란하다. 이를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과하지 않은 행사와 대회 및 여행과 소비는 어느 선에서 재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관광, 여행, 숙박 등 타격이 큰 업종에는 세금 납부 유예나 운영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여·야의 원내대표도 새로 선출됐다. 지난 시기 무능과 빈곤한 정책성을 드러냈던 국회가 세월호 문제 앞에서도 과거처럼 정파적 이익에 매달려 엉뚱한 싸움질만 한다면 감당키 어려운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다.

나아가 지방 선거에서 조차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정쟁적인 추태를 보이는 정당은 국민의 따가운 심판이 내려질 것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청문회, 국정조사, ‘세월호 특별법’ 같은 것은 당연히 국회에서 다루어야 할 사안이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주장하는 특검도입은 현재 검찰의 수사 흐름에 문제가 없는 만큼 지나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항상 야당에서 제시하는 특검 주장은 반듯이 야당이 거둬들여야 한다. 늘 지나고 나면 깨닫는 것이지만 세상일이란 즐거움만 계속되지도 않거니와 시련만 이어지는 법도 없다. 하나의 고난을 힘겹게 견디어 내면 늘 새로운 희망과 도전이 주어진다. 이제는 우리 국민 모두가 슬픔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오.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시편 46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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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위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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