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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기초공천 폐지, 與野 속보인다”
안호원 위원 | 승인 2014.02.28 18:41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6.4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여 남겨두고 여ㆍ야가 여전히 기초단체장, 의원(기초선거)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며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대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민주당과 정당 정치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새누리당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6월 지방선거를 위해 구성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시한도 이미 지난 1월말로 사실상 끝난 상태다. 일단 여야가 정개특위 활동기한을 연장키로 합의했지만 2월 임시국회의 대립, 파행이 여전하다.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르려면 2월까지는 선거법 개정을 마쳐야 한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2012년 대선국면에서 정치개혁 분야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된 바 있다.

가장 먼저 깃발을 든 것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당시 후보)이었다. 안 의원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조건으로 “최소한 시ㆍ군ㆍ구의회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발단이 되었다. 제1야당이자 기초자치단체에도 튼튼한 뿌리를 가지고 있던 민주당으로선 썩 내키지 않는 조건이었지만 후보단일화 논의를 위해 안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를 대선공약으로 채택했다.

곧이어 새누리당도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공약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정치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기초자치단체장과 의원의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야권후보 단일화에 주도권을 뺏겨서는 안된다는 전략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논란은 무당파인 안철수 후보가 일으킨 ‘안풍(安風)’을 타고 새누리당과 민주당까지 불어 닥쳐 대선공약으로까지 이어진 사안이다.

정치권이 당시 정치개혁 대선공약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거부하지 못한 것은 구태정치 청산이란 대의 때문이었다는 게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다. 새누리당은 ‘공약표기’ 논란을 무릅쓰고라도 정당공천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가 정당책임정치를 위배하는 위헌요소가 있다며 대신 보완책으로 상향식 공천제인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경선)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 등 현실적 제한이 클 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3100여명)을 오픈 프라이머리로 선정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물타기 제안이라고 일축해 버렸다. 안 의원 역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누리는 1, 2번의 기호효과를 없애고 새 정치에 부합한다는 차원에서 민주당을 바짝 조이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유지를 위한 의원총회를 개최했지만 거센 후폭풍을 모면하기 위해 이를 ‘정개특위’로 최종결정을 넘겼다. 민주당 역시 지난해 일찍 전 당원투표제를 실시해 정당공천제 폐지를 결정해놓고 새누리당을 압박해왔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것은 1990년이지만 기초자치단체 의원선거에서 정당공천제도가 도입된 것은 이보다 16년 늦은 2006년 5.31 지방선거부터다. 그만큼 지방자치와 정당공천 결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컸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 정치권이 기초의회 선거에 정당공천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기초의회의 책임정치를 강화한다는 명분에서 이루어졌다. 앞서 2003년 헌법재판소의 ‘지방선거 정당표방금지’ 위헌 판결도 주요 근거였다. 민주당과 인철수 의원이 주장하는 정당공천제 폐지는 장점 못지않게 부작용도 큰 사안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정당공천 폐지가 일방적으로 정치개혁의 상징처럼 통용되고 있는 현실은 상당히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이 없다는 것을 가정해보았다. 아무래도 유권자들이 혼란을 일으킬 소지가 많다. 아무런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장밋빛 공약으로 도배질된 선거공보만 보고 뽑는다? 이름조차 잘 모르는 후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웬만한 머리로서는 판단이 어렵다. 광역단체장, 광역의원은 당을 보고 찍는다 치자. 그러나 정당공천이 없는 나머지 네 종류의 투표는 난립된 후보들로 선택의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먹고 살기에도 바쁘고 분주한데 무슨 성의로 시간을 내어 이들의 이력을 검토하며 후보를 고른단 말인가. 이건 선거가 아니라 로또 당첨에 가깝다. 그야말로 후보자는 ‘운’(運)으로 당선되는 것이다. 공천제가 문제가 많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당공천제가 설령 폐지된다 해도 특성상 후보들은 어떤 방식이든 정당과의 끈을 연결할 것은 강 건너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교육감 선거에서 정당개입을 금지하고 있어도 실제론 여야의 간접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항간에는 정당공천이 폐지되면 “견제장치가 없어진 지자체에서 공무원들의 입김이 거세질 것”이라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회동을 갖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관철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기로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악마의 음식이 되어 버렸다. 이래저래 민주당 김 대표는 곤혹스럽다. 공천을 유지할 경우 안 의원측과의 연대가 힘들어지고 공천을 폐지할 경우에는 기초선거를 중비중인 당원들의 심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개특위’도 지난 26일로 사실상 종료됐다.

정당공천에 문제가 있다면 공천제를 손질하는 게 먼저다. 아예 정당공천 자체를 폐지한다는 것은 자칫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愚)’를 범하는 것이다. 아무리 나쁜 ‘정당정치’라 해도 ‘무(無) 정당정치’보다는 나을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초의원, 교육감, 교육의원선거를 없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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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위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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