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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의 공화국, 죽기보다 힘든 가난의 비극
안호원 위원 | 승인 2014.03.11 18:43

“가난한 자를 보살피는 자에게 복이 있음이여 재앙의 날에 여호와께서 그를 건지시리로다” <시편 41:1>

   
▲ 안호원 칼럼위원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수필가 겸 시인]50대 중반의 사람들은 옛날 어린 시절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들은 이야기가 있다. ‘가난’ 이라는 말이다. 보리 고개를 겪어야 하는 그 시절, 따뜻한 흰 쌀밥을 먹을 때면 언제나 밥을 굶는 이웃을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고 밥을 먹을 수 있음을 감사하라는 말을 들었다.

특히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묻는다면 언제나 ‘돈 많이 벌면 가난한 이웃을 돕겠다’는 말로 끝맺는 게 당연한 때였다. 그 시절에는 늘 가난한 이웃을 기억하며 도와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최근 서울 송파구 세 모녀가 자살을 하는 사건이 보도되면서 그 충격이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정부는 물론 학계,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모임을 갖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항간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엄마가 팔을 다쳐 일자리를 잃고 수입마저 끊기자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하다’는 유서와 함께 마지막 집세 70만원을 남겨 놓고 목숨을 끊었다.

또 마포구에선 몸이 아파 막 노동을 쉬면서 병원 한 번 가보지 못했던 67세 노인이 고독 사(死)했다. 이 역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전 재산 100만원을 월세 또는 화장 장례비용으로 남겨 놓고 이 세상을 떠났다.

이들의 선 한 모습 앞에 많은 사람들은 비애감을 감출수가 없다. 지난 2일에는 택시기사로 있었던 50대 간암 말기 환자가 비관 자살을 했고, 이어 6일에는 울산에서 50대 여성이 28세 된 아들을 살해한 후 자신도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더 해주고 있다.

이들 모자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지난 2010년부터 지정돼 월 48만원을 지원 받았지만 아들이 직업이 없었고 또 4개월 전부터 월세(17만원)를 내지 못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 모자가 이미 1개월 전에 사망했으나 주인조차도 몰랐다는 사실이다.

며칠 사이에 빈곤으로 인한 자살 사건이 5건이나 발생 했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떳떳하게 살려고 했던 이들이지만 병들고 일자리를 잃는 순간 빈곤의 절벽에 가로 막혔고 누구와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끝내 죽음에 길을 선택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 안타까움을 더 해주고 있다.


“~ 약한 사람들은 돕고 또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 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 <사도행전 20: 35>

위 사건들이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다 보니 최근 만나는 사람마다 이 이야기가 화제거리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는다. “왜 그들은 복지제도에 대해 손을 내밀지 않았을 까. 그렇게 했으면 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았을 텐데….”

이런 아쉬움의 밑바닥에는 우리 사회에 이미 다양하고 실질적인 복지망이 엉성하고 허술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복지 혜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들을 사전에 파악치 못한 정부에 대한 질타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뒤늦게 정부가 세 모녀의 비극을 계기로 수급자 발굴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복지 전달, 홍보체계를 보강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기준과 긴급의료, 복지기준 등 제도 자체를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이런 비극이 빈곤층이 과연 제도를 몰라서 복지 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했을까. 복지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이들 세 모녀가 기초생활제도에 따라 수급 신청을 했어도 십중팔구는 거절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제도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란다. 이들 모녀 가정은 60대 어머니와 30대의 두 딸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작은 딸은 카드빚으로 신용 불량 상태이고 큰 딸은 심한 고혈압, 당뇨를 심하게 앓고 있는 상태다.

구조상 두 딸은 월 6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또 50대 간암 말기의 남자의 경우도 기초수급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지만 20세의 딸이 있다.

폐품을 팔아 하루 수입 1200원에 한 달 수입이 고작 6만원에 불과한 83세 할머니가 몇 년 전 행방불명이 된 아들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초수급 대상에서 제외 됐다. 아무리 복지부가 수급 발급 서비스를 강화 한다고 하지만 제도를 바꾸지 않고는 이런 빈곤 문제를 해결 할 수 는 없다.

세 모녀 중 큰 딸의 경우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만성질환 환자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 경우 일 년 간 통원치료를 한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병원에 다닐 재정능력이 없다보니 입증 자료를 제출할 수가 없다.

또 모친의 경우도 작업장이 아닌 퇴근길에 재해를 당했기 때문에 산재보험 대상에서 제외 된다. 혜택기준이 이렇다보니 이래저래 빈곤층은 죽음의 길을 선택 할 수밖에 없다. 또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자격 심사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제도가 큰 문제다. 현재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어림잡아 160여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상당수가 부양의무 규정에 걸려 제한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많은 시민단체들이 생활고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부양의무자 폐지나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제도자체를 현실에 맞게 고치는 게 급선무다. 최근 들어 빈곤 관련 범죄도 다양해지고 있다. 빚 때문에 채권자를 무참히 살해하고 채무자가 투신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보험업계는 늘어가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보험사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지어는 영업 난으로 자기 업소에 불을 내고 화재보험을 신청하는 등의 범죄 비리가 날로 늘고 있는 추세다. 사회가 안정되려면 무엇보다도 빈곤 해결부터 우선해야 한다. 불균형한 성장에서 기인한 사회 빈곤문제를 돈 몇 푼 보태주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복지부 혼자만이 해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는 주먹구구식의 빈곤 정책이 아니라 빈곤에 대해 구조적이고 종합적인 연구와 해결 방안을 과격하게 실천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어처구니없는 비극이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작게는 가정마다 불우이웃에 대한 관심을 갖는 사회가 되어 몇 년 만에 사망자를 발견하는 비정함이 없었으면 한다.

“가난한 자를 구제하는 자는 궁핍하지 아니 하려니와 못 본 체 하는 자에게는 저주가 크리라” <잠언 2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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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위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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