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든 환난 중에서 우리를 위로하사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받는 위로로써 모든 환난 중에 있는 자들을 능히 위로하게 하시는 이시로다 그리스도의 고난이 우리에게 넘친 것 같이 우리가 받는 위로도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넘치는 도다” <고린도후서 1:4~5>
 |
||
| ▲ 안호원 칼럼위원 | ||
불길한 예감이 든다. 문득 유병언 전 세모회장의 예명이 떠오르며 섬뜩함을 느꼈다. 봉두난발의 천재 시인 이상(李箱)이 1934년 발표한 오감도(烏瞰圖) 첫 편에 첫 구절에 나오는 이름과 똑같기 때문이다. 이것도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
“13인의 아해(兒孩)가 도로를 질주하오” 유 전 회장이 ‘아이’의 옛말인 아해를 예명으로 사용한 이유는 알 길이 없지만 속단하자면 이상과 자신을 동일시 한 것은 아닐지 싶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처럼 예명에 이어 ‘세모’라는 이름이 성경 속에 나오는 선지자 모세에서 따왔듯 아해는 야훼(Yahweh. 하나님)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기독교 학자들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더구나 유 전 회장은 지난 1987년 32명이 숨진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의 배후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어 속칭 ‘구원파’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유 전 회장은 그 후 97년 세모가 부도가 난 뒤 10여년 만에 완벽하게 회사를 재건한 입지적 인물로 부상했다. 법정관리 제도의 허점을 십분 이용해 수백억원대의 세모 부채를 탕감 받은 후 자신이 이끄는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구원파) 신도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통해 그대로 되찾았다.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한다는 시구(詩句)처럼 공교롭게도 현재 이 회사는 국내 13개, 해외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 56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회사경영과 종교를 분리하지 않고 공동체 생활을 선호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땅을 대량매입한 뒤 영농 법인을 통해 자금을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구원파 신도들이 회원으로 있는 ‘생협’을 이용해 대출을 받기도 했다.
알려진 바로는 거의 신도들인 회사직원들에게는 저임금으로, 사진작품은 고가에 팔아 천문학적인 돈을 모았다는 의혹도 나돌고 있다. 이를 두고 어떤 목사는 “구원파가 있는 세모에서 의도적으로 저지른 묻지 마 살인행위 같다”며 “이 같은 대형 참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것으로서 모두가 회개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신빙성은 없어 보인다.
또 진도 참사로 인해 사망한 이들을 애도하는 입장에서 부착하는 노란 리본을 두고 무속에 ‘저승으로 가는 영혼’으로서 종교 혼합주의에 빠져 귀신을 부르는 주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같이 감내하기 어려운 비극적인 대형 참사는 ‘영혼’에게까지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번 사고에서 구조된 생존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우울, 불안 상태가 위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번 사고를 지켜보는 국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TV를 시청하며 ‘감정 이입’이 지나 칠 경우 심각한 우울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정신의학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유 전 회장측은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 100억원을 내놓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까운 것은 미리부터 예방 점검을 철저히 하고 승무원들에게 안전 교육을 시켰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도 않고 거액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희생된 학생들과 탑승객에 대한 보상은 어떠한 것으로도 보상을 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뒤 늦게 검찰이 유 전 회장을 대상으로 특별조사에 착수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꼴’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작은 이익에 욕심을 부리다. 오히려 큰 것을 잃으면서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 것이다.
“의인은 환난에서 구원을 얻으나 악인은 자기의 길로 가느니라” <잠언 11:8>
금융권에 따르면 청해진 해운과 관련된 금융권 차입은 산업은행이 50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산은은 최근에 100억원을 대출해 주면서 선박의 장부가 가격인 70억원보다 높게 책정한 사실이 드러나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기업은행(376억원), 우리은행(311억원), 경남은행(306억원), 하나은행(63억원), 신한은행(33억원), 국민은행(12억원), 세모신협(14억원) 등은 물론 심지어 보험사까지 손을 뻗쳐 1억원까지 대출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출을 해준 금융사들이 대출금 회수를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출금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이는 등 금융계 조차 파란이 예상 되고 있다.
이번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청해진해운은 최근 몇 년간 법인세를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청해진해운은 2009~2013년까지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416억원으로 흑자를 냈는데도 불구하고 이 기간 법인세 지출은 어찌된 연휴일까 ‘0’ 으로 돼 있다.
이밖에도 국세청은 유 전 회장 일가와 세모 그룹이 1990년부터 미국에 저택을 145억원 규모의 부동산 5곳을 사들이면서 불법 외환 거래를 했을 가능에도 무게를 두고 검찰청과는 별도로 조사를 진행 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해진해운과 계열사에 대출을 해 준 은행들과 금융회사가 여객선사에 대출 할 때 선박의 불법 증축 개조 등 안전 기준에 문제 소지가 없었는지의 여부도 조사할 지를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정 세월호의 침몰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취약성과 심리적 병증, 공무원의 안일, 해운 관련 낙하산 인사, 검사기관의 방심 등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주었다.
앞으로는 불법 대출을 해 준 담당자나 검사기관의 검사자들이 이런 사태가 발생 시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형사처벌까지도 받을 수 있게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특히 관피(관료+공공단체마피아)를 깨야한다.
지금도 어두운 바다 속에서 두려움에 떨었을 그들을 생각하면 안일하게 대처한 공무원들과 검사기관의 ‘악어와 악어새’ 관계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가슴이 미어지고 속절없는 눈물이 흐른다.
선방(禪房)의 말씀처럼 우리 지금부터라도 “조고각하!(照顧脚下!)” 발밑을 내려다보자. 정비부대의 구호처럼 늘 ‘닦고, 조이고, 기름칠’ 하면서 규칙에 따라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점검하는 우리가 되자.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좇아가지 말고, 멀리보고 느릿느릿 길게 걸어가자. 점검의 문화와 예방의 지혜만이 위기의 공동체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100년 전 타이타닉 호의 승객과 승무원들은 ‘리 멤버 버큰 헤드(Remember Birkonhead!) 호’를 되뇌며 혼란과 무질서를 극복했다.
우리는 절대 ‘세월호’를 잊어서는 안 된다.(Do not forget. Sewoli) 그래야 대형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고(故) 정차웅의 부친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치루는 장례에 절대 비싼 것을 사용하면 안 된다”며 보통 400만 원대의 수의를 41만 원짜리로 하고 ‘관’도 27만원 짜리로 했다.
그 아버지의 아들이랄까 그 아들은 자기보다 동료를 더 생각하고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입게 하고 자신은 끝내 탈출을 하지 못해 차디 찬 시신으로 부모의 품에 앉겼다.
우리 모두가 한번 쯤 ‘국민이 낸 세금’을 말하며 아들의 마지막 길에 쓰이는 장례 물품을 가장 싼 물품으로 사용한 그 분의 마음을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아무도 차마 꺼내 놓을 수 없는 말을 그 분은 했다.
“무릇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마다 세상을 이기느니라 세상을 이기는 승리는 이것이니 우리의 믿음이니라” (요한1서 5:4)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안호원 위원 egis0191@hanmail.net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리 보수들 말 잔치는 삼가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